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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민사회단체 보건의료 국정과제 요구 국정기획위원회 면담 요청 기자회견

공공의료 확충하고 건강보험 강화하라!


이재명 정부의 국정기획위원회가 새 정부의 국정과제를 다듬고 있다. 윤석열이라는 희대의 무도한 자를 대중의 힘으로 파면한 후 들어선 정부가 전 정부의 폐해를 깨끗이 청소하고 더 나은 삶의 질을 보장해 줄 것을 바라는 건 당연하다.


무엇보다 건강하고 안전한 삶의 질을 보장 받는 것이 단연 중요하다. 누구 할 것 없이 ‘건강이 최고’라고 말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질병은 가장 고통스런 경험이고 죽음으로도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질병은 자신과 가족의 삶 전체를 송두리째 파괴할 수 있는 두려운 존재다. 국민의 거의 대부분이 비싼 돈을 내면서도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하고 있는 현실이 이를 잘 보여준다. 국가는 이러한 두려움을 없애주고 안전하고 건강하게 살 권리를 보장해야 할 책임이 있다.


그러나 적어도 2000년대 이후 지금까지 이러한 책임을 제대로 수행한 정부는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민주당, 국민의힘 계열 정부 모두 그랬다. 환자를 중심에 두는 게 아니라 병원과 기업들의 돈벌이가 중심이었다. 의료 민영화-산업화는 모든 정부의 숨겨진 모토였다. 그래서 민간 의료기관이 지배하는 보건의료체계를 아무도 건드리지 않았다.


응급실뺑뺑이, 소아과오픈런, 지역의료 소멸이 심각한 문제가 된 지 오래고, 10퍼센트 미만의 공공병원이 스페인독감 이후 최대의 팬데믹 코로나19를 거의 전적으로 책임지고, 95퍼센트에 달하는 민간병원들은 팬데믹에서조차 돈을 밝히며 몸을 사리는 기가 차는 현실에도 정부는 사실상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코로나 전사’라 칭송받은 정은경 전 질병청장은 보건복지부 장관에 내정돼 보상을 받았을지 모르지만, 코로나19 ‘영웅’이라며 치켜세웠던 공공병원과 그 의료진들은 토사구팽 당했다. 코로나19에 전적으로 헌신했다는 바로 그 이유로 공공병원들은 위기에 빠졌고 이 때문에 의료진들은 병원을 떠나고 남은 노동자들은 임금이 체불될 지경이다.


이재명 정부가 이러한 고질적인 문제들을 한 번에 해결하리라 기대할 수는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적어도 그 해결을 위한 일보는 내 디뎌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실망스럽게도 그렇지만은 않다. 우리는 국정기획위원회가 우리의 시급한 요구를 수용해 국정과제로 포함하기를 강력히 요구하며 국정기획위원회 책임자 면담을 요청한다.


무엇보다 공공병원을 신속히 확충하라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에서 공공병상 확충과 울산의료원 신설을 공약했다. 그리고 공공의대와 유사한 공공의료 사관학교를 신설하고 전남과 전북, 인천에 공공의대를 설립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자신이 약속한 응급실 뺑뺑이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응급실 뺑뺑이는 민간의료기관이 생명을 살리는 배후 진료과목이 상대적으로 돈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투자 및 고용을 기피해서 생기는 문제다. 윤석열도 했던 수가 신설, 수가 인상, 보상체계 구축 등으로는 이 문제를 결코 해결할 수 없다. 법적 강제도 없이 돈으로 유인하는 방식은 재정 낭비이자 민간병원 배불리기일 뿐임이 이미 입증됐다.


민간병원이 절대로 하지 않을 일을 계속 민간에 맡겨서는 안 된다. 국가가 과감한 재정 투자로 공공의료를 대폭 확충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고 근본적 해결책이다.


최근 설문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으로 ‘지역 간 격차’(71.2퍼센트)가 1위를 차지했다. 그리고 꼭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민간이 충분히 제공할 수 있다는 주장에 반대하며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94.9%였다. 다른 조사에 따르면 공공병원이 필요하다는 질문에 81%가 동의했다. 국민의 절대 다수가 지역 의료 소멸 등을 가장 심각한 문제로 보고 있고 이를 해결할 공공의료와 공공병원을 원하는 것이다.


‘국민주권정부’를 표방하는 이재명 정부는 이러한 ‘국민의 뜻’을 받들어 심각한 지역 의료 소멸 문제를 질 좋은 공공병원 설립으로 해결해야 한다. 한두 지역의 공공병원 설립으로는 어림도 없다. 울산의료원의 신속한 설립을 출발로 공공병원이 지역 곳곳에 들어서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주창하는 지역 균형 발전은 공공병원 설립 없이는 공염불이다.


