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 크론병 환아 아버지 정찬희 씨, “수영 국가대표를 꿈꾸는 우리 아이의 꿈을 지켜주세요”… 스텔라라의 신속한 소아 적응증 확대 호소
▶크론가족사랑회 김정은 회장, “환자가 바라는 것은 특정 치료제에 대한 특혜가 아니라 자신에게 맞는 치료제를 사용할 기회”… 스카이리치의 신속한 건강보험 급여 요구
▶자문단, 해외 허가자료를 활용한 신속한 심사, 허가초과 사용 승인제도 검토, 합리적인 약가 결정과 제약회사의 적극적인 협의 필요성 제안
▶환자단체연합회, 제약회사에는 신속한 허가 신청과 적극적인 약가 협의를, 정부에는 신속한 허가·급여 결정과 환자 치료제 접근권 보장을 촉구
한국환자단체연합회(이하 환자단체연합회)는 지난 10월 16일(금) 오후 7시부터 8시 40분까지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강당에서 ‘크론병 환자의 치료제 접근권’을 주제로 제27회 환자샤우팅카페를 개최했다.
환자샤우팅카페는 환자와 가족이 치료 과정에서 겪은 고충·울분·피해를 마음껏 이야기하고(Shouting), 참석자들이 함께 위로하며(Healing), 문제 해결을 위한 지혜를 모으는(Solution) 소통공간이다. 환자단체연합회는 2012년 6월 27일부터 환자샤우팅카페를 개최해 왔다.
크론병은 입에서 항문까지 소화관 어디에서나 만성적인 염증이 발생할 수 있는 질환으로, 증상이 악화와 호전을 반복해 장기간 치료와 관리가 필요하다. 특히 소아·청소년 환자는 질환 자체와 영양 상태 악화 등으로 성장과 발달에 영향을 받을 수 있어 적절한 시기에 효과적인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다양한 생물학적제제와 새로운 기전의 치료제가 개발되고 있지만, 소아·청소년에게 허가된 치료제의 범위가 제한적이거나 새로운 치료제의 건강보험 급여 적용이 늦어지는 문제가 여전히 존재한다. 필요한 치료제가 이미 개발되어 있어도 식약처 허가나 건강보험 급여 여부에 따라 환자가 실제로 치료받을 기회는 달라지는 것이다.
이번 환자샤우팅카페에서는 크론병 환아 정로운 군의 아버지 정찬희 씨와 크론병 환자이자 크론가족사랑회 회장인 김정은 씨가 각각 소아 크론병 치료제의 적응증 확대와 성인 크론병 치료제의 신속한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요구하는 샤우팅을 했다.
“우리 아이의 꿈을 지켜주세요”… 소아 크론병 환아 아버지, 스텔라라 적응증 확대 호소
첫 번째 샤우팅에 나선 정찬희 씨는 수영 국가대표를 꿈꾸는 아들 정로운 군(만 10세)이 크론병으로 겪고 있는 고통과 소아·청소년 환자의 제한된 치료 선택지에 관해 이야기했다.
로운이는 만 5세에 크론병을 진단받았지만, 당시 필요한 생물학적 제제의 허가 연령에 해당하지 않아 약 1년을 기다려야 했다. 만 6세부터 항TNF 제제인 램시마(성분명: 인플릭시맙)로 치료를 시작했으나, 약 3년이 지나면서 약물 농도가 낮아지고 치료 효과가 감소해 다시 건강 상태가 나빠지고 있다고 했다.
정 씨는 현재 로운이가 사용할 수 있는 생물학적 제제가 램시마와 휴미라 등 항TNF 계열의 치료제로 제한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두 약은 같은 계열의 치료제이기 때문에 효과가 부족하거나 감소할 경우 다른 기전의 치료제가 필요하지만, 스텔라라(성분명: 우스테키누맙)는 국내에서 성인 크론병 치료제로 허가되어 있지만, 아직 소아 크론병 적응증은 허가되지 않아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정 씨는 미국, 유럽, 일본 등 해외에서는 스텔라라의 소아 크론병 적응증이 확대된 점을 언급하며 국내에서도 신속하게 허가해 줄 것을 호소했다.
