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광주의 한 어린이집에서 다급한 전화가 뇌전증도움전화(1670-5775)로 걸려왔다. "저희 원생 중에 뇌전증이 있는 아이가 있어요. 원래는 이렇지 않았는데 어제는 호흡이 아예 없었어요. 이러다가 죽을 수도 있는 건가요? 무서워서요." 아이가 광주의 대학병원에 다니고 있지만 어린이집에서 한 달에 한번 전신강직간대발작을 한다면서 어린이집 원장이 아이가 죽을까 무섭다고 호소한다. 이 아이는 돌연사 위험이 일반 아이들 보다 50배 높다. 아이 부모의 마음을 어떨지 상상하기 어렵다. 보건복지부 질병정책과는 이런 사실을 아는가 모르는가. 광주, 전주, 호남 지역에는 이런 중증 난치성 뇌전증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4차 뇌전증센터가 단 한곳도 없다. 대구, 대전, 춘천, 그리고, 그 큰 경기도에도 단 한곳도 없다. 소위 잘 산다는 나라치고 이런 나라가 또 있을까. 뇌전증지원센터는 2기 사업으로 부산, 광주, 대전, 대구, 인천, 제주, 전주에 광역시 지부를 설치하고 뇌전증 진료 및 수술 연계시스템을 구축하려고 기획하였으나 정부는 가혹하게 지원을 중단하였다. 정부의 무관심과 무대책으로 지방에서 뇌전증 아이들이 죽음의 문턱을 넘나들고 있다. 질병정책과 직원들은 처참한 뇌전증 아이들의 생명은 안중에도 없는 것 같다. 2019년 말에 여야 수십명 국회의원들의 도움으로 역사상 처음으로 뇌전증 예산을 확보했다. 그런데 올해 이상한 사람들이 빼앗아 갔다. 그 때 도와준 질병정책과의 천사 같은 직원들은 모두 어디에 가있나. 매일 여러 통의 뇌전증 환자 부모들의 상담 전화가 오고 있다. 전국 곳곳에서 언제 죽을지 모르는 중증 뇌전증 아이들을 멀리서 보면서 질병정책과의 무관심에 정말 치가 떨린다.
아이가 경련발작으로 숨을 쉬지 않는데 어떻게 하나요. 광주광역시는 대체 무엇을 하고 있나. 아이들이 중증 뇌전증 발작으로 죽어가고 있는데 서울 한곳에만 있는 뇌전증도움전화(1670-5775)밖에 도움을 청할 곳이 없다. 어린이집 원장은 “기도 확보를 할 수 있도록 고개를 옆으로 젖히고, 호흡을 하지 않자 심폐소생술을 했다고” 말한다. 심장 박동이 실제로 멎었는지는 모르겠다고 한다. 아이가 전신경련발작을 하는 동안에는 호흡이 멈추지만 발작이 끝나면 곧 돌아온다. 경련발작이 길어지면 입술이 파랗게 변하고 더 길어지면 흑색으로 변한다. 하지만 경련발작을 하는 동안에는 심폐소생술을 하면 안 된다. 발작이 끝나면 대부분 호흡과 혈색이 돌아온다. 만약 발작이 끝나도 호흡이 돌아오지 않고(가슴 움직임을 잘 볼 것) 얼굴이 흑색으로 계속된다면 드물지만 심장마비가 발생한 것일 수 있다. 이때에는 너무 서두르지 말고 손목 동맥이나 목 부위 경동맥을 촉지하여 심장 박동이 정말 없는지 확인한다 (평소에 심장 박동을 확인하는 연습이 필요함). 만약 심장 박동이 없다면 바로 심폐소생술을 시작하고 119에 전화를 한다. 뇌전증 발작이 5분 이상 지속되거나 의식이 돌아오지 않을 때에도 119에 전화하여 응급조치를 받아야 한다.
뇌전증 어린이가 다니는 어린이집 원장과 학교선생님들은 근처 소방서에서 1년에 한 번씩 심폐소생술 교육을 신청하고 받아야 한다. 그래야 아이를 살릴 수 있다. 전국 뇌전증 환자들의 심층 의료 상담은 지금 뇌전증도움전화 혼자서 하고 있다. 매일 의료상담에 답을 달아주면 밤 12시가 넘는다. 힘들지만 한명이라도 더 살리기 위하여 뛰고 있다. 한국이 언제 뇌전증 후진국에서 벗어날지 앞날이 너무 걱정된다.
홍승봉 교수
전증지원센터장
성대의대 명예교수
강남베드로병원 신경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