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이하 ‘생명보험재단’)은 ‘제3차 자살예방 라운드테이블 결과 보고서’를 발간하고, 한국의 자살문제 현황과 정부 자살예방정책을 바탕으로 각 분야 전문가들이 자살예방을 위한 협력 과제를 논의했다고 13일 밝혔다.
생명보험재단은 지난달 21일 사회·보건·정신건강 등 각 분야 전문가 7명이 참석한 가운데 ‘정부 자살예방정책 추진현황과 민·관 협력 과제’를 주제로 제3차 자살예방 라운드테이블을 개최했다. 이번 라운드테이블은 자살문제를 정신건강뿐 아니라 경제적 어려움과 가족 갈등, 신체질환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사회적 문제로 보고, 분야별 역할과 협력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박정우 서기관(전 보건복지부 자살예방정책과장)이 한국의 자살문제 현황과 국가대응정책 추진 방향을 소개했으며, 참석 위원들은 이를 바탕으로 주요 정책 현안과 분야별 협력 과제를 논의했다.
◆ 한국 자살률 OECD 최고 수준… "복합적 위험요인 고려한 접근 필요"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국내 자살사망자는 총 1만4,872명으로 일평균 40.7명에 달했으며, OECD 비교 기준인 연령표준화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26.2명으로 OECD 평균(10.8명)의 두 배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코로나19 등 경제·사회적 충격이 발생한 시기마다 자살률이 상승하는 경향을 보여 경제·사회적 위기요인에 대한 선제적 대응의 중요성도 제기됐다.
연령별로는 자살자 수가 40~60대에서 많이 발생한 반면, 자살률은 80대 이상에서 가장 높게 나타나 생애주기별 특성을 고려한 접근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청소년·청년층과 중장년층, 고령층의 위험 특성이 서로 다른 만큼 생애주기별 특성을 반영한 예방 전략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또한 심리부검 분석 결과 자살사망자는 사망 전 경제적 어려움과 관계 갈등, 신체·정신건강 문제 등 평균 4.3개의 스트레스 요인을 복합적으로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살사망자의 96.6%에서 사망 전 경고신호가 확인됐지만 주변인의 인식률은 23.8%에 그쳐, 정신건강뿐 아니라 경제·사회적 위험요인을 함께 살피는 통합적 접근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 정부 자살예방정책 공유… 전문가들 "협력 체계 강화 필요"
정부는 ‘모두가 모두를 지키는 사회, 생명 보호가 일상이 되는 대한민국’을 비전으로 ‘2025 국가자살예방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2029년까지 자살사망자를 1만 명 이하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고위험군 집중 대응 및 취약계층 지원기관 간 연계체계 구축 ▲범부처 위기요인 선제적 대응 ▲지자체·현장 전달체계 확립 ▲생명보호 정책기반 강화 등 4대 전략과 14개 추진과제를 담고 있다.
정부는 2034년까지 자살률을 17명 이하로 낮춰 OECD 최고 수준에서 벗어나는 것을 장기 목표로 제시했다. 이를 위해 국무총리 산하 범정부 자살대책추진본부를 중심으로 관계부처가 공동 대응하며, 응급실과 지역 자살예방센터 간 연계, 복지·금융·가족지원이 결합된 통합지원, 청소년·청년 대상 비대면 상담 확대, AI 기반 위험신호 조기 발견 등 고위험군 발견부터 사후관리까지 이어지는 대응체계를 강화할 계획이다.
◆ 데이터·AI·취약가족 등 분야별 민·관 협력 방안 모색
전문가들은 정부 자살예방정책 추진 방향을 바탕으로 학계·의료·연구기관·민간이 각자의 전문성을 살려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했다.
주요 논의사항으로는 ▲통계청·경찰청·건강보험공단 등 관계기관 간 데이터 연계와 대학·민간 연구자와의 연구 협력 확대 ▲생성형 AI·온라인 도박·SNS 등 디지털 환경 변화에 따른 새로운 위험요인 대응 ▲외부 지원에 접근하기 어려운 고위험 취약가족에 대한 발굴형·방문형 지원 확대 ▲심리부검을 활용한 유가족 사후관리와 심리 회복 지원 강화 등이 제시됐다.
특히 생성형 AI와 온라인 환경이 청소년·청년의 일상에 빠르게 확산되는 만큼 관련 위험요인에 대한 연구와 안전한 이용환경 마련의 필요성이 논의됐다. 이와 함께 자살을 개인의 문제에 국한하지 않고 경제·가족·노동·사회적 고립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사회적 문제로 바라보며 공론화를 확대할 필요성에도 의견이 모였다.
또한 참석자들은 자살예방은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려운 사회적 과제인 만큼 정부와 지자체, 민간, 전문가 등이 지속 가능한 협력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정책을 이어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이사장 메시지
이장우 생명보험재단 이사장은 “자살이 개인만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체가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라는 인식이 확산돼야 한다"며 "앞으로도 정부 정책을 국민에게 알리는 가교 역할을 수행하는 한편, 각 분야 전문가들과 협력해 정부가 직접 접근하기 어려운 영역에서 민간이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생명보험재단은 자살 문제를 다양한 사회적 요인과 함께 살펴보고 실질적인 예방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자살예방 라운드테이블을 운영하고 있다. 제4차 라운드테이블에서는 최근 사회적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청년·청소년 자살예방을 주제로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