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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연대, 4월 7일 세계 보건의 날 성명

우리 모두의 건강은 권리다

권리 수호의 유일한 방법은 정치와 행동이다

 
  4월 7일은 세계 보건의 날로,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하고 증진 시키기 위해 제정된 국가기념일이다. 대한민국은 1972년부터 이 날을 기념해왔고 올해 52회를 맞는다. 4월 5일, 복지부가 개최한 보건의 날 행사의 슬로건은 ‘나의 건강, 나의 권리’였다.

 
 맞다. 대한민국 헌법은 국민에게는 건강을 지킬 수 있는 권리를, 정부에게는 국민의 건강을 보호해야할 책무를 부여한다.(대한민국 헌법 제36조 ③모든 국민은 보건에 관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 그러나 어떠한가? 대한민국 모든 국민은 헌법상의 권리를 누리고 있는가?

 
 코로나19 대유행을 겪으면서 우리는 코로나 이후의 세상는 달라져야 한다고 외쳤다. 그렇다. 달라졌다. 코로나 환자를 담당했던 공공병원은 고사하고 있고, 새로 들어선 정권은 진행중이던 공공병원 설립을 무산 시켰다. 정부는 건강보험 보장성이 불필요하게 높다며 보장성을 낮췄는데, 5141만명 국민건강보험 가입자 중, 3997만명이 실손보험에 가입했다. 의사들은 의사 수를 늘리지 말라고 진료를 중단했고 지역과 필수진료과에서는 의사가 없어서 환자들이 사망했다. 코로나 시기 격리병상을 찾아 해메던 국민들은 이제 응급실을 찾아 뺑뺑이를 돌고 소아과를 찾아 달리기를 한다. 반면 서울 강남에서는 너무나 많은 병원과 의사들 때문에 어떤 병원, 어떤 의사를 고를 것인지 언니(‘강남언니’ 성형외과, 피부과 정보앱)에게 물어야 하고, 수도권에는 6600개의 병상을 짓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공공의료 확충의 교훈을 실현시켜 주지 않았고, 헌법의 조항은 우리의 건강을 지켜주지 않는다. 우리가 건강을 지키기 위해 반드시 참여해야 할 것은 정치다. 정치는 우리 건강의 최대의 적이며 동시에 건강권을 지킬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다. 보건의료정책만이 아닌 주거, 교육, 복지, 노동 등의 정책 개혁과 그러한 정책을 결정짓게 하는 수많은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요인들, 말하자면 자본의 욕망과 모순, 의사 등 특정집단의 이기주의, 정치적 계산, 시민사회의 힘, 노동자들의 저항 등에 의해 우리의 건강이 결정된다. 이러한 사실을 매일 경험하면서도 우리가 정치 참여와 시민 행동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아무도 우리에게 건강권이 더 전투적으로 요구해야할 권리임을 알려주지 않았고 의료는 처음부터 대가를 지불하고 구매해야 하는 상품이라고 세뇌해왔기 때문이 아닐까?  

 
 복지부와 한국건강증진개방원은 보건의 날인 7일부터 13일까지 일주일간을 '건강주간'으로 지정하고, 대국민 건강실천 확산을 위한 '더(The)건강 캠페인'으로 금연, 구강건강, 신체활동 등 다양한 주제로 진행되는 국민 참여형 이벤트를 진행한다. 사상 초유의 의료대란으로 전공의 수련병원의 병상가동률이 50%까지 축소되고, 진료거부로 인해 국민이 사망하고있는 현상황과 대비되는 그야말로 아기자기한 이벤트다. 건강 문제를 개인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최소한 세계 보건의 날에는 이야기 해야 하지 않겠는가.

 
 지역・필수의료를 살리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말은 공공의료 정책의 공백을 통해 거짓말로 드러났다. 윤석열 정부는 더 이상 국민을 위험에 내몰지 말고 지역・필수의료를 위해 공공의사를 양성하고, 비급여 과잉진료 없이 적정진료를 하는 지역공공병원을 확대하는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또한 환자에게 안전한 보건의료 현장을 만들기 위해 보건의료인력 기준을 마련하고 간호사 1인당 환자 수를 법제화해야 하며, 전문의 수련과정을 개선해야 한다.

 
 그동안 공공의료 확충 요구를 노골적으로 묵살하고 오히려 공공의료를 축소시킨 윤석열 정부와, 의사증원 뿐 아니라 공공의대 설립에도 반대해 온 의사집단의 대립 한가운데에서 4.10 총선을 치른다. 선거에서 보수양당 중 어느 정당이 승기를 잡더라도 시민의 건강은 위험해 보인다. 의료연대본부는 세계 보건의 날을 맞아 시민의 권리로서의 건강을 조금 더 강하게 요구하자고 외친다. 작은 시작으로 ‘의정갈등 속 공공의료 강화 서명’부터 제안한다. 거리와 일터에서, 정부와 의사집단보다 더 큰 목소리로 공공의료와 건강권을 요구하자.

세계 보건의 날에는 공공의료 서명을!

2024년 4월 6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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