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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단체연합회 제26회 환자샤우팅카페를 개최

환자단체연합회는 제26회 환자샤우팅카페를 개최해 의료사고 피해자 울분 해소를 위한 [주희 3법]을 솔루션으로 제안했으며,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의료사고 피해자와 가족·유족의 목소리를 듣는 자리를 마련해 달라고 공개 요청했다.


 한국환자단체연합회(이하, 환자단체연합회)는 8월 21일(목) 오후 2시부터 100분간, 서울 영등포 대방역 인근에 위치한 환자단체연합회 사무실에서 제26회 환자샤우팅카페를 개최했다. 이번 환자샤우팅카페에서는 작년 2024년 12월 10일, 중환자실에서 기도삽관 재시도 중 발생한 심정지로 인해 저산소성 뇌손상을 입고 현재까지 8개월째 중환자실에서 식물인간 상태로 치료받고 있는 김주희 학생의 어머니 류선 씨가 샤우팅했다. 주희 학생은 의료사고 당시 중학교 3학년이었다.


 이날 행사는 한국백혈병환우회 이은영 대표가 사회를 맡았으며,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권용진 교수, 법무법인 제현 구영신 변호사, 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가 솔루션 자문단으로 참여했다. 2012년 6월 27일 제1회를 시작으로 13년째 이어지고 있는 환자샤우팅카페는 환자 또는 환자가족이 자신의 고충·울분·피해를 마음껏 쏟아내고(shouting), 듣는 사람들이 함께 위로하며(healing), 해결을 위한 지혜를 모으는(solution) 보건의료 소통 공간이다.


 김주희 학생 사건은 예방이 가능했던 환자안전사고로, 의료사고 피해자와 가족·유족이 겪는 고통과 울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주희 학생의 어머니는 지난 2025년 8월 6일, 보건복지부장관에게 유사한 환자안전사고 예방 및 재발 방지를 위한 개선 방안을 마련해 달라며 환자안전사고 자율보고를 하는 등 제2, 제3의 피해가 반복되지 않도록 정부와 국회에 제도적·입법적 재발 방지책 마련을 촉구하는 공익적 목소리도 내고 있다.


 김주희 학생 어머니의 샤우팅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올해 고등학교 1학년이 되는 주희 학생은 2008년, 임신 36주 만에 1.8kg 몸무게로 태어나 인큐베이터에서 1개월간 더 성장한 뒤 세상에 나왔다. 주희 학생은 태어날 때부터 ‘10장완 말단 삼염색체 증후군’이라는 희귀질환을 앓고 있었으며, 중증 지적장애와 척추측만증도 함께 가지고 있었다. 질환과 지적장애가 있었지만 늘 웃음을 잃지 않았고, 좀처럼 짜증을 내지 않는 사랑스러운 아이였다. 중학교에 진학하며서 키가 자라자, 척추측만이 점점 심해졌고, 중학교 3학년이었던 작년 2024년 11월 26일, 서울 소재 상급종합병원 정형외과 교수로부터 척추측만증 교정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수술 직후인 11월 30일, 심한 폐렴이 발생해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중환자실로 옮기며 기도삽관이 이루어졌고, 입실 10일째인 2024년 12월 10일, 침대 난간에 손목을 결박한 신체보호대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주희 학생이 스스로 기도삽관 튜브를 제거하는 ‘자기발관’ 사고가 발생했다. 주희 학생은 희귀질환으로 인해 기도의 구조가 길고 좁으며 휘어진 특수한 상태였고, 이는 정형외과 수술 기록지, 이비인후과 협진 기록지, 중환자실 의무기록지 등에 모두 기재되어 있었다. 그러나 사고 당시 중환자실 당직 의사는 이를 확인하지 않았으며, 사고 발생 5일 전 이미 이비인후과에 기도절개 협진이 요청되어 있었음에도 해당 상급종합병원의 협진 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그 결과 3명의 의사가 기도절개 대신 무리하게 기관삽관만을 50분 동안 16차례 시도했고, 결국 심정지가 발생했다. 주희 학생은 17분간 심정지 상태를 겪은 뒤 기관절개를 통해 기도가 확보되었으나, 저산소성 뇌손상으로 의식 없는 식물인간 상태가 되었다.


