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상 없어 더 위험한 ‘만성콩팥병’
콩팥은 우리 몸의 ‘정수기’ 역할을 하는 장기다. 혈액 속 노폐물을 걸러 소변으로 배출하고, 체내 수분과 전해질 균형을 유지한다. 또한 혈압 조절과 적혈구 생성, 뼈 건강에 필요한 비타민 D 활성화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러한 콩팥 기능이 서서히 떨어져 3개월 이상 지속되는 상태를 ‘만성콩팥병’이라고 한다.
질병관리청 ‘2024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에서 중등도 이상 만성콩팥병 유병률은 20.6%로, 고령층에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만성콩팥병이 상당히 진행될 때까지 특별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실제로 콩팥 기능이 상당 부분 감소해도 일상생활에서 큰 이상을 느끼지 못하는 환자들이 적지 않아 흔히 ‘침묵의 병’으로 불린다.
고혈압·당뇨병이 주요 원인
만성콩팥병의 대표적인 원인은 고혈압과 당뇨병이다. 고혈압은 콩팥의 미세혈관을 손상시키고, 반대로 콩팥 기능이 저하되면 혈압이 더 상승하는 악순환이 생길 수 있다. 당뇨병 역시 혈관 손상을 유발해 콩팥 기능 저하의 주요 원인이 된다. 이 외에도 사구체신염, 유전성 질환, 자가면역질환, 장기간의 진통소염제 복용 등이 만성콩팥병을 유발할 수 있다.
거품뇨·부종 등 이상 신호 주의
초기에 나타날 수 있는 대표적인 신호 중 하나는 ‘거품뇨’다. 소변에 단백질이 많이 섞이면 거품이 쉽게 생길 수 있으며, 시간이 지나도 거품이 지속되거나 반복적으로 나타난다면 주의가 필요하다. 또한 얼굴이나 다리가 붓거나 밤에 소변을 자주 보는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병이 더 진행되면 식욕 저하와 피로감, 피부 가려움증 등의 증상이 동반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증상은 단순 피로나 노화로 생각하기 쉬워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도 많다.
조기 발견과 꾸준한 치료 필요
만성콩팥병은 비교적 간단한 검사로 확인할 수 있다. 혈액검사를 통해 크레아티닌 수치와 사구체여과율(eGFR)을 확인하고, 소변검사를 통해 콩팥 기능 저하 여부를 평가한다. 특히 고혈압이나 당뇨병이 있는 경우에는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적으로 콩팥 기능 검사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치료의 핵심은 ‘남아 있는 콩팥 기능을 최대한 오래 보존하는 것’이다. 한번 손상된 콩팥은 정상으로 완전히 회복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만성콩팥병으로 진단되면 원인 질환과 신기능 상태에 따라 치료 방향을 결정하게 된다. 이후에는 주기적인 혈액·소변검사를 통해 신기능 변화를 추적 관찰하고, 약물치료를 통해 혈압과 혈당, 단백뇨를 조절하며 콩팥 기능 악화 속도를 늦추는 치료를 시행한다.
이러한 치료에도 신기능이 지속적으로 저하돼 사구체여과율이 15mL/min/1.73㎡ 미만으로 감소하면 혈액투석이나 복막투석, 신장이식 같은 신대체요법이 필요할 수 있다.
심혈관질환 예방과 생활습관 관리도 중요
최근에는 만성콩팥병 환자의 심혈관질환 위험 관리 중요성도 강조되고 있다. 실제로 만성콩팥병 환자의 주요 사망 원인 중 하나가 심혈관질환이며, 혈압을 적극적으로 조절하는 것이 심혈관 위험 감소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도 보고됐다.
또한 적절한 혈압·혈당 조절과 함께 식이습관 및 운동 상담 등 생활습관 관리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염분 섭취를 줄이고 콩팥 기능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약물 남용을 피해야 하며, 필요에 따라 단백질·칼륨·인 섭취를 조절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처럼 만성콩팥병은 조기 진단 이후 꾸준한 치료와 생활습관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신장내과 강동훈 교수는 “만성콩팥병은 증상이 거의 없어 발견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지만, 조기에 진단해 꾸준히 관리하면 신기능 악화 속도를 늦추고 합병증 위험도 줄일 수 있다”며 “특히 고혈압이나 당뇨병이 있는 경우에는 정기적인 검사를 통해 콩팥 건강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신장내과는 혈액투석, 복막투석, 신장이식 관련 전문진료와 함께 고혈압·당뇨병·급만성 신질환 등에 대한 통합 진료를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