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복지부가 공청회를 열어 진료지원업무 제도화 방안을 발표했다. 간호사들은 의사 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의사집단행동 사태까지 벌어져 의사 업무를 전가 받아 수행 중이다. 복지부는 이러한 비정상 상황을 정상화하는 것이 아닌, ‘이미 하고 있는 업무’라는 이유로, 위험하지만 업무를 수행할 수 밖에 없는 현재의 비정상 상황을 그대로 제도화하는 방안을 발표 했다.
복지부는 이번 제도화 방안에 환자 안전에 대한 고려는 없이, 간호사 업무범위를 과도하게 확대시키는 안을 포함했다. 반면 복지부의 간호법과 간호법 시행령, 시행규칙 그 어디에도 간호사들이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간호사 1인당 환자 수 기준 마련 등의 간호사 보호방안은 부재했다. 이에 의료연대본부는 복지부에게 ‘전담간호사 제도로 인해 환자 안전을 위태롭게 하거나 병원 노동자의 노동조건이 저하되어서는 안된다’는 원칙을 내걸고 항의 중이다.
복지부가 지정한 진료지원 업무범위 45가지를 그대로 제도화 하게되면 환자의 안전은 위태로워진다. 의료연대본부는 “복지부가 정한 간호사 업무범위는 간호사의 업무를 과도하게 확대하여 환자와 간호사의 안전에 중대한 위해를 가할 수 있으므로 아래 내용은 제외 한다”며 복지부가 제시한 업무의 위험성과, 왜 위험한지에 대해 현장의 사례를 들어 자세히 설명하고 제외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의료 행위를 대리로 기록하게 하는 제도화 반대
의료연대본부는 ‘기록 및 처방 지원(진료·수술·마취 기록 초안 작성, 수술·시술 및 검사·치료 동의서 초안 작성, 소견서·진단서 초안 작성 등)’에 대해 행위자와 기록자를 일치하는 것은 의료기록의 기본이므로, 행위자를 대리하여 초안을 작성하지 않도록 요구했다. 간호사 업무범위는 업무 수행 가능 여부만으로 단순하게 정해서는 안되며, 환자에게 미칠 영향을 따져봐야 한다. 해당 기록은 의학적 판단과 계획을 세우고, 환자의 치료 과정과 상태를 기록하는 행위이다. 이는 법적 책임 문제뿐 아니라, 환자 안전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행위자가 직접 수행해야 하는 업무다.
의료연대본부는 “지금 현장에서는 의사가 환자의 상태를 직접 살피지 않고, 간호사에게 사진을 받아 판단하는 경우들이 다수 존재한다”라며 “이러한 비정상 상황을 제도화 할 경우, 환자가 의사를 만나는 시간이 지금보다 훨씬 더 줄어들 것”이라고 현장 상황을 전했다. 의료연대본부는 의견서에도 환자 위험을 최소화 하기 위해 “전담간호사 업무 관련 기록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모든 기록은 본인 명의로 하고 행위자와 기록자를 반드시 일치하게 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과도하고 모호한 업무범위 확대는 환자 안전 위협
행위를 명확하게 정의하기 어렵고 범위를 특정하기 어려운 경우 많다. 복지부 제시안 중, ‘객관적 사실 확인을 목적으로 하는 검사 지원’이나 ‘호흡치료’ 는 구체적 행위에 대한 설명이 없고 범위가 모호하다. 이런 업무범위는 현장에 혼란을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업무 자체의 위험성이 큰 경우도 다수다. ‘절개와 배농’, ‘흉관배액관 등의 삽입·교체·제거’ 등의 침습적 처치, 의사가 상주 하지 않는 상태에서 ‘중심정맥과 조영제 투여’ 등은 위험성이 큰 행위들이다. 복지부는 이를 업무범위로 정해놓고 “200시간 교육과 추가 심화 교육”을 실시해 간호사가 수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전문간호사 업무범위로 정해 놓은 ‘골수천자’는 뼈를 똟어서 검체를 채취하는 행위로 환자가 매우 고통스러워하고 부작용도 큰 행위다. 현장 간호사들은 “해당 교육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며 “무엇보다 ‘교육받으면 다 할 수 있다’는 식의 안일한 사고는 환자 안전을 위태롭게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의 비민주적 제도 도입과 관리감독 부재의 문제
