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의약품 접근성 강화를 위한 편의점 안전상비의약품 제도(이하 안전상비약) 개선 방향을 논의하는 정책토론회가 28일(금)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4간담회실에서 개최되었다.
국민의힘 한지아 의원실 주최, 안전상비약 시민네트워크 주관으로 진행된 이번 토론회는 도입 13년이 지났음에도 품목 조정과 제도 재정비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편의점 안전상비약의 현 상황을 진단하고, 국민의 편의와 안전을 함께 높일 수 있는 실질적 개선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되었다
토론회에서는 소비자공익네트워크 안혜리 사무국장이 ‘안전상비약 제도 도입 13년, 국민 수요와 문제 인식’을, 남서울대학교 보건행정학과 이주열 교수가 ‘셀프메디케이션 시대, 안전상비약 제도 개선 방안’을 주제로 발표했다.
안혜리 사무국장은 "안전상비약 제도가 도입된 지 13년이 지났지만 제도는 여전히 멈춰있다"며, "국민의 인식과 수요를 보면 단순한 편의성이 아니라 안전한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즉각 정기적 품목 재검토를 위한 심의위원회를 개최하고, 공백이 가장 시급한 소아용 전용약과 국민이 바라는 최우선 확대 품목인 증상별 맞춤약에 대한 논의를 우선적으로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소비자공익네트워크가 국민 1,08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인식조사에 따르면, 국민은 품목 선정의 기준으로 안전성 확보(64.3%)를 가장 중요하게 고려했으며, 안전성 확보 방안으로 정기적 품목 재검토 및 교체(43.1%)를 가장 선호했다. 국민이 요구하는 확대 품목은 증상별 진통제(53%), 증상별 감기약(41.1%), 소독제(35.7%), 소아용 전용약(33.9%)으로 나타났다(중복응답).
다음 주제발표를 맡은 이주열 교수는 "안전상비의약품 제도는 셀프메디케이션(Self-Medication)의 효율성과 안전성을 모두 확보한 성공적인 보건의료제도”라며, “검증된 제도인 만큼 국민이 체감하는 다음 수준의 의료접근성으로 나아갈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려가 있다면 데이터 기반 평가가 필요하며, 약사회가 주장하는 공공심야약국이나 특수장소 의약품 취급제도 등은 시간·지역 한계가 있는 만큼 안전상비약 제도의 대체제가 아니라 보완제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멈춰 있는 안전상비약 지정심의위원회를 조속히 재가동하는 것이 쟁점 해결의 열쇠”라며, “약사법에 이미 근거가 마련돼 있는 만큼 정기적 품목 재검토 등 개선 조치의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제3조는 ‘2016년 1월 1일을 기준으로 3년마다 타당성을 검토하여 개선 등의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음에도, 2018년 이후 추진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후 진행된 지정 토론에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권용진 교수를 좌장으로, 안전상비약 시민네트워크 김연화 위원장, 학부모단체 행복교육누리 이선영 감사, 대한약사회 박춘배 부회장, 의학바이오기자협회 이금숙 대외협력이사, 보건복지부 강준혁 약무정책과장이 참여해 안전상비약 품목 확대에 대한 의견을 적극 개진했다.
안전상비약 시민네트워크 김연화 위원장과 행복교육누리 이선영 감사는 소비자의 입장에서 약국 접근이 어려운 지역에서의 불편 경험을 토로하며, 편의점 안전상비약의 제한적인 판매처와 부족한 품목 수가 개선되어야 한다고 전했다. 공급자 중심 사고에서 벗어나 수요자인 국민의 중심에서 생각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현장에서 오랜 기간 안전상비약제도 쟁점을 취재해 온 의학바이오기자협회 이금숙 이사 역시 제도가 10년 넘게 운영되어 온 만큼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복지부가 제도 개선 의지를 보여줄 것을 당부했다.
한편 대한약사회 박춘배 부회장은 안전상비약제도를 다시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하며 안전상비약 품목 확대를 반대하고 나섰다. 우리나라는 이미 높은 수준의 의약품 접근성을 갖추고 있다며 일관되게 오남용 우려를 표했다. 출처가 불명확한 근거를 가지고 안전상비약 오남용 우려에 대해 억지 주장을 펼친 것에 대해서는 주최측의 지적을 받기도 했다.
보건복지부 강준혁 과장은 안전상비약의 24시간 편의점 판매기준 완화와 품목의 개선 필요성에 대해서는 장관님 이하 복지부에서도 공감하고 있다고 전하며, 품목 조정과 판매점 등록 기준 완화 등 제도 개선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일정에 대해서는 여전히 답을 주지 않았다.
좌장을 맡은 권용진 교수는 토론을 마무리하며, “이제 환자들이 자기 건강 문제를 자기가 해결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오늘 이 자리에 있는 의약계 전문가들이나 정부에서도 이 부분을 받아들여야 하고, 제도를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변화가 필요하다”고 정리했다. 덧붙여 안전상비의약품의 구분과 기준을 보다 명확히 하고, 심의위원회의 법제화를 비롯하여 현재 복지부의 재량에 의존하는 구조를 국회 기반으로 사회적 합의를 거칠 수 있는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날 토론을 주최한 국민의힘 한지아 의원은 "첨예한 주제로 토론을 해야 하는 이 자리에 참석해 주신 모든 분들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으로서, 또 한 사람의 엄마로서 안전상비약제도의 변화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며 "약국 접근이 어려운 지역 주민의 기본적 의료 접근권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안전상비의약품 제도 개선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오늘 토론회가 13년간 사실상 정체되어 있던 품목 구성과 운영체계를 근거 기반으로 국민의 수요 및 생활 변화, 의료 환경에 맞게 재정비하는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안전상비약 시민네트워크는 이날 ‘편의점 안전상비약 품목 확대 동의 서명지’ 1만여 장을 보건복지부에 전달했다. 앞서 네트워크는 지난 13일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안전상비의약품 지정심의위원회의 조속한 개최와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제출한 바 있다. 보건복지부는 심의위원회 개최 시기와 관련해 “아직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수 있는 단계가 아니며, 시민단체를 포함한 외부 전문가 참여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