공공재는 공짜재인가? 공무원 시험의 정답부터 다시 생각해 보자
모두 편견을 버리고 차분히 생각해 보자.
공공재의 특징을 묻는 공무원 시험 문제에는 어김없이 비배제성과 비경합성이 정답으로 등장한다. 그런데 이 답안을 볼 때마다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 있다.
비배제성이란 대가를 지불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특정인의 이용을 막기 어렵다는 뜻이고, 비경합성이란 한 사람이 이용한다고 해서 다른 사람의 이용 가능성이 줄어들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런데 비배제성과 비경합성은 공짜재의 특징과 상당히 가까운 개념 아닌가? 그렇다면 공공재는 공짜재라는 말인가?
여기서 컴퓨터 파일을 생각해 보자.
하나의 컴퓨터 파일은 무한히 복제할 수 있다. 한 사람이 파일을 복사한다고 해서 다른 사람의 파일이 사라지거나 이용 가능성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천 명이 복사하든 만 명이 복사하든 마찬가지다.
이것이 바로 비경합성이다.
그렇다고 그 파일이 공짜인가? 전혀 그렇지 않다. 파일을 만든 사람에게는 개발비와 노동력이 들어갔을 수 있고, 저작권자는 복제와 이용에 대가를 요구할 수도 있다. 암호나 유료 인증을 통해 돈을 내지 않은 사람의 접근을 차단하는 것도 가능하다.
결국 무한복제가 가능하다는 것과 공짜라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비경합성은 한 사람이 이용해도 다른 사람의 이용 기회가 줄어들지 않는다는 뜻이지, 생산비가 없거나 가격을 받을 수 없다는 뜻이 아니다.
그렇다면 공공재는 어떠한가?
도로를 건설하고 국방을 유지하며 치안을 확보하는 데에는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 그 비용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결국 국민이 부담하는 세금이다.
이용하는 순간 돈을 내지 않는다고 해서 공짜인 것은 아니다. 이용자가 직접 지불하지 않을 뿐, 사회 전체가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다.
더욱이 공공기관이 소유하거나 운영한다고 해서 모두 공공재가 되는 것도 아니다.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시설이라도 이용자를 배제할 수 있고, 이용자가 늘어나면 다른 사람의 이용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
따라서 공공재라는 개념은 소유 주체만으로도, 이용료의 유무만으로도 설명할 수 없다.
경제학은 정해진 용어를 암기하는 학문이 아니다. 개념이 무엇을 설명하고 무엇을 설명하지 못하는지 따져 보는 학문이어야 한다.
공무원 시험의 정답을 외우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러나 정답이라고 제시된 설명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비배제성과 비경합성은 공공재를 설명하는 중요한 경제학적 특성이다. 하지만 그것을 공짜라는 의미와 혼동해서는 안 된다.
무한복제가 가능한 컴퓨터 파일도 공짜가 아니다. 하물며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들여 생산하고 유지하는 공공재를 공짜재처럼 이해해서야 되겠는가?
공공재를 가르치려면 용어의 암기보다 먼저 비용과 가격, 이용 가능성의 차이부터 제대로 설명해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