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처음으로 담즙정체성 희귀 간 질환 환자와 가족, 의료진, 환자단체가 한자리에 모여 질환을 넘어 삶과 미래를 이야기하는 특별한 자리가 마련됐다.
사단법인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와 희귀 간 질환 분야 의료진, 환우회는 8월 4일 서울에서 「희귀 간 질환 북토크」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국내 최초로 출간된 PFIC(진행성 가족성 간내 담즙정체증) 환자·가족 대상 대중서를 계기로 마련됐으며, PFIC를 비롯해 원발성 담즙성 담관염(PBC), 알라질증후군, 담도폐쇄증 등 다양한 희귀 간 질환 환자와 가족, 의료진, 환자단체가 함께 참여해 환자들이 마주하는 현실과 사회적 과제를 공유하는 자리로 진행됐다.
행사에서는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소아소화기영양학과 고홍 교수가 PFIC 환자들을 진료하며 경험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환자와 가족이 겪는 여정과 희망을 전했다. 이어 진행된 전문가 토크에서는 고홍 교수와 서울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허문행 교수가 희귀 간 질환 환자들이 겪는 진단 지연, 질환 인지도 부족, 소아에서 성인으로 이어지는 전환기 관리의 중요성, 그리고 환자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의료·사회적 지원 체계에 대해 논의했다.
토론에서는 최근 희귀 간 질환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는 치료 환경의 변화에도 관심이 모아졌다. 참석자들은 PFIC 환자들의 새로운 치료 옵션인 ‘빌베이’가 지난해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받으며 치료 접근성이 개선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한편, 여전히 충분한 치료 선택지가 없는 환자들이 존재하는 만큼 조기 진단과 함께 혁신 치료제에 대한 신속한 접근이 중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특히 PBC 분야에서는 가려움, 피로, 수면장애 등 환자의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치는 증상들이 충분히 관리되지 못하는 현실이 공유됐으며, 환자들의 미충족 수요를 해소하기 위한 신약의 신속등재 필요성도 함께 논의됐다.
행사 후반부에는 (사)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방현진 사무국장이 「희귀 간 질환 환자와 가족들이 가야 할 길」을 주제로 특별 강연을 진행했다. 최근 실시한 희귀 간 질환 환자·가족 설문조사 결과를 소개하며 질환의 영향이 환자 개인을 넘어 가족의 일상생활, 경제활동, 사회활동 전반에 미치고 있음을 설명했으며, 조기 진단 강화, 치료 접근성 개선, 전문 진료체계 구축, 경제적·심리적 지원 확대 등 환자들이 바라는 변화를 제시했다. 또한 환자들이 단순히 질환을 관리하는 데 머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사회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행사에서는 환우회와 연대의 중요성도 함께 조명됐다. PFIC, PBC, 알라질증후군, 담도폐쇄증 등 질환의 이름은 서로 다르지만 환자와 가족이 경험하는 어려움과 희망은 닮아 있으며, 함께 연결될 때 더 큰 힘을 얻을 수 있다는 메시지가 공유됐다. 참석자들은 진단과 치료 과정에서의 경험을 나누고 서로를 응원하며, 희귀 간 질환 환자들이 더 이상 혼자 질환과 싸우지 않도록 연대의 가치를 되새기는 시간을 가졌다.
(사)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정진향 사무총장은 "희귀 간 질환은 환자 수는 적지만 환자와 가족이 감당해야 하는 부담은 결코 작지 않다"며 "이번 행사가 환자와 가족, 의료진, 환자단체가 서로를 이해하고 연결되는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환자들이 같은 경험을 가진 사람들과 만나고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큰 힘을 얻을 수 있다"며 지속적인 연대와 교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번에 국내 첫 희귀 간 질환 PFIC 책을 집필한 고홍 교수는 "최근 희귀 간 질환 분야에서도 진단과 치료 환경이 조금씩 개선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환자들이 치료 기회를 기다리고 있다"며 "더 빠른 진단과 치료 접근성이 확보돼야 하며, 이러한 변화가 PFIC뿐 아니라 PBC를 비롯한 다양한 희귀 간 질환 환자들에게 확대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행사를 마무리하며 참석자들은 "질환은 희귀하지만, 희망은 희귀하지 않습니다"라는 메시지에 공감했다. 환자와 가족, 의료진, 환자단체는 희귀 간 질환 환자들이 더 이상 보이지 않는 존재가 아닌 우리 사회가 함께 손을 내밀어야 할 이웃임을 확인하며, 더 나은 진단과 치료, 그리고 연대를 통해 환자들이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나가는 데 뜻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