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환경예산, 복지예산 등을 제대로 집행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중 불용규모가 두 번째로 큰 것은 의료급여(5천억)인데, 아파도 병원조차 가지 못하는 빈곤층이 곳곳에서 신음하는 사이 정부는 있는 예산조차 사용하지 않았다니 개탄을 금할 수 없다.
의료급여, 기초생활보장제도 중 가장 넓은 사각지대를 가진 급여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에는 크게 생계, 의료, 주거, 교육급여가 있다. 이 중 교육급여와 주거급여는 각각 2015년과 2018년에 부양의무자기준이 폐지되었으나 생계급여와 의료급여에는 여전히 남아 있다. 그나마 생계급여의 경우 2021년 이래 부양의무자기준이 지속적으로 완화되어 사각지대의 규모가 줄어들고 있으나, 의료급여의 경우 중증장애인을 제외하고는 부양의무자기준 완화조차 진행되지 않아 가장 넓은 사각지대를 방치하고 있다. 이번 불용액은 아프면 가난해지고, 가난하면 아프기 쉬운 세상에서 돈 때문에 치료받을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수많은 국민들을 외면한 결과다.
배정된 예산도 쓰지 않으면서 의료급여 더욱 후퇴시키려는 보건복지부
더 심각한 문제는 있는 예산도 집행하지 않는 보건복지부가 의료급여 수급자들의 의료 접근권을 더욱 해치려 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선이 막 끝난 지난 6월 5일, 혼란스러운 틈을 타 보건복지부는 의료급여법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이에 따르면 현재 정액제인 수급자들의 병원비는 정률제로 변경되고, 더 큰 비용 부담을 떠안게 된다. 현재 500원인 약값은 최대 5천 원으로 오르고, 2천 원인 외래진료비용은 최대 2만 원으로 오른다. 지금도 비용부담 때문에 병원에 가기를 꺼리는 수급자들이 많다. 의료급여 수급자를 달가워하지 않는 것 같아 병원 가기를 주저하는 수급자가 많다. 이런 수급자의 주머니라도 털어 세수 부족을 메꾸겠다는 보건복지부의 복지 파괴적 행보 속에 우리 사회 의료공공성이 말라붙고 있다.
빈곤층 예산 불용, 빈곤층의 생존권과 사회권 파괴다
빈곤층 예산 불용은 예산을 효율적으로 집행한 결과가 아니라 있는 복지도 제대로 활용하지 않았다는 의미이며, 행정부 나태함의 방증이다. 있는 예산도 활용하지 못하면서 수급자의 권리 축소에만 발빠른 보건복지부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보건복지부는 지금 즉시 의료급여 개악안을 철회하고, 불용 예산을 사용할 수 있는 의료급여 사각지대 해소방안을 마련하라.
2025년 6월 10일
기초법바로세우기공동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