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1993년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에서 뇌전증-수면 임상전임의를 하던 시절이었다. 집에서 잠을 자고 있는데 새벽 2시에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뇌전증약을 먹는 환자인데 불면증 때문에 병원으로 전화가 와서 연결시켜 주었다. 40대 여성 환자인데 잠을 못자겠다고 자게 해달라고 호소하였다. 약 20분 정도 전화로 환자의 증상을 잘 들어주고 오늘 잠을 못자도 큰 문제가 없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어두운 조명에서 소일하다가 잠이 오며 침대에 다시 들어가라고 조언하였고 환자는 잘 알겠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만약 환자가 병원에 오겠다고 하면 필자도 병원에 나가야 했다. 미국에는 그 때에도 비대면 전화상담료가 있었다. 지금 한국에는 외래 진료를 받는 환자가 문제가 발생하여 상담하려면 다시 진료를 예약하는 방법밖에 없다. 왜냐하면 진료 없이 중간에 전화로 상담해도 수가가 없기 때문이다. 극히 일부 병원은 의료상담 전화번호를 알려주는데 전화가 많이 온다. 담당 간호사는 전화를 받으면 정리해서 의사에게 물어본 후 의사의 지시를 다시 환자에게 전달한다. 간호사, 의사 모두 무료 봉사해야 한다. 어느 병원, 어느 의사가 이것을 하려고 하겠는가. 미국에서는 30년 전에도 할 수 있었던 비대면 전화상담이 한국은 아직도 불가능하다. 비대면 진료는 아니라도 진료 중간에 하는 비대면 전화상담료는 빨리 신설되어야 한다. 특히 요즘은 다니던 대학병원 응급실에 가도 정말 중증 응급이 아니면 받아 주지도 않고 4-5시간 기다리는 것이 보통이다. 진료 중간에 상담할 수 있는 비대면 전화상담료가 빨리 만들어져야 한다. 그래야 병원도 전담 간호사를 고용하여 환자들에게 최대한 편리를 제공하며 전화상담만이 응급 조치로 이어져서 생명까지 구하게 된다. 같은 병이라도 개별 환자의 증상, 치료법, 약물 용량, 특성, 주의점 등은 모두 다르다. 비대면 전화상담은 환자의 진료기록지를 볼 수 있는 그 병원의 간호사와 의사만이 할 수 있다.
비대면 전화상담료가 없는 한 한국 진료는 미국 등 선진국을 절대로 따라갈 수 없다. 우선 종합병원부터 비대면 전화상담료를 비급여로 인정하고 시작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 현재 전화 상담은 환자가 담당간호사에게 전화를 하면 간호사는 증상을 상세하게 물어보고 진료기록지를 찾아서 약물 종류, 용량 등을 정리한 후 의사에게 전달하고 답변을 받은 후 다시 환자에게 전화해서 전달한다. 중증 복잡 환자의 경우는 이 과정이 2-3회 반복되기도 한다. 무료 전화 상담을 제공하는 의료진은 더 힘들지만 환자에게 큰 도움을 주므로 버티고 있다. 하지만 국내 종합병원이 이런 무료 전화 상담을 제공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필자는 미국 종합병원에서 임상수련을 받은 경험을 바탕으로 1994년 11월에 미국과 같이 진료 중간에도 질환에 관련된 문제가 발생하면 전화상담을 해주는 전문간호사를 국내 최초로 만들었다. 이것이 지금 전문간호사의 시초이다. 그 분은 윤수영 전문간호사이고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주하여서 간호사 생활을 하였고, 두 번째 전문간호사가 최수정 현 한국전문간호사협회 회장이다.
홍승봉교수
뇌전증지원센터장
성대의대 명예교수
강남베드로병원 신경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