로운이의 어려움은 치료제 문제에만 그치지 않았다. 정 씨에 따르면 로운이는 식사 제한으로 학교 급식을 거의 먹지 못하고, 면역억제 치료와 감염 우려 등으로 학교생활에도 많은 제약을 받고 있다. 그런데도 수영 국가대표라는 꿈을 포기하지 않고 훈련을 이어가고 있다.
정 씨는 “로운이에게 수영장은 학교에서 얻지 못하는 자신감과 자존감을 얻는 곳”이라며 “우리 아이를 국가대표로 만들어 달라는 것이 아니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많은 아이가 자신의 꿈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필요한 치료제를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스텔라라가 필요하다. 기존 치료제와 다른 기전의 약이 하나 더 필요하다. 제발 우리 아이의 꿈을 지켜달라”고 강조했다.
“새로운 치료제 하나가 환자에게는 또 하나의 기회”… 스카이리치 건강보험 급여 촉구
두 번째 샤우팅에 나선 김정은 크론가족사랑회 회장은 약 20년 동안 크론병과 함께 살아오면서 겪은 치료 경험과 새로운 치료제의 건강보험 급여 필요성을 이야기했다.
김 회장은 2007년 크론병을 진단받은 이후 합병증으로 2013년에만 세 차례 수술을 받았고, 이후 생물학적제제를 사용하면서 건강을 회복해 왔다고 설명했다. 지난해에는 부작용으로 치료제를 변경하면서 새로운 치료 선택지가 있다는 것이 환자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절감했다고 했다.
또한, 기존에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여러 표적치료제를 사용했지만 치료 효과 감소와 부작용으로 더 이상 선택할 약이 부족해 비급여 치료비를 부담해야 했던 다른 크론병 환자의 사례도 소개했다.
김 회장은 “크론병 환자들은 평생 질환을 관리해야 하고, 처음에는 효과가 있던 치료제도 시간이 지나면 효과가 감소하거나 부작용으로 변경해야 할 수 있다”며 “치료 선택지가 하나라도 더 남아 있다는 사실은 환자에게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스카이리치(성분명: 리산키주맙)는 2023년 11월 15일 국내에서 중등도에서 중증의 성인 크론병 치료제로 허가됐지만, 현재까지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환자들이 치료비 부담으로 쉽게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최근 같은 인터루킨-23 억제제 계열인 트렘피어(성분명: 구셀쿠맙)에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된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같은 계열이라도 성분과 환자별 치료 반응이 다르므로 스카이리치에도 건강보험 급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궤양성 대장염 치료제 옴보(성분명: 미리키주맙)가 2024년 2월 7일 식약처 허가를 받은 후 급여 평가 단계에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로부터 평가금액 이하를 수용하는 조건으로 급여 적정성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한국릴리는 제시된 약가를 수용하지 않고 2025년 국내 출시를 포기한 사례를 언급하며, 스카이리치가 또 다른 옴보 사례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환자들이 바라는 것은 특정 치료제에 대한 특혜가 아니다. 자신에게 맞는 치료제를 선택하고 그 치료를 지속할 기회”라며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도 중요하지만, 기존 치료제로 충분한 효과를 얻지 못하는 환자들의 미충족 의료 수요와 치료의 시급성을 고려해 스카이리치에 대한 합리적이고 신속한 급여 결정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자문단, 신속한 허가·급여 결정과 제약회사·정부의 공동 노력 필요성 제안
이날 환자샤우팅카페는 이은영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이사가 진행했으며, 박성민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 배은영 경상국립대학교 약학대학 교수,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가 자문단으로 참여했다.