코로나19와 같은 신종 감염병이 머지 않아 닥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측을 고려하더라도 공공병원의 신속한 확충은 국민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다.


의료민영화·산업화 중단하라


아쉽게도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에서 의료민영화 반대를 명시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오히려 윤석열 정권이 추진하던 의료민영화‧산업화 정책을 계승하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AI 등 신산업을 육성한다면서 “기업의 연구·개발을 위한 공공데이터 개방”, “의료, 금융 등 산업별 데이터 결합 활용을 위한 규제 혁신” 등을 공약했다. 데이터3법 개정으로 가명정보가 개인 동의 없이 사고 팔릴 수 있는 길이 열린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는 그것을 가장 민감한 의료정보까지로 넓히려 해왔다. 이재명 정부가 그것을 계승하려는 듯해 유감이다. 특히 윤석열이 ‘공공데이터’라며 건강보험공단에 쌓인 막대한 대규모 개인 의료‧건강 정보를 민간보험사에 개방하려 해서 시민들의 분노에 직면했다는 점을 새 정부는 기억해야 할 것이다.


또 이재명 대통령은 “비대면진료 제도화”를 공약했다. 비대면진료는 단순히 대면이냐 비대면이냐 하는 문제가 아니라, 기업들이 민간 플랫폼을 장악해서 의료를 상업화하기 위한 경로다. SK, KT, 네이버, 카카오, 그리고 거대 민영보험사 등이 의료에 뛰어들어 영리화하고 돈벌이를 위해 기다리는 제도다. 이것이 제도화되면 영리병원이 생기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내 의료비는 오르고 과잉진료는 더 늘어날 것이다. 민간 플랫폼을 위한 의료민영화 비대면진료 법제화는 추진하지 말아야 한다. 필요한 것은 지역마다 의료와 돌봄을 제공할 수 있는 기관과 인력이다. 도서‧벽지 등에 막상 비대면진료는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다.


'네거티브 규제', '규제샌드박스 적용 확대' 약속도 우려스럽다. 이것은 기업만을 위한 전방위적 규제완화다. 규제샌드박스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산물인 기업청부입법인 '규제프리존법'에서 유래한 것이다. 그 내용은 시민의 안전과 권리를 지키기 위한 기존 법령을 무시하고 임시허가와 실증특례로 기업의 무규제한 사업을 허용하는 것이다.


최근 입법예고 기간이 종료된 신의료기술 ‘시장 즉시 진입’ 제도도 마찬가지 맥락에 있다. 이는 충분한 검증을 거치지 않은 신의료기기를 기업 이윤을 위해 환자들을 상대로 시험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최근 최준일 가톨릭의대 교수는 “즉시 진입 제도는 기업이 검증 노력 없이 수익만 올리는 방향으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박성호 서울아산병원 교수도 “AI 기술은 현장 상황에서 예기치 않은 오류를 낼 수 있어 정밀한 검증이 필수”라며 “의료현장이 위험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제도는 AI 기반 진단보조 의료기기 등의 기업들이 학수고대하는 제도다. ‘AI 3대 강국’을 위해서라며 이런 규제완화가 추진돼선 안 될 것이다.


건강보험과 의료보장을 더욱 강화하라


이재명 후보는 윤석열과 마찬가지로 임기 5년간 달성할 건강보험 목표 보장률을 제시하지 않았다. 일부 질환들과 항목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만 제시했다. 이 정부의 건강보험 강화 의지를 의심케 한다.


이러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저인 한국의 건강보험 보장성을 획기적으로 확대할 수 없고, 5년 후에도 60퍼센트 중반대 보장률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임기 전반기 OECD 평균인 74퍼센트, 임기 후반기 일본의 84퍼센트 수준을 목표로 보장성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대선에서 약속한 건강보험에 대한 “안정적인 국고 지원 확보”를 위해 ‘항구적 국고 지원’을 당장 법제화해야 한다. 그리고 비슷한 제도를 운영하는 이웃나라들과 비슷한 수준(대만 36퍼센트, 일본 28퍼센트)으로 지원을 대폭 늘려, 건강보험 전체 재정의 최소 30퍼센트를 국가가 부담하도록 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건강보험 실질 국고지원율은 OECD 회원국 중 최하위인 14퍼센트에 불과하다.


또한 기업과 부자들의 건강보험 보험료를 선진국 수준으로 대폭 늘려야 한다. 기업 부담 증대와 충분한 국고 지원으로 튼튼한 건강보험 재정을 만들어 보장률을 대폭 높임으로써, 비싼 민간의료보험이 없어도 마음 놓고 병원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무상의료).


