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동성명서] 의사 단체 눈치만 보는 의대 증원 후퇴 즉각 폐기하라
    • 보도에 따르면 정부는 2026년 1월 27일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제5차 회의에서 2027학년도 의대 증원 규모를 약 580명(579~585명) 수준으로 추진하는 안을 제출하였다. 「국민중심 의료개혁 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 경실련, 보건의료노조, 한국노총, 환단연)는 이 ‘연 580명’ 후퇴 안이 초고령화와 인구구조 변화라는 국가적 위기 앞에서 국민의 생명과 권리를 지키기 위한 의료개혁이 아니라, 의료계 반발을 달래기 위한 정치적 미봉책으로 전락한 결과라고 본다. 정부는 ‘과학적 근거 기반 추계’를 공언했지만, 5차 보정심에서 실제로는 공급자 단체의 ‘교육 불가능’ 주장에 끌려가며 숫자만 깎아내렸고, 그 끝이 ‘증원하는 척’ 하면서 실질 규모를 축소하는 타협안이라면 이는 국민 앞에 책임을 회피한 것으로 국민적 분노와 저항에 직면할 것임을 엄중 경고한다.


      문제는 수급추계 논의 과정에서부터 누적돼 왔다. 공급자 측 위원들은 코로나19와 2024년 의료대란 시기 ‘아파도 병원에 못 간’ 억눌린 의료 이용량을 정상 수요인 것처럼 미래 기준으로 고정하려 했다. 환자의 고통과 의료 접근 붕괴를 ‘적정 이용’의 통계로 삼는 순간 추계는 왜곡된다. 여기에 고령 의사의 활동성을 과대평가해 공급을 부풀리고, 실증되지 않은 ‘AI 생산성 향상’ 같은 가정을 끼워 넣어 필요 인력을 깎아내렸다. AI는 환자 안전과 설명 의무, 진료의 질을 높이는 데 쓰여야지 의사 확충을 회피하는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정부가 이런 왜곡을 바로잡지 못한 채, 추계위가 제시한 2037년 부족분 최대 4,800명이라는 최소한의 규모조차 수용하지 못하고 3,500명(연 580명)으로 후퇴했다면, 이는 국민의 생명보다 의사단체의 눈치만 살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정부가 내세우는 또 하나의 착시는 공공의대 및 지역 신설 의대 몫 ‘600명 포함’이다. 정부는 600명을 포함시키며 마치 충분한 증원을 하는 것처럼 말하면서, 정작 기존 의대 정원 증원분은 580명 안으로 제출해 논지를 흐리고 있다. 그러나 공공의대 등을 통해 배출되는 인력이 모두 임상의사로 투입되는 것은 아니며, 의료정책·행정 등 다른 영역 종사자는 별도의 정원과 트랙으로 양성되어야 한다. 공공의대가 ‘공공의료사관학교’라면 총정원 숫자 맞추기가 아니라 국가가 책임져야 할 필수인력과 공공의료 거버넌스 인력을 양성하는 체계여야 한다. 그럼에도 공공의대 등을 정원 내에 끼워 넣어 실질 증원을 축소하는 방식은 ‘증원하는 시늉’에 불과하며, 공공과 민간, 수도권과 지역 간 의사 인력 쟁탈전을 해소하지 못할 것이다.


      무엇보다 정부는 의사 증원 논의에만 매몰된 채 지역의료가 실제로 작동하도록 만드는 전달체계·인프라·지불제도 개혁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의사들이 지역을 떠나는 이유 중 하나는 ‘제대로 일할 병원이 없기 때문’이다. 전문의가 지역 2·3차 병원에 머물 수 있는 진료 기반과 지역 필수의료의 환자 흐름을 지탱할 전달체계, 일차의료 영역의 게이트키핑이 작동해야 한다.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에 이어 지역 포괄2차병원 시범사업이 진행 중이지만, 실제 제도로 작동하는지 점검과 보완이 필요하고 포괄2차병원에 포함되지 못하는 지역 2차 병원과 일차의료 영역에 대한 방안도 충분히 논의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보정심을 거치며 증원 규모만 줄이는 것은 지역의료 붕괴를 방치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지불제도 개혁의 실종은 더 심각하다. 의사단체는 “의사 수만 늘리면 과잉진료와 건보 재정 파탄이 불 보듯 뻔하다”고 주장하면서도, 과잉을 구조적으로 유발하는 행위별 수가제 개편에 대해서는 침묵한다. 정부 역시 가치 기반 지불제나 공공정책수가를 말하면서도 행위별 수가제 기반 자체를 어떻게 개편할지 일관된 설명을 내놓지 못한다. 개혁 없이 숫자만 줄이는 방식은 국민에게는 ‘접근성 악화’로, 지역에는 ‘병원 유지 불가능’으로, 공공에는 ‘필수의료 공백’으로 되돌아올 뿐이다.


      또한 지역과 공공병원을 지탱할 ‘팀 의료’ 논의도 빈약하다. 의사만 늘려서는 지역·필수·공공의료가 유지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었던 만큼, 지역간호사제와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확대, 공공병원과 지역의료를 실제로 움직이는 다직종 협업 체계를 함께 설계해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증원 규모를 깎는 데만 에너지를 소모하며 현장을 떠받칠 인력과 서비스 개혁을 뒷전으로 밀어놓고 있다.


      연대회의는 정부와 의사단체의 이해만 고려한 ‘연 580명’ 후퇴안을 즉각 폐기할 것을 촉구한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의사 수를 늘리고 있다는 착시’가 아니라, 내가 사는 곳에서 필요할 때 안심하고 치료받을 권리다. 보정심은 의사단체 요구에 따라 마음대로 추계를 골라 왜곡하는 관행을 중단해야 한다. 코로나19와 2024년 의료공백으로 왜곡된 수요를 기준으로 삼는 조성법을 배제하고 초고령화와 인구구조 변화를 정직하게 반영한 증원안을 마련해야 한다. 공공의대와 지역 신설 의대를 ‘별도 트랙’이라 주장하면서 정원 내에 끼워 넣어 실질 증원을 축소하는 착시도 거둬내야 한다. 공공의대는 총정원 숫자와 무관하게 즉각 추진하고 설립하되, 공공·필수인력 양성 체계로서 별도 정원과 운영 원칙을 분명히 세워야 한다. 아울러 의사 수급을 줄이는 근거는 숫자 깎기가 아니라, 의료이용량 자체를 바꾸는 개혁인 ▲의료전달체계 확립 ▲지불제도 개편 ▲과다 의료이용과 왜곡된 시장에 대한 규제 ▲팀 의료 인프라 강화 외에는 없다. 정부는 더 이상 원칙 없는 타협으로 책임을 피하지 말고, 실효성 있는 개혁방안을 제시해 국민의 요구와 기대에 응답해야 한다.


      2026년 1월 28일
      국민중심 의료개혁 연대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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