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강보험 국고지원, 공공의료확대 계획 환영. 그러나 구체적 집행 계획과 재정계획이 수반되어야
- 윤석열식 의료민영화 그대로 추진은 우려. 윤석열정부와 단절 없이 한국의료 공공성이 나아가기 어려워
오늘(13일) 국정기획위원회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보건의료분야의 이행 계획도 포함됐다.
지난 윤석열정부 하에서 각종 의료민영화 정책이 노골적으로 추진돼 왔다. 특히 전공의집단사직으로 인한 대형병원 손실을 메꾸는데 연간 4.6조원을 지출하면서 건강보험재정이 병원과 보험자본을 수익을 메꾸기 위해 사용되기도 했다. 이재명정부는 윤석열식 의료시장화 방식을 전면 중단하고 의료공공성으로 방향을 바꾸는 것을 우선으로 하는 국정 운영 계획을 정립해야 한다. 따라서 건강보험중심, 공공의료강화를 내세운 국정기획위의 보건의료 계획은 당연한 일이다. 우리는 공공의료 확충과 건강보험 중심 의료체계에 대한 계획은 환영한다. 그러나 우려하는 바, 윤석열이 추진해 온 의료민영화 정책이 철회되지 않고 부처 간 통합과제로 그대로 담겼다는 점에서, 의료민영화와 공공의료강화가 상호 모순적이며, 혼란스런 국정 운영 계획이 될 것이라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1. 건강보험 국고 지원 법정 비율 준수는 환영하지만, 정부는 건강보험 보장성을 높이기 위한 분명한 목표치를 제시해야 한다.
우리는 정부가 당장 이번 예산(8월말 발표예정 2026년도 정부예산)부터 건강보험 국고 지원비율을 적용하길 기대한다. 그러나 ‘현행 준수’ 계획은 실망스럽다. 가까운 일본이나 대만 수준과 비교해 볼 때, 공적 보장율을 높이기 위해 국고 지원은 상향되어야 한다. 또한 건강보험재정은 주먹구구식으로 대형병원 퍼주기 사용이 아니라 경제적으로 위기에 처한 국민들의 실질적인 의료비 경감 위한 보장성 확대에 사용되어야 한다는 기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과다의료이용자 본인부담 의료비'를 높인다는 국정 운영 계획은 실제 의료이용 반비례의 법칙이통용되는 저소득 계층에게는 협박으로 들릴 수도 있다. 대부분의 과다 의료이용은 행위별수가제에서 기인하는 민간의료의 돈벌이 진료 방식이 문제기 때문이다.
2. 국민 의료비 부담에 큰 부분인 간병비에 대한 경감정책 시도도 환영한다. 그러나 입원시 누구나 간호간병서비스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제대로 된 제도화 계획이 수반되어야 한다.
현재의 병상 단위 간호간병서비스 신청은 실제 간병이 필요한 중증환자의 간호공백을 발생시키고 있다. 따라서 의료기관 전체 간호간병서비스를 확대해 입원 시 누구나 실질적인 간병비 부담을 절감할 수 있도록 있도록 하는 조치와 제도 개선 방향이 마련되어야 한다. 공공 간병의 의 제대로 된 제도화를 통해 간병비 급여화가 요양병원 중심이 아니고 통합돌봄과 연계된 지역사회간병서비스 전반으로 확대될 필요가 있다.
3. 공공병원 설립을 위한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를 환영한다. 그러나 립서비스가 아니라 이를 위한 실질적인 법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국정기획위는 “공공병원 없는 곳에 지방의료원 신설 및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를 제시했다. 공공의료 확충은 가속화되는 시장의료로 위기에 처한 한국 의료 체계를 바로 세울 유일한 대책일 것이다. 그러나 공공병원 설립이 매번 정권 초기에 내세우는 립서비스에 그쳐서는 안된다. 이재명정부는 그 무엇보다도 당장 지역 의료공백을 메꾸기 위해 지역주민의 필요에 부응하는 공공병원 설립 계획에 착수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주민들의 삶의 필요의 가장 큰 장벽이었던 공공병원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를 위한 법제도 개정이 시급히 이루어지도록 국정운영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
지역필수의료기금은 충분한 예산이 확보되어야 하고 이 기금의 1순위 목표는 지역의료원, 공공의원과 공공클리닉 등의 설립·운영과 인력충원에 쓰여져야 한다. 기존 민간의료기관에 대한 기금 활용은 밑빠진 독에 물붓기가 될 것이다.
지역의사제와 공공의대 설립은 조속히 이행되어야 한다. 당장 2027년도 국립대의대 정원의 50% 이상을 지역 공공의사제로 선발해야 한다. 의사인력의 양성에는 10여년의 시간이 걸린다. 지체할 시간이 없는 정책 중 하나다.