지난 8개월 동안 해당 상급종합병원은 사고 당시 주희 학생의 처치에 대한 보호자의 질문에 응답하지 않았고, 병원장 정식면담에도 응하지 않았다. 해당 상급종합병원 측은 폐렴이 가라앉아 의료적으로 안정되면 요양병원으로 전원하라는 말만 반복했다. 그러나 주희 학생은 격리치료가 필요한 항생제 내성균(CPE)을 보유하고 있으며, 인공호흡기에 의존하고 있어 서울·수도권 내 30여 개 병원에 전원을 문의했지만 거절당했다. 몇몇 요양병원을 제외하면 갈 곳이 없는 상황이다. 더욱이 지난 4월 이후 폐렴이 네 차례 재발했고, 욕창 부위에서 균이 검출되었다. 이러한 상태에서 요양병원으로 전원된다면 폐렴 재발 가능성이 높고, 그때마다 응급실을 찾아 사설 구급차로 전전할 수밖에 없는, 이른바 ‘의료 난민’ 상태에 놓이게 된다.


주희 학생 어머니는 “의료진의 책임 회피와 작동하지 않은 협진 시스템으로 인해 딸이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또한 “사고 이후 병원은 제대로 된 설명조차 없었고, 끝내 피해 가족을 외면했다.”며 병원의 무책임에 울분을 토했다. 이어 “가해자는 침묵하고 국가는 제도가 없다는 이유로 외면하면서 피해자만이 버려지는 현실을 바꿔야 한다.”며 환자안전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 상급종합병원의 협진 체계 강화, 중증장애 의료사고 피해자 보호체계 구축이 국가의 책무임을 강조했다.


 솔루션 자문단으로 참여한 안기종 대표는 “주희 학생 사건은 충분히 예방 가능했던 환자안전사고였다.”며 “신체보호대 관리 부실, 환자 특이 기도 구조에 대한 정보 미공유, 이미 요청된 기관절개 협진의 미이행, 그리고 상급종합병원임에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협진 시스템 등 예방할 수 있었던 환자안전 문제가 분명히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이어 “설명도 없고 사과도 받지 못한 채 모든 부담을 의료사고 피해자와 가족·유족에게 전가하는 현실이 가장 큰 고통”이라며 “의료사고 설명의무 법제화, 유감 표시 증거능력 배제 제도화, 의료사고 피해자 트라우마 지원체계 마련이 시급하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과 국회의원들에게 직접 의료사고 피해자의 목소리를 듣고 제도와 입법 개선으로 이어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 권용진 교수는 “이번 사건의 핵심은 환자의 특수한 기도 구조가 기록되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응급 상황에서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그는 “중환자실 주치의가 기도절개의 필요성을 사전에 인지하고 협진을 요청했음에도, 사고 당시 반복된 재삽관 시도로 이어졌다는 것은 상급종합병원 내 협진과 정보 공유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며 “중환자실에서 신체보호대와 억제 장갑 같은 기본적 안전망조차 제때 제대로 적용되지 않은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병원은 최선을 다했다는 말에 머물 것이 아니라, 납득 가능한 설명과 충분한 대화를 통해 환자와 보호자를 존중해야 한다. 환자안전은 기술이 아니라 태도와 시스템의 문제”라며 협진 체계와 소통 문화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하였다.


