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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 뺑뺑이 문제 해소를 위한 응급의료법 개정, 의료진 보호만 있고 피해 환자 보호는 없는 반쪽짜리 입법이어서는 안 된다.

2026-09-29 21:38 | 입력 : 강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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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응급실 뺑뺑이 상황에서 이송병원이 정해지지 않은 중증응급환자를 지정에 따라 적극적으로 수용한 의료진의 형사책임 보호에 동의한다.



- 일반적인 응급의료행위에 대한 업무상과실치사상죄의 ‘필요적 감면’ 규정에는 반대하며,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해당 규정을 삭제하고 현행 ‘임의적 감면’을 유지해야 한다.



- 응급실 뺑뺑이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중증응급환자를 수용한 의료진의 형사책임을 특별히 면제한다면, 피해 환자와 유족을 위한 국가 차원의 공적 보상체계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



- 정당한 사유 없는 응급환자 수용 거부·기피에 대한 사후 검증과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



지난 9월 1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8건의 「응급의료법」개정안을 통합·조정한 위원회 대안을 의결했다. 이번 대안에는 중앙응급의료상황실과 119구급상황관리센터를 중심으로 중증응급환자의 이송병원을 신속하게 정하고, 필요한 경우 수용병원을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한 응급의료기관의 24시간 당직체계 구축, 당직전문의 확보를 위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인력·재정 지원, 실시간 환자 수용능력 및 진료기능 정보 확인 등 응급의료체계를 강화하는 내용도 포함되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이하, 환자단체연합회)는 이러한 입법과 제도 개선이 중증응급환자가 치료받을 병원을 찾지 못해 구급차 안에서 장시간 대기하거나 여러 병원을 전전하는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소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이번 대안에는 응급의료기관과 응급의료종사자의 형사책임을 대폭 완화하면서도 그 과정에서 피해를 입은 응급환자와 유족의 권리를 보호하고 피해를 보상하기 위한 장치가 함께 마련되지 않았다는 중대한 문제가 있다.



환자단체연합회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다음 사항을 반드시 보완할 것을 촉구한다.



첫째, 응급실 뺑뺑이 상황에서 이송병원이 정해지지 않은 중증응급환자를 지정에 따라 적극적으로 수용한 응급의료기관과 응급의료종사자에게 업무상과실치사상죄의 형사책임을 필요적으로 면제하는 것에는 동의한다. 다만 이러한 특례는 피해 환자와 유족에 대한 국가 차원의 공적 보상체계와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이송병원이 정해지지 않은 중증응급환자를 지정에 따라 수용해 치료한 의료기관과 의료진에게 치료 결과만을 이유로 형사책임을 묻는다면, 의료진이 고위험 응급환자의 수용을 주저할 가능성이 있다. 응급실 뺑뺑이 상황에서 환자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적극적으로 환자를 수용한 의료진에게 합리적인 법적 보호를 제공하는 것은 필요하다.



지난 8월 19일 환자단체연합회가 최보윤 국회의원과 공동으로 개최한 국회토론회에서도 의료진 보호와 함께 피해 환자에 대한 공적 보상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러나 형사책임에 대한 특별한 면제는 국가가 제공하면서, 그 과정에서 중대한 피해를 입은 환자와 유족에 대해서는 별도의 공적 보상장치를 마련하지 않는다면 명백한 불균형이다. 이번 대안이 응급의료종사자의 심리상담, 법률지원, 치료비 보조 등 보호규정을 새롭게 마련하면서도 피해 환자와 유족에 대한 보상규정은 두지 않은 것은 더욱 납득하기 어렵다.



따라서 국회는 현행 ‘응급의료기금’ 등을 활용해 응급실 뺑뺑이 상황의 중증응급환자 수용 과정에서 발생한 의료사고 피해에 대한 국가 보상 재원을 마련하고,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등을 통한 신속 보상 절차를 법률에 즉각 명시해야 한다. 응급실 뺑뺑이 상황에서 의료진에게 국가가 특별한 법적 보호를 제공한다면 피해 환자에게도 국가가 그에 상응하는 보호를 제공해야 한다. 형사책임 특례와 피해 환자 보상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반드시 함께 가야 할 제도적 패키지이다.



둘째, 일반적인 응급의료행위에 대한 업무상과실치사상죄의 ‘필요적 감면’ 규정은 삭제하고 현행 ‘임의적 감면’을 유지해야 한다.



