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정맥학회(이사장 김상동, 회장 김성철)는 8일 서울 용산구 백범기념관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최근 하지정맥류 수술 및 시술 환자에 대한 보험사의 무차별적인 입원 불인정 실태를 규탄하며 금융당국의 즉각적인 개입을 촉구했다.
■ “대법원 판결 자의적 해석… 합병증 발생해야 입원하라는 꼴”
학회에 따르면 갈등의 발단은 지난 6월 말 내려진 특정 하지정맥류 관련 대법원 판결이다. 보험사들이 이를 확대 해석해 카테터를 이용한 레이저·고주파 등 최신 최소 침습 시술 전반에 대해 입원 치료를 일괄 불인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상동 이사장은 “해당 판결은 개별 사안에 대한 판단일 뿐인데도, 보험사들이 의학적 근거 없이 자체 기준으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며 “진단부터 치료, 입원 여부 결정은 주치의의 고유한 임상적 권한이며 보험사의 행정 편의주의적 기준이 환자의 치료 선택권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국제 임상 지침과의 괴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국제 지침은 절개술보다 환자 회복이 빠른 레이저·고주파 시술을 우선 권고하지만, 현행 보험금 심사는 과거 방식의 절개 수술만을 인정하는 모순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성철 회장은 “입원은 수술 직후 합병증을 조기 예방하고 환자를 집중 관찰하기 위한 목적”이라며 “합병증이 실제로 발생했음을 입증해야 입원을 인정하겠다는 보험사의 논리는 의학 상식에 정면 배치된다”고 비판했다. 학회는 지난 8월 유관학회와 ‘입원 적정성 권고안’을 마련해 금융당국에 제출했으나,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는 이를 단순 사적 분쟁으로 치부하며 방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가이드라인 두고 의료계 ‘파열음’… “개원가 현실 외면” vs “최소한의 기준”
이날 간담회장에서는 학회의 권고안을 두고 의료계 내부의 격렬한 대립도 터져 나왔다. 질의응답 중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의사회 김승진 회장이 단상으로 난입해 학회 측 가이드라인의 폐기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김승진 회장은 “개원가 하지정맥류 수술 병원의 95%는 마취과 전문의가 상주하지 않는다”며 “이번 가이드라인은 대학병원이나 대형 병원 기준에 맞춰져 있어 일선 개원가의 진료 현실을 철저히 무시했다”고 직격했다. 이어 “동료 의사를 적으로 돌리고 진료를 위축시키는 기준”이라며 성토했다.
이에 대해 정맥학회 측은 “5개 유관 전문학회가 객관적 학문 근거를 바탕으로 도출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라며 “향후 6개월간 임상 현장에 시범 적용한 뒤 개원가를 포함한 현장 의견을 적극 수렴해 개정·보완하겠다”고 해명했다.
■ “결국 환자만 피해… 금융당국, 침묵 깨고 대화 나서야”
의료계와 보험사, 그리고 의료계 내부의 복잡한 셈법 속에서 결국 선의의 가입자들만 피해를 떠안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정맥학회는 “보험료를 성실히 납부하고도 약관 외 사유로 보상을 거부당해 치료를 망설이는 환자들이 급증하고 있다”며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더 이상 뒷짐만 지지 말고, 의료 전문가 단체와 즉각 공식 대화 창구를 열어 사태 수습에 나서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