자문단은 먼저 스텔라라의 소아 크론병 적응증 확대와 관련해 제약회사의 신속한 허가 신청과 식약처의 적극적인 심사가 중요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배은영 교수는 제약회사가 허가를 신청해야 심사 절차가 진행되는 신청주의의 한계를 설명하고, 필요한 경우 의료기관과 담당 의료진이 허가초과 사용 승인제도의 활용 가능성을 검토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박성민 교수는 임상적 근거와 관련 법령상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허가초과 사용과 예외적인 급여 확대, 관련 의학회의 신청 등 다양한 제도적 가능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소아 의약품의 적응증 확대를 촉진할 수 있는 별도 특례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기존 건선 치료제로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있는 스카이리치가 2023년 11월 크론병 치료제로도 허가받았지만, 크론병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 적용은 지연되고 있다. 이날 환자샤우팅카페에서는 그 원인과 해결 방안에 대한 집중적인 논의가 이루어졌다.
배은영 경상국립대학교 약학대학 교수는 새로운 적응증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를 평가할 때 기존 치료제인 대체약제와 치료 효과 및 비용을 비교한다고 설명했다. 기존 치료제보다 우수한 효과가 입증되면 비용효과성을 평가하고, 우수한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경우에는 대체약제의 가중평균가격과 비교하거나 비열등성(기존 치료제보다 효과가 떨어지지 않음)이 입증된 경우 비용최소화 분석 등을 통해 약가를 평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배 교수는 해외에서도 스카이리치가 주로 기존 크론병 치료제인 스텔라라 등과 효과 및 비용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평가된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에서 건강보험 급여 결정이 오랫동안 지연되는 이유에 의문을 제기했다. 다만 실제 지연 원인은 확인되지 않았으며, 급여 평가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발생했거나 추가 자료를 검토하는 과정이 있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배 교수는 건강보험 당국도 기존 약가 결정 기준에 따라 평가해야 하므로 높은 약가를 인정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제약회사가 치료 효과를 뒷받침하는 자료를 적극적으로 제출하고, 건강보험 당국과의 약가 협의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박성민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는 스카이리치의 건강보험 급여 문제와 관련해 현행 약가제도에서 서로 다른 가격 결정 기준이 충돌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박 교수는 동일 성분 약제의 기존 약값과 함량을 기준으로 약가를 산정하는 방식과 새롭게 확대된 크론병 적응증에서 사용되는 대체약제의 가격을 기준으로 약가를 판단하는 방식에 따라 적정 약가가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기존 적응증에서 사용되는 대체약제의 가격은 높지만, 크론병에 사용되는 대체약제의 가격은 상대적으로 낮다고 가정할 경우, 기존 약값에 함량 산식을 적용하면 더 높은 약가를 인정할 수 있지만, 크론병의 대체약제 가격을 기준으로 하면 더 낮은 약가가 적절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동일 성분 약제라도 기존 약값과 함량을 기준으로 할 것인지, 새로운 적응증의 대체약제 가격을 기준으로 할 것인지에 따라 약가 결정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박 교수는 실제 스카이리치의 건강보험 급여 평가에서 이러한 문제가 발생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제하면서도, 앞으로 유사한 사례가 반복될 수 있는 만큼 서로 다른 약가 결정 기준이 충돌할 경우 이를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안기종 대표는 “이미 필요한 치료제가 개발되어 있는데도 허가 연령 제한이나 건강보험 급여 문제로 환자가 사용하지 못한다면 제약회사와 정부가 함께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며 “전 국민 건강보험제도가 운영되는 우리나라에서 환자의 잘못은 전혀 없는데도 건강보험 급여가 지연된다는 이유로 필요한 치료제를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예정에 없던 샤우팅… “궤양성 대장염을 앓는 우리 딸도 다시 꿈을 꿀 수 있게 해주세요”
이날 행사에서는 사전에 샤우팅을 신청하지 않았던 궤양성 대장염 환아의 어머니도 용기를 내어 마이크를 잡았다.
