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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봉 교수, 환자를 위할 때 기적도 가능 1년 대기 수술 3일만에 시행

6월 30일 오후 빅4 병원에 다니는 30대 초반 남자 뇌전증 환자가 200페이지가 넘는 진료기록지를 들고 찾아왔다. “선생님, 내년 9월에나 가능하다는 뇌전증수술을 빨리 받기 위하여 왔습니다, 제발 살려주십시오.”라고 말했다. 남자는 너무 불안하고 간절했다. 우울증이 매우 심하고 매일 자살생각을 하고 있었다. 가족도 없이 혼자 살고 의지할 데가 없다. 심한 우울감 뒤의 깊은 절망감이 피부로 느껴졌다. 매우 위험한 수준임을 직감하고 남자에게 뇌전증도움전화(1670-5775)의 긴급 우울자살상담을 연결하였고, 주치의가 어떤 수술을 원하는지 소견서를 받아서 바로 다시 오라고 했다. 환자는 다음 날 빅4 병원 주치의 소견서를 가지고 왔다. 양쪽 측두엽에서 발생하는 약물 난치성 뇌전증으로 절제 수술이 불가능하고 우울증이 심해서 신경자극술(미주신경자극술)을 원한다고 쓰여 있었다. 환자의 뇌파검사결과지를 리뷰하고 빅4 병원 주치의에게 이메일로 다시 확인한 후 강남베드로병원 뇌전증수술팀에 미주신경자극기 수술을 의뢰했다. 수술 날자는 3일 후로 잡혔고, 오늘 미주신경자극기 수술을 시행했다. 1년 이상 대기하던 뇌전증 수술이 단 3일만에 이루어졌다. 환자도 놀랐고 나도 놀랐다. 의료대란 중에도 환자를 최우선으로 생각할 때 기적도 가능하다. 이 환자에게는 생명의 숭고함을 일깨워주었고 삶의 희망을 주었으며, 절망의 늪에서 벗어나게 하였다. 3일내 수술이 가능하게 도와주신 강남베드로병원 수술팀(신경외과, 마취과, 수술장 직원들)에게 깊은 감사를 표한다. 빅4 상종병원에서 불가능한 일이 이 병원에서는 가능하다. 물론 전공의 의존도가 매우 높은 상종병원들은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다. 하지만 정말로 수술이 급한 중증 환자들을 위하여 더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지 수술팀과 마취과는 고민해야 한다. ‘내가 힘든데 뭘 더해’라고 말하지 말고, 수술을 받지 못하여 쓰러지고 죽어가는 환자가 내 가족이라고 가정해 보자. 정부는 전공의 의존도가 적거나 없는 종소종합병원 지원책을 시급히 마련해라. 필자는 오전 8시에 출근하여 밤 10시에 퇴근하고 토요일, 일요일에도 병원에 나간다. 왜냐하면 상종병원의 전임의나 젊은 교수들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종병원 3-4명 교수들이 하는 일을 혼자서 너끈히 하고 있다. 밖에는 중증 뇌전증 환자들이 쓰러지고 죽어가고 있는데 어떻게 집에서 편히 쉴 수 있나. 지난 주에는 미국에 사는 모녀가 왔다. 14살 딸이 처음 경련발작을 했는데 미국 의사가 미덥지 않아서 왔다고 한다. 뇌파검사 후 구로우리아이들병원 은백린교수와 상의한 후 상세한 설명과 적절한 대처법을 알려주었다. 미국에서 질문이 있으면 뇌전증도움전화로 언제든지 연락하시라고 했다. 엄마는 매우 만족했고 여러 번 감사하다고 했다. 필자가 정년 후 병원을 이동하면서 수많은 최초가 있었다. 중소종합병원 최초 뇌전증 수술 시작, 최초 비디오뇌파검사실 4실 운영, 최초 수술 로봇 도입, 최초 뇌전증 수술 10건 달성, 이번에는 전국 병원 최초로 3일만에 뇌전증 수술(미주신경자극술)을 시행하였다. 앞으로도 최초는 많이 남아있다. 생각이 중요하다. 가능하다는 생각은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고, 불가능하다는 생각은 모든 것을 실패로 이끈다. 새 정부가 공무원들의 생각을 ‘불가능하다’에서 ‘가능하다’로 바꾼다면 나라를 새로 세우는 것이다. 필자는 중증 뇌전증 환자들의 치료를 위하여 국내 최초로 무엇을 할 것인지 계속 찾고 있다. 의학 발전이 너무 빨라서 끝이 없을 것 같다.


홍승봉 교수
뇌전증지원센터장
성대의대 신경과 명예교수
강남베드로병원 신경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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