 구영신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신체보호대 관리 부실과 진료기록 공유 실패에서 비롯된 환자안전상의 과실”이라고 평가했다. 그녀는 “이미 기록된 기도 구조의 특성이 의사에게 전달되지 않았고, 이비인후과에 협진이 요청되어 있었음에도 응급 상황에서 즉시 기도절개로 이어지지 않은 것은 중대한 판단 오류”라고 밝혔다. 또한 “피해자 가족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병원의 태도”라며 “사고 경과와 원인, 재발 방지 대책을 설명하고 위로했더라면 분쟁으로 확대되지 않았을 것이다. 피해자들은 금전 보상보다 존엄과 권리를 지켜주는 제도와 책임 있는 태도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사건이 의료기관의 법적·제도적 개선으로 이어져, 더 이상 같은 고통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 지난 2025년 8월 14일, 정부는 “의료사고 사법리스크 현황 분석 및 함의”라는 연구용역 결과를 공개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간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가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기소되어 1심 형사법원의 판결을 받은 사건은 총 172건(피고인 192명)이며, 연평균 기소 건수가 34.4건에 불과했다. 약식명령 사건까지 포함해도 연평균 45건 내외에 그쳤다. 이로써 의료계가 ‘과도한 사법 리스크’의 근거로 주장했던 2022년 11월 9일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의 「의료행위 형벌화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 나온 “우리나라의 경우 2013년부터 2018년까지 연평균 754.8건의 의사 기소가 있었다.”는 내용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밝혀졌다. 실형인 징역형과 금고형을 선고받는 경우도 연평균 3~4명으로 극소수였다. 또한 기피 진료과인 응급의학과,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흉부외과에 비해 인기 진료과인 정형외과와 성형외과의 기소율이 훨씬 더 높게 나왔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필수의료 진료과 의사와 전공의들이 ‘과도한 사법리스크’ 때문에 해당 분야를 기피한다는 주장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 따라서 해외사례처럼, 의료사고 피해자와 가족·유족의 울분 해소, 신속하고 공정한 손해배상, 재발방지 대책 마련 등을 통해 형사고소를 하지 않거나 최소화할 수 있는 제도적, 입법적 환경부터 조성해야 한다.


 환자단체연합회는 주희 학생 사건의 솔루션으로 의료사고 피해자 울분 해소를 위한 3가지 법안을 국회에 요구하기로 했다. 이른바 [주희 3법]은 다음과 같다.

⑴ 보건의료기관개설자 및 보건의료인은 의료사고가 발생한 경우 그때부터 7일 이내에 피해를 입은 환자 또는 환자의 보호자에게 의료사고의 내용 및 사고 경위 등을 충분히 설명하도록 의무화하는 법안

⑵ 보건의료기관개설자 및 보건의료인은 의료사고가 발생한 경우, 피해를 입은 환자 또는 환자의 보호자에게 유감 표시를 할 수 있고, 이러한 보건의료기관개설자 및 보건의료인의 유감 표시는 민사소송 또는 공소제기 된 사건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아니하는 유감 표시 증거능력 배제 법안

⑶ 보건복지부장관은 의료사고를 당해 정신적 피해를 입은 사람과 그 가족 및 의료사고 가해자로써 정신적 피해를 입은 의료인의 심리적 안정과 사회 적응을 위해 필요한 지원을 하여야 하며, 이를 위해 의료사고 트라우마센터를 설치ㆍ운영하도록 의무화하는 법안


환자단체연합회는 이 세 가지 법안을 [주희 3법]이라 명명하고, 적극적인 입법운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 이와 함께 환자단체연합회는 정부에게 의료사고 피해자와 가족·유족을 직접 만나 그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과 울분을 청취하고 개선방안을 찾도록 요구하기로 했다. 의료사고 형사고소를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피해자와 가족의 울분을 해소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의료사고 피해자와 가족·유족을 직접 만나 그들의 어려움과 울분을 듣는 자리를 마련해 줄 것을 공식적으로 요청할 계획이다.


2025년 8월 22일
한국환자단체연합회
(한국백혈병환우회, 한국GIST환우회, 한국신장암환우회,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 암시민연대, 한국건선협회,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한국신경내분비종양환우회, 한국PROS환자단체, 한국파킨슨희망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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