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회장 유지현, 이하 연합회)와 한국발작성야간혈색소뇨증(PNH) 환우회(회장 임주형)는 2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최보윤 국회의원실과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국회의원실을 방문해 PNH 치료 접근성 개선을 촉구하는 의견서와 5,040명의 서명을 전달했다.
발작성 야간혈색소뇨증(PNH)은 적혈구가 지속적으로 파괴돼 심한 빈혈과 피로를 일으키고, 혈전증·신부전·폐고혈압 등 생명을 위협하는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는 중증 희귀질환이다. C5 억제제 치료를 받지 않은 환자의 약 40%에서 혈전증이 발생하고 혈전증이 사망 원인의 40~67%를 차지하는 반면, C5 억제제로 적절히 치료받은 환자의 5년 생존율은 95.5%로 대증치료만 받은 환자의 66.8%보다 현저히 높다.
이에 연합회와 환우회는 국회와 정부에 다음 세 가지를 요청했다. 먼저 중증 합병증이 생긴 뒤에야 치료를 시작할 수 있는 현재의 급여기준을 바꿔, 환자의 상태와 치료 필요성에 따라 적절한 시점에 치료받을 수 있도록 요구했다. 그리고 이미 치료를 받고 있음에도 빈혈과 수혈 부담이 이어지는 환자가 필요한 추가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길을 마련해 달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희귀질환 치료제 신속등재 대상을 검토할 때 기존 치료제가 있는지 여부만을 파악하는 것이 아닌, 기존 치료로 해결되지 않는 환자의 어려움을 반영해 줄 것을 요청했다.
현행 급여기준에서는 혈전증, 신부전, 폐부전 등 중증 합병증이 발생한 이후에야 에쿨리주맙, 라불리주맙과 같은 치료제의 건강보험 적용이 가능하다. 환우회는 합병증으로 인한 손상은 치료를 시작해도 완전한 회복이 어려운데, 환자들이 급여 치료를 받기 위해 상태가 악화되기를 기다리며 직장과 학업을 포기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치료를 받고 있어도 어려움이 남는 환자들이 있다. 일부 환자는 기존 치료에도 적혈구가 비장이나 간 등 혈관 밖에서 계속 파괴되는 혈관외용혈로 빈혈과 극심한 피로를 겪고, 반복적인 수혈이 필요하다. 이런 환자를 위해 기존 치료와 함께 쓰는 경구 치료제가 국내에서 허가됐지만, 아직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비용 문제로 접근하기 어렵다.
정부는 희귀질환 치료제의 건강보험 등재 기간을 최대 240일에서 100일 이내로 줄이는 신속등재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환우회는 기존 치료제가 있더라도 빈혈과 피로, 반복적인 수혈 부담이 남아 있다면 치료 공백으로 봐야 한다며, 신속등재 대상을 검토할 때 현재 치료로 해결되지 않는 부분과 환자 부담, 추가 치료의 실제 개선 효과를 함께 반영해 달라고 요청했다. 신속등재가 등재 기간을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환자가 치료를 기다리며 잃는 시간을 줄이는 제도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임주형 한국발작성야간혈색소뇨증환우회 회장은 “많은 환자들이 왜 치료제가 있는데도 더 아파질 때까지 기다려야 하느냐고 묻는다”며, “합병증은 한 번 발생하면 완전히 회복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고, 일부 환자들은 치료를 받고 있음에도 빈혈과 극심한 피로, 반복적인 수혈로 정상적인 일상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환자들이 더 악화된 사실을 증명해야만 치료 기회를 얻는 구조가 아니라 필요한 시점에 치료받을 수 있어야 하며, 기존 치료로도 충분하지 않은 환자들이 필요한 추가 치료에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연합회 유지현 회장 “PNH 환자들은 지금 두 번의 치료 공백을 겪고 있다”며,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한 치료를 받으려면 먼저 합병증을 겪어야 하는 구조이고, 어렵게 치료를 시작한 뒤에도 빈혈과 피로가 계속되는 환자들은 필요한 추가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서명은 특정 치료제를 우선해 달라는 요구가 아니라, 기존 치료제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치료가 충분하다고 판단하지 말고 환자가 겪는 증상과 남아 있는 치료 필요성을 함께 살펴봐 달라는 뜻”이라며, “희귀질환 정책은 환자가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입은 뒤 지원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손상이 발생하기 전에 예방하고 보호하는 방향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