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 l 축소 밴드공유

건약, 여성의 재생산권 보호를 위한 의약품 접근성 확대 시급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이하 건약)는 새로운 사회변화에 맞춰 새로운 의약품 정책마련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4개의 정책의제를 매일 1개씩 제시하고 있다. 품절약 문제, 약제비 문제, 의약품의 생태계 위협 문제에 이어 오늘 마지막으로 여성의 재생산권 보호를 위한 의약품정책을 제안한다.


국제사회는 계획하지 않은 임신에 대한 임신중지를 여성들의 신체적·정신적 건강과 이후 삶의 경로에서 중요한 건강권이자, 인권으로 인식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는 임신중지를 필수의료서비스로 규정하고 각 국 정부는 여성의 건강권과 재생산 권리 보장을 위해 임신중지 서비스 보장을 강조하고 있다. 게다가 2024년에 프랑스는 세계 최초로 여성의 임신중지권을 헌법상 권리로 보장하는 헌법 조문을 추가하였다. 유럽의회도 의약품 법을 개정하여 유산유도제(대표 상품명: 미프진) 관련 사용규칙을 국가별 규제를 넘어서 유럽 차원의 규제로 변경하여 유럽 내 모든 여성이 동등한 조건에서 사용할 권리를 보장받게 하는 조치를 취하였다. 또한 호주 정부는 지난 3월부터 여성의 재생산권 보장하기 위한 의약품 지원정책을 시행했다. 가임기 여성의 경구 피임약과 중년 여성의 폐경기 호르몬 치료제 등 여성 재생산권 보호에 필요한 의약품의 접근권을 보장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한국 여성들의 재생산권은 실종된 상태이다. 2019년 4월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이 있었지만, 6년의 시간 동안 임신중지권은 방치되어 있다. 임신중지 관련 정보가 매우 부족한 상황에서 병원마다 천차만별인 의료비, 비공식적으로 유통되는 유산유도제 등의 문제는 여전하다.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건강권 보호를 요구하기 위해 2023년에 3차례에 걸쳐 식약처에 유산유도제의 필수의약품 지정 및 신속도입을 요구하는 다수인 민원을 제기했으며, 2024년 7월에 식약처를 상대로 1,652명의 청구인들이 국민감사청구를 제기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식약처는 입법공백이라는 어처구니 없는 이유로 유산유도제 도입을 거절하고 있다.


2021년에 시민사회 차원에서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에 임신중지 경험을 가진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시행하였는데 90%이상의 응답자들이 '임신중지 비용을 마련하는데 부담이 있었다'고 답변하였으며, 심층인터뷰에서는 '수술환경에 대한 불안 등을 이유로 약물임신중지를 원하'며, '온라인에서 거래되는 비공식적인방법으로 약을 구했음에도 약을 먹고 발생할 수 있는 신체적 증상에 대한 설명을 듣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다고 답변하는 등 공식 도입된 유산유도제 부재에 의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었다.


대한약사회는 최근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를 통해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며, 임신중지를 위해 허가된 의약품의 임의적인 사용과 무허가 의약품의 불법 유통으로부터 여성 건강이 위협받는 상황이 더 이상 방치되어선 안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임신중지의 선택권 및 접근성 확대를 위해 미페프리스톤 성분 의약품의 조속한 도입 및 현재 상당부분 비급여로 관리되고 있는 여성의 재생산 건강 관련 의약품의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하여 건약은 다음과 같은 정책을 제안한다.


첫째, 미프진으로 대표되는 유산유도제의 필수의약품 지정 및 신속도입해야 한다. 낙태죄가 없어진 이후 시민들은 여성들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유산유도제 도입을 요구하는 운동을 지속해왔으나 한국은 여전히 OECD 국가 중 터키와 더불어 유산유도제가 도입되지 않은 유이한 국가이다. 유산유도제를 원하는 많은 여성들은 여전히 온라인에서 안전하지 않는 방법으로 약을 구매하고 있어서 또 다른 건강상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유럽과 미국 등 다수의 OECD 국가에서 유산유도제를 통한 임신중지를 선택하는 비중이 50%를 넘는다. 이는 임신중지를 선택하는 여성들이 저렴하며, 비침습적이고, 병원이 아니라 친숙한 환경에서 임신중지를 시도할 수 있는 약물임신중지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둘째, 피임약 및 폐경기 호르몬제 등 여성의 재생산권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의약품의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해야 한다. 호주와 캐나다, 유럽의 주요 국들은 피임약 구매를 정부가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저출산 정책기조를 이유로 피임에 대한 정부지원 정책이 전무하다. 이러한 제도적 지원 부재로 인해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재생산권이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여성의 재생산권 보호를 위해 피임목적 또는 생리통, 생리불순, PMS(월경전증후군) 등의 개선이나 폐경기 건강을 위한 의약품에 건강보험 적용이 확대되어야 한다.


건약이 제안하는 정책이 실현된다면 여성들은 자신의 건강과 삶에 대한 결정권을 더욱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안전한 유산유도제 도입으로 불법 약물 사용의 위험이 감소하고, 여성들이 자신의 상황에 맞게 임신중지 방법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될 것이다. 또한 피임약과 폐경기 호르몬약 등의 건강보험 적용 확대는 여성들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재생산 건강 관리를 향상시켜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여성 건강정책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추가적으로 건약은 오늘까지 4차례에 걸쳐 진행된 의약품 정책의제를 종합하여 대선후보 선거캠프에 전달할 예정이다.


2025년 5월 16일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이전화면맨위로

확대 l 축소 밴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