중학교 3학년 딸을 둔 이 어머니는 아이가 지난해 궤양성 대장염을 진단받은 이후 급박한 변의와 혈변 등으로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딸은 현재 학교에 등교하지 못하고 어렵게 교육청의 승인을 받아 온라인 수업을 듣고 있으며, 사춘기와 질병이 겹치면서 집 안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또한 현재 사용하는 치료제로도 증상이 충분히 조절되지 않아 더 다양한 치료 선택지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이 어머니는 “우리 아이는 수의사, 미용사 등 꿈이 많았던 아이였는데 지금은 학교에도 가지 못하고 방 안에서 생활하고 있다”며 “미성년자들도 더 좋은 약을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 우리 아이가 다시 꿈을 꿀 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안기종 대표는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이 사용하는 치료제와 접근권 문제가 상당 부분 겹치는 만큼, 앞으로 관련 제도 개선 활동을 함께 추진하겠다고 답했다.
환자단체연합회, 제약회사와 정부에 세가지 개선 요구
환자단체연합회는 이번 환자샤우팅카페에서 제기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약회사와 정부 당국에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첫째, 스텔라라의 국내 허가권자인 한국약센은 소아 크론병 적응증 확대 신청을 아직 하지 않았다면 해외 허가 및 임상시험 자료를 활용해 최대한 신속하게 신청해야 한다.
식약처는 신청이 접수되면 소아 환자의 치료 시급성과 해외 허가 사례를 고려해 과학적 심사 기준을 유지하면서도 집중적이고 신속하게 심사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소아 환자들이 허가 전 치료 기회를 얻을 수 있는 허가초과 사용승인제도 등 현행 제도의 활용 가능성도 검토해야 한다.
둘째, 스카이리치의 제약회사인 한국애브비는 건강보험 급여 평가와 약가 관련 협의 및 재정 분담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보건복지부·건강보험심사평가원·국민건강보험공단은 환자의 미충족 의료 수요와 치료 시급성을 고려해 합리적이고 신속하게 급여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정부와 제약회사는 약가에 대한 이견으로 치료제 도입이 장기간 지연되거나 국내 출시가 무산되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책임 있게 협의해야 한다. 특히 옴보와 같은 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제약회사의 국내 공급 책임과 정부의 환자 치료제 접근권 보장 역할을 함께 강화해야 한다.
셋째, 정부는 치료제 허가와 건강보험 급여 결정 과정에 환자와 가족의 경험과 목소리가 실질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환자 참여 절차를 확대해야 한다.
2027년 4월 29일 시행되는 「환자기본법」은 환자의 원활한 투병을 지원하고 권리를 증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며, 환자와 환자단체의 정책 결정 과정 참여를 보장하고 있다. 이러한 법률의 취지에 맞춰 치료제 허가와 건강보험 급여 결정 과정에서도 임상시험을 통해 확인된 치료 효과와 안전성뿐만 아니라 기존 치료제의 효과 감소와 부작용, 치료 선택지 부족, 비급여 치료비 부담 등 환자들이 실제로 겪는 어려움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이를 위해 환자와 환자단체가 치료제 허가와 건강보험 급여 평가 과정에 의견을 제출하고 직접 설명할 수 있는 참여 기회를 확대하고, 제출된 의견이 의사결정에 어떻게 반영되었는지도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환자단체연합회는 앞으로 크론가족사랑회, UC사랑회 등 관련 환자단체들과 함께 스텔라라 소아 적응증 확대 신청 및 식약처 심사 진행 상황, 스카이리치 건강보험 급여 평가 상황을 확인하고, 필요하면 제약회사와 정부 당국에 공식 의견서를 제출하는 등 개선 활동을 추진할 계획이다.
환자에게 필요한 치료제가 있다는 사실과 그 치료제를 실제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환자단체연합회는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 환자들이 나이나 경제적 부담 때문에 필요한 치료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제약회사와 정부가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2026년 10월 19일
한국환자단체연합회
(한국백혈병혈액암환우회, 한국GIST환우회, 한국신장암환우회, 암시민연대,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 한국건선협회,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한국신경내분비종양환우회, 한국PROS환자단체, 한국파킨슨희망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