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호황‧역대급 세수에 건강보험 재정긴축, 받아들일 수 없다.
정부가 내년도 건강보험 국고지원 비율을 14.4%로 발표했다. 이는 노동자‧서민들을 심히 우롱하는 처사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하면서 '건강보험 국고지원 확대'를 약속했었다. 국고로 20%를 지원해야 한다는 법적 의무를 역대 정부는 매년 어기며 서민들 부담만 높여 왔다. '억강부약', '대동세상'을 언급한 새 대통령‧정부가 이제 문제를 정상화할 것이라고 집권 초 많은 사람들은 기대했다.
그런데 첫해(2026년)부터 약속을 어겼다. 국고지원율을 14.2%로, 윤석열 정부 마지막 해인 2025년 14.4%보다도 오히려 줄여 버렸다.
그래도 내년엔 다를 수도 있다는 기대가 있었다. 한달 여 전 대통령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직접 언급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반도체 초호황 아닌가? 실제 내년 세금이 약 170조원 더 걷힐 예정이다. 정부는 내년 예산안에 소위 '첨단 전략산업'과 'AI‧반도체' 등에 62조원 이상을 쓰고, 돈이 남아 104조원은 여유로 적립한다고도 발표했다.
결국 그런데도 내년도 국고지원은 14.4% 그대로다. 나라 곳간에 넘치도록 쌓인 돈을 기업에 퍼주고도 다 쓰지 못해 남겨 뒀는데, 건강보험에 쓸 돈은 없다고 선언한 셈이다.
정부가 국고지원을 제대로 안 하면 노동자‧서민들의 주머니에서 메우는 수밖에는 없다. 건강보험 재정이 올해부터 적자 전환되고 고령화 등으로 점차 악화될 것이라고 전망되고 있다. 결국 의료비 보장이 줄거나 보험료 부담이 늘어나거나, 고통스런 선택지만 전가될 뿐이다.
그러다 생계가 어려운 사람들이 건강보험을 체납하기라도 하면 정부는 어떻게 하는가? 연체금을 붙이고, 건강보험 자격을 박탈하며, 통장이나 재산을 압류하기도 한다. 서민들에게는 이렇게 가혹하게 추징하고 미납자를 벌하면서, 정부 자신이 수조원씩 매년 대놓고 미납하는 이런 일은 멈추지 않고 있다. 그것도 역대 최대의 초호황이자, 역대급 세수 증가라는 지금 말이다. 이토록 부조리한 일이 있을까?
얼마 전 정은경 복지부 장관이 '건강보험료율은 가능하면 안 올리고 싶다'고 언급했다. 우리도 서민 부담을 늘리는 데 반대한다. 그런데 그러려면 정부가 국고지원 의무를 다해야 한다. 건강보험 제도는 어떻게 되든 상관없단 말인가?
지난 5년 간 의료비로 파산한 사람이 1만5천명에 달하고 가계 의료비 부담은 해마다 늘고 있다. 정부가 정말 양극화 해소 의지가 있고,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책임지겠다는 약속을 지키려면 OECD 최저의 의료 보장성을 높여야만 한다. 지금 같은 건강보험 재정긴축으로는 언감생심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양극화 완화책이 없다는 비판을 받자, 오늘도 ‘성장에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렇게까지 성장했는데도 분배하지 않으면, 그 과실은 대체 언제 서민들에게 돌아온다는 말인가? 이런 친기업‧반서민적 기조가 계속되기 때문에, 기업 이윤은 최고를 경신하는 데 그 온기는 전혀 내려오지 않고 정부가 가혹한 긴축을 계속하는 탓에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내년도 국고지원을 또다시 미납하는 예산안을 우리는 받아들일 수 없다. 이재명 정부는 약속대로 건강보험에 대한 정부책임을 다 하라.
2026년 9월 2일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건강권실현을위한행동하는간호사회,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