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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간의 을지대병원 적정인력충원 등에 관한 성명 원문

간호사의 죽음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을지대병원의 적정 인력 충원 그리고 간호인력인권법 제정이 필요하다

 
지난 10일 의정부지방법원은 작년 11월 의정부 을지대병원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신규간호사 A씨를 폭행하고 모욕한 혐의로 기소된 가해자에게 징역 6개월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욕설을 하고 멱살을 잡는 등 폭행 정도가 가볍지 않고 피고인의 범행으로 피해자가 결국 사망하는 돌이킬 수 없는 피해가 발생했다며 양형의 이유를 설명했다. 또 폭력이 지도와 감독의 정당한 수단이 될 수는 없다면서, 특히 의료계에서 은밀하고 지속적으로 행해지는 '태움'과 같은 악·폐습 문화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중요성은 높아지고 있지만 악습을 만드는 근본적인 원인인 ‘근무 환경’ 은 변하지 않았다. 특히 의정부 을지대병원 A 간호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 이유로는 선배 간호사의 괴롭힘 외에도 평소 인력 부족으로 인해 과중한 업무에 시달렸고 사직을 하지 못하게 했던 정황도 있었다. A씨는 월 10만원의 식대를 다 쓰지 못할 정도로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고 근무했던 9개월 동안 10㎏가량 체중이 줄었다. 근로계약서에는 근로기준법에 위배되는 내용인 ‘최소 1년을 근무할 의무가 있고 사직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최소 2개월 전에 사직서를 제출하여야 하며 이를 위반해 병원에 손해 및 추가비용이 발생하는 경우 배상할 책임이 있다’ 고 명시되어 있었다. A씨는 상급자에게 사직의사를 표현했으나 상급자는 ‘사직은 60일 전에 얘기를 해야 하는 것’ 이라고 말하며 사직을 반려했고 이로부터 2시간 후 A씨는 사망한 채 발견됐다.

 
의정부 을지대병원은 이후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 업무 서면 인수·인계 활성화, 병동순회 당직제 도입 등 제도를 개선하고 있다고 하였으나 병원 현장에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간호등급 1등급인 을지대병원은 병동에서 간호사 1명이 23명의 환자를 담당하고 있으며 이는 의료법 정원 기준인 간호사 1명당 환자 12명에도 크게 못 미치는 수치이다. 게다가 근로기준법 위반에 대해 처벌을 받거나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았다.

 
A씨를 괴롭혔던 가해자는 법적으로 처벌을 받게 되지만 병원의 이익을 위해 적은 인력으로 과중한 업무를 하도록 하고 사직마저 자유롭게 하지 못해 한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병원은 대체 누가 처벌할 수 있는가?


의정부 을지대병원은 다시는 이러한 죽음이 반복되지 않도록 적정 인력을 충원하고 근로기준법을 준수해야 한다. 또 인력기준을 지키지 않는 병원을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이 담긴 ‘간호인력인권법’ 이 하루 빨리 제정되어야 한다.

 
죽음을 선택한 A씨의 명복과 유가족에 대한 위로는 괴롭힘의 가해자에 대한 이번 판결로는 완결될 수 없다. 병원의 간호인력 문제 및 노동 인권 문제가 해결되어야 비로소 우리는 피해자의 명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2023. 01. 12
건강권 실현을 위한 행동하는 간호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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