4. 국립대병원의 보건복지부 이관 역시 환영한다. 그러나 지난 20년간 대부분 정부의 공약사항이었으나 실제 이행되지 못한 문제점에 대한 정부의 대책이 제시되어야 한다.
지역에서 의료공백을 메꾸기 위해 국공립병원이 제대로 된 사회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해야 한다. 보건복지부는 주무부처로서 국공립병원의 협력체계와 공공보건의료 전반을 총괄하는 틀과 체계를 제대로 마련해야 한다. 의료취약지 지역에서의 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역할으을 제대로 이행할 수 있는 국공립대병원들의 역할도 법적으로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국정기획위가 제시한 국민주치의제도 역시 국공립병원이 의료전달체계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면서 운영하는 공공클리닉·공공의원이 담당할 수밖에 없다. 국공립병원이 지역 의료체계에서 제대로된 공적 역할을 수행해, 공공의원과 공공클리닉을 통한 주치의제도만이 인구 소멸위기에 놓인 지역 주치의 제도의 유지를 가능하게 할 수 있다.
5. 공공의료 강화 및 건강보험 강화와 모순되는 지난 정부의 의료민영화·규제완화 정책은 모두 폐기해야 한다.
모든 시민들은 이재명정부의 보건의료 정책이 모두를 고통에 빠트린 윤석열 정부 정책과 분명한 단절이 있기를 바란다. 이러한 단절은 쇄신의 조건이다. 장기화된 의료대란 역시 한국 의료가 ‘큰 돈을 벌 수 있는 경쟁적 시장’이 된 데 있다. '바이오헬스 산업육성'은 사실상 기존의 의료민영화 다른 이름일 뿐이다. 의료산업화라는 미명 하에 벌어진 규제완화 때문에 비급여가 만연하는 등 상업적 의료가 판 치는 속에서 의대 광풍이 불고 그렇게 배출된 의사들은 돈벌이에 매진해왔다.
'바이오헬스 규제샌드박스 도입'은 철회되어야 한다. 규제샌드박스는 현행 법령을 무시하고 기업이 무규제 돈벌이를 하도록 허용하는 것이다. 이것은 특히 기업 이윤을 위해 생명·안전을 경시하는 결과를 낳는다는 비판이 있어 왔다. 이런 위험한 제도를 보건의료 부문에 적용하는 데 대한 우려는 특히 컸다. 새 정부에서 노골적으로 이를 추진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고 큰 반발을 살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디지털헬스케어법은 의료·건강정보 규제를 대폭 풀기위해 윤 정권에서 강한 드라이브가 걸렸었다. 개인정보를 보호가 아니라 애초 산업화를 위한 기업 정보 제공에 방점이 있는 법안이다. 오랫동안 시민사회가 반대해왔다. 재생의료 범위를 확대한다거나, '시장 즉시진입 의료기술제도'를 언급하면서 의약품과 의료기기 안전 규제를 완화하는 것도 매우 우려스럽다.
비대면 진료 역시 마찬가지다. '편리'를 앞세워 추진할 문제가 아니다. 영리기업이 의료체계를 플랫폼으로 장악할 수 있는 중차대한 문제이다. 플랫폼의 도입 자체가 커다란 문제를 초래하므로 "플랫폼 관리 체계 마련"을 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막상 지역 주민들에게는 비대면 앱이 아니라 응급실이 있는 지역 공공 병원, 공공심야 약국 등이 필요하다. 예외적으로 비대면진료가 필요한 영역에서는 정부가 공공 플랫폼을 마련하면 된다. 영리 플랫폼 진입을 금지해야 한다.
2017년 비급여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겠다는 문재인케어는 계획은 있었지만, 핵심과제인 ‘예비급여’는 도입되지 못했다. 공공병원 확충계획도 극히 일부만 설계논의를 아직 하고 있다. 이처럼 보건의료정책에 대한 과거 민주당정부의 약속은 지연되고 불이행되어 불신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재명정부는 시민들의 열망을 저버리지 않고, 한국의료 쇄신을 위해 보다 구체적인 정책 목표를 제기하고 약속한 건강보험중심의 의료체계와 공공의료확충을 이뤄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윤석열정부의 의료개혁특위에서 논의된 각종 의료민영화 패키지 정책들은 모조리 잘라내고 폐기 해야 한다. 의료민영화정책을 추진하면서 건강보험과 공공의료확대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은 거짓이거나 망상에 가깝다.
2025년 8월 13일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건강권실현을위한행동하는간호사회,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