현재 복지부의 방안에는 제도를 위반하거나 부적절하게 시행할 경우, 이에 대한 강제 내용이 없다. 법령을 위반해도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복지부가 현재 시행 중인 간호사 업무관련 시범사업(진료지원 간호사 시범사업)에 대해 복지부가 평가조차 제대로 시행하지 않은 것이다. 해당 시범사업은 진료지원간호사 업무 제도화의 바탕이 되는 시범사업이다. 평가를 제대로 시행하지 않은 것에 더해, 평가 결과도 공시하지 않아 현장에서는 복지부가 제도를 투명하게 운영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에 의료연대본부는 복지부에게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최대한 많은 간호사의 의견을 수렴한 후, 공청회(안)에서 수정된 새로운 안을 낼 것을 요구했다. 또한 법령 위반 시 의료기관장에게 의료법 위반 처벌과 더불어 각종 병원 평가, 지원, 보상 등에서 불이익을 주고, 위반 내용을 공시할 것을 요구안에 담았다. 또한 ▲충분한 의견 수렴 후 제도를 만들 것과 ▲제도가 안전하게 시행될 수 있도록 복지부에서 직접 제도를 관리하고 정기적으로 평가해 그 결과를 공개할 것을 의견서에 담았다.
전담간호사 보호방안 부재와 인력공백 사태 방치
보호방안이 빠져있는 것도 문제다. 현재 간호사들은 휴게시간도 보장받지 못한 채 일하며, 간호사가 직접 병원에 문제제기를 할 수 없는 위계적 관계에 놓여있다. 간호사들은 계속해서 간호사 노동권 강화, 인력충원, 간호사 1인당 환자수 법제화 등의 보호방안 마련을 요구했으나, 복지부는 이번에도 간호사들의 요구를 반영하지 않았다. 또한 진료지원업무를 수행하는 동안 발생한 인력공백에 대해서는 어떠한 방안을 내놓지 않은 상황이다.
의료연대본부는 의견서에 ▲‘전담간호사 제도로 인해 환자 안전을 위태롭게 하거나 병원 노동자의 노동조건이 저하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운영 원칙으로 담았다. 또 진료지원간호사 업무로 인해 병동 입원환자 간호 질이 저하되지 않도록 ▲진료지원간호사는 간호관리료 차등제 인력 기준에 포함시키지 않는다. ▲진료지원간호사 업무로 인해 빠진 인력을 즉각 충원한다. ▲진료지원간호사가 일반간호사로 배치전환을 원 할 경우 배치전환 한다. ▲진료지원 업무로 인해 진료지원간호사에게 발생한 모든 문제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은 의료기관장이 진다. ▲진료지원간호사에 대한 인사, 교육, 평가 등을 담당하는 관리 부서는 간호부 내에 두어야 하며, 관리주체는 진료지원업무에 대한 이해와 경험이 있는 자로 한다. 등 인력운영에 대해 요구했다.
의료연대본부는 복지부 주최 진료지원업무 제도화 방안 공청회에 참여해 피켓팅을 하며 환자 안전을 위협하고 간호사를 보호하지 않는 정부를 상대로 항의했다. 이어서 복지부와의 면담을 진행해 복지부가 내놓은 제도에 대한 본부의 입장을 전했다. 이후 현장 간호사를 대상으로 제도화 방안 설문조사와 항의 기자회견을 준비 중이며, 진료지원업무 제도의 상위법인 간호법 시행령 시행규칙에 대한 의견서를 정부에 제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