대다수 서민들도 더 의료보장을 높여도 모자랄진대, 복지부가 지금 의료급여 정률제 개악을 입법예고해서 빈곤층 의료비를 대폭 높이려 하고 있다. 많게는 10배에서 20배가 오를 것이다. 가장 가난한 사람들의 병원문턱을 높이는 이런 야만적 제도부터가 당장 철회되어야 한다.


위에서 제시한 세 가지 요구는 가장 시급하고 기본적인 것이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상당한 국가 재정이 필요하다. 재정은 언제나 있다. 윤석열 정부가 부자와 기업에 수십조 원 감세 혜택을 줘서 그들이 돈방석에 앉는 동안 엄청난 세수 결손과 재정 악화가 발생했다. 이런 패악질만 되돌려도 부족한 복지를 제공하고도 남을 것이다. 또 이재명 정부가 전망도 불투명한 ‘AI 3대 강국’을 위해 100조 원을 투자할 수 있다면,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책임인 국민 건강권 보장을 위해 돈을 쓰지 못할 이유는 없다.


이재명 대통령은 요양병원 간병비를 급여화하겠다는 좋은 공약을 내놓으면서도 “재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하겠다고 했다. 재정이 허용하는 범위가 아니라 국민에게 필요한 일을 위해 재정을 만들어 내는 것이 진정한 능력이다. ‘부자에게 세금을, 서민에게 복지를’ 제공하는 것 말이다.


최근 이재명 정부의 첫 내각 각료 인선은 우려를 갖게 한다. 전체 내각에서 기업인 출신이 다수를 차지하고, 복지부 2차관에 박근혜 정권 시절 의료민영화를 추진해 온 이형훈이 임명되고, 유임된 오유경 식약처장도 기업을 위해 규제를 완화해 온 인물이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지명자가 “대한민국의 성장을 이끌 핵심 동력으로 바이오헬스 산업도 적극 육성하겠다”며 복지부의 정체성과 동떨어진 산업 육성을 다짐한 것도 우려스럽다. 이재명 정부의 이러한 친기업 행보는 위에서 제시한 우리의 요구 실현과는 상반되는 방향이다.


우리는 친기업으로 쏠리는 이재명 정부에 경고하며 ‘국민주권정부’에 걸맞게 국민의 절대 다수인 노동자·서민 친화적인 행보를 보일 것을 촉구한다. 그 출발이 국민 건강권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것이다.


2025년 7월 3일

의료민영화저지와무상의료실현을위한운동본부

가난한이들의건강권확보를위한연대회의,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건강권실현을위한행동하는간호사회,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노동건강연대,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건강세상네트워크,대전시립병원설립운동본부,한국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건강보험하나로시민회의,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동조합총연맹,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공공운수노조의료연대본부,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전국농민회총연맹,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전국여성연대,빈민해방실천연대(민노련,전철연),전국빈민연합(전노련,빈철련),노점노동연대,참여연대,천주교빈민사목위원회,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평등교육실현을위한전국학부모회,사회진보연대,장애인배움터너른마당,일산병원노동조합,학교급식전국네트워크,약사의미래를준비하는모임,행동하는의사회,건강보험심사평가원노동조합,전국공공연대노동조합연맹,전국정보경제서비스노동조합연맹,건강정책참여연구소,민중과함께하는한의계진료모임길벗,전국보건교사노동조합


좋은공공병원만들기운동본부

HIV/AIDS인권활동가네트워크, KNP+(한국HIV/AIDS감염인연합회),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건강권실현을위한행동하는간호사회,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건강세상네트워크, 공공병원설립운동연대, 공공의료성남시민행동, 대전의료원설립시민운동본부, 울산건강연대, 사단법인 토닥토닥, 화성시립병원건립운동본부, 공공병원설립을위한부산시민대책위, 국민건강보험공단일산병원노동조합, 대구경북보건복지단체연대회의, 대구참여연대, 대한물리치료사협회, 민주평등사회를위한전국교수연구자협의회, 부천시공공병원설립시민추진위원회, 빈곤사회연대, 서부경남공공병원설립도민운동본부, 시민건강연구소, 약사의미래를준비하는모임, 연구공동체 건강과대안, 올바른광주의료원설립시민운동본부, 웅상공공의료원설립추진운동본부, 의료민영화저지와무상의료실현을위한운동본부, 의료영리화저지와의료공공성강화를위한제주도민운동본부, 인천공공의료포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건강보험심사평가원노동조합,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 의료연대본부, 전국농민회총연맹,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참여연대, 코로나19의료공백으로인한정유엽사망대책위원회, 한국노동조합총연맹, 한국중증질환연합회, 행동하는의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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