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뉴스TV = 최신영 기자] “임신 소식을 알았을 때는 온 세상이 축하해 줄 것처럼 저출생 지원책을 쏟아내더니, 막상 낳을 때가 다가오니 있던 혜택마저 없앤다고 하네요. 출산 직후 산모 몸조리가 과연 '선택'이나 '사치'일까요?”
오는 11월 출산을 앞둔 예비 엄마 이 모 씨(32·경기 수원시)는 최근 경기도의 발표를 접하고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경기도가 도내 출산가정에 아이 1인당 50만 원씩 지역화폐로 지급해 오던 ‘경기도 산후조리비 지원사업’을 이달(9월) 신청분을 끝으로 전격 종료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출산이라는 일생일대의 과정을 겪은 산모에게 산후조리는 무너진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신생아의 기초 건강을 지키는 가장 절박한 시간이다. 그러나 경기도의 이번 지원 중단 결정으로 인해 대한민국의 산모들과 예비 부모들의 가슴에는 또 한 번 짙은 그늘과 배신감이 드리워지고 있다.
“유사·중복 사업이라니…” 산모 현실 외면한 ‘탁상행정’ 도마
경기도가 밝힌 산후조리비 지원사업 종료의 주요 배경은 ‘정부의 첫만남이용권 확대 및 각 시·군의 출산지원금과의 유사·중복성’, 그리고 ‘도 재정 여건 악화’다.
하지만 현장 산모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못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아이를 낳아본 부모라면 첫만남이용권과 산후조리비의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는 점을 누구나 알기 때문이다. 정부가 지급하는 첫만남이용권이나 기초지자체 출산지원금은 기저귀, 분유, 유모차, 아기 옷 등 초기 육아용품 구매와 양육 전반에 들어가는 비용으로 순식간에 소진된다.
반면 경기도 산후조리비는 출산 직후 산모의 신체 회복을 돕는 영양 관리, 산후 도우미 자부담금, 산후 마사지, 조리원 연계 비용 등에 타깃을 두고 사용되어 왔다. 물가 상승과 맞물려 산후조리원 2주 이용 비용이 수백만 원을 훌쩍 넘는 현실에서 50만 원의 지역화폐는 출산가정이 체감할 수 있는 가장 든든한 ‘단비’ 같은 지원이었다.
두 아이의 엄마인 박 모 씨(35·경기 고양시)는 “정부 지원금이 조금 늘었다고 해서 기존에 몸조리에 쓰이던 실질적 지원을 빼앗는 것은 ‘아랫돌 빼서 윗돌 쌓는 격’”이라며 “지자체가 산후조리를 단순히 '개인적인 쉼' 정도로 치부하고 행정 편의적인 잣대로 중복이라 규정하는 것 같아 서글프다”고 토로했다.
한국산후조리원협회 “저출생 정책 역행… 예산 즉각 복원해야”
출산 현장의 혼란과 불안이 커지자 관련 단체도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사단법인 한국산후조리원협회(회장 김형식)는 14일 공식 성명을 내고 경기도의 산후조리비 지원 종료 결정에 대해 깊은 유감과 우려를 표명했다. 협회는 “저출생으로 국가 존립 기반마저 위협받는 상황에서 기존 지원사업을 폐지하는 것은 명백한 정책 후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김형식 회장은 “첫만남이용권은 출산·양육 전반을 위한 것이고, 산후조리비는 산모의 신체적·정신적 회복과 신생아 돌봄을 직접 지원하는 목적”이라며 “목적과 사용 시기가 확연히 다른 두 제도를 중복사업으로 몰아가는 것은 산후조리의 중요성과 출산가정의 현실을 철저히 무시한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협회는 특히 재정 부족의 부담을 출산가정에 전가하는 행태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재정난을 이유로 난임부부나 취약계층 지원과 산후조리 지원을 대립 구도로 몰고 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복지 정책의 우선순위를 조정하면서 정작 출산 직후 가장 취약한 상태에 놓이는 산모와 신생아 돌봄 예산을 우선적으로 잘라내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협회는 이번 조치가 출산가정의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키는 것은 물론, 소득에 따른 ‘산후조리 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사업을 기존대로 유지하기 어렵다면 지원 규모나 대상, 지급 방식을 유연하게 조정해서라도 출산 가정에 대한 안전망이 끊기지 않도록 대안을 마련하라”고 경기도에 강력히 촉구했다.
“말뿐인 ‘아이 낳기 좋은 세상’… 산모가 체감하는 대책 절실”
합계출산율 0.7명대라는 참담한 저출생의 늪 속에서 정부와 지자체는 매일같이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사회’를 외치고 있다. 하지만 아이를 품고 낳아 기르는 당사자인 여성들이 느끼는 현실은 정반대다.
임신과 출산은 온전히 여성 개인의 몫으로 남겨진 채, 정작 출산 후 지친 몸을 회복할 작은 숨구멍마저 재정 논리 앞에 손쉽게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책이 일관성을 잃고 오락가락할 때, 출산을 고민하는 청년층과 예비 부모들의 불신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김형식 한국산후조리원협회장은 “저출생 극복은 거창한 구호나 선언이 아니라, 출산가정이 일상에서 체감할 수 있는 일관되고 지속적인 지원으로 증명해야 한다”며 “경기도는 산후조리비 지원 종료 결정을 전면 재검토하고, 산모와 아이가 안심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대책을 즉각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낳기만 하면 사회가 함께 키워주겠다”는 약속을 믿었던 산모들에게 필요한 것은 화려한 정책 브리핑이 아닌, 출산 후 지친 몸을 기댈 수 있는 작지만 확실한 울타리다. 경기도가 이번 지원 종료 결정을 둘러싼 산모들의 깊은 한숨과 탄식에 어떤 응답을 내놓을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