모든 응급의료행위에 대해 업무상과실치사상죄의 형을 법원이 ‘감면할 수 있다’는 현행 임의적 감면 규정을 ‘감면한다’는 필요적 감면 규정으로 바꾸는 것은 과도하다. 법제사법위원회는 이를 삭제해 현행 임의적 감면 규정을 유지해야 한다.



응급의료는 긴급성, 불기피성, 위험성, 불확실성이 크다는 특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개별 사건에는 의료행위의 긴급성, 당시 의료자원의 한계, 의료인의 과실 정도와 피해 결과 등 다양한 사정이 존재한다. 현행법은 이러한 사정을 법원이 구체적으로 판단해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대안처럼 이를 일률적인 필요적 감면으로 변경하면 과실의 정도와 구체적인 피해 상황을 고려해 법원이 책임 정도를 판단할 재량을 제한하고, 그 불이익은 결국 피해 응급환자와 유족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응급실 뺑뺑이 상황에서 적극적인 환자 수용을 특별히 보호하기 위한 형사특례와 일반적인 응급의료행위 전체에 대한 형사책임 완화는 명확하게 구별해야 한다.



물론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응급실 뺑뺑이 상황에서 형사책임 면제 자체가 환자안전을 후퇴시킬 수 있다는 깊은 우려를 제기하고 있으며, 이러한 지적 또한 충분히 경청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환자단체연합회는 적극적으로 중증응급환자를 수용한 의료기관과 의료진에게 형사책임이 집중되어 환자 수용 자체가 위축되는 문제 역시 막아야 한다고 본다. 그렇다고 그 해법이 모든 응급의료행위에 대한 광범위한 형사책임 완화여서는 안 된다. 응급실 뺑뺑이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중증응급환자를 수용한 경우에 한해 형사책임 보호를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



셋째, 정당한 사유 없는 응급환자 수용 거부·기피에 대한 사후 검증과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



의료진에게 강력한 형사책임 특례를 제공하려면 그 반대편에는 정당한 사유 없는 응급환자 수용 거부와 기피를 막을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책임 규정과 사후 검증체계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故)김동희 어린이 사망사건은 그 필요성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2019년 당시 4세였던 김동희 어린이는 양산부산대병원에서 편도수술을 받은 뒤 출혈로 위급한 상태가 됐다. 119구급대는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며 김동희 어린이를 가장 가까운 경남지역 권역응급의료센터이자 수술을 했던 양산부산대병원으로 이송했지만, 병원 측은 다른 심폐소생 환자가 있다는 이유로 두 차례의 응급의료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구급차는 방향을 돌려 약 20㎞ 떨어진 부산지역 권역응급의료센터인 동아대병원으로 향했고, 김동희 어린이는 저산소성 뇌손상으로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약 5개월 뒤 사망했다.



그러나 수사 결과 당시 양산부산대병원 응급실에는 김동희 어린이의 치료를 기피할 정도의 위중한 환자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울산지방법원은 2025년 10월 응급의료법 위반 사건에서 해당 의사가 정당한 사유 없이 응급의료 요청을 기피해 심정지 상태였던 김동희 어린이가 신속한 응급의료를 받을 기회를 놓쳤다고 판단하고 벌금형을 선고했다.



김동희 어린이 사건은 응급환자를 적극적으로 수용한 의료진을 보호하는 것만큼이나, 수용할 수 있는 상황에서 정당한 사유 없이 응급환자를 거부하거나 기피하는 행위를 철저히 검증하고 책임을 묻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응급실 뺑뺑이를 없애기 위해서는 환자를 적극적으로 수용한 의료기관과 의료진은 확실하게 보호하되, 수용이 가능했음에도 정당한 사유 없이 응급환자의 수용을 거부하거나 기피해 다른 의료기관으로 위험을 전가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따라서 중증응급환자가 여러 의료기관에서 수용을 거부당하거나 이송이 장시간 지연돼 중대한 피해를 입은 경우에는 수용 거부의 적정성을 사후 검증하는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고의적이거나 중대한 위법성이 확인되는 수용 거부·기피에 대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실효성 있는 제재도 마련해야 한다.



의료진 보호와 환자 보호는 서로 맞바꿀 수 있는 가치가 아니다. 응급실 뺑뺑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응급의료기관과 의료진이 중증응급환자를 두려움 없이 적극적으로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필요한 인력과 시설을 확충하고 충분한 재정적 지원과 보상을 제공하며, 응급실 뺑뺑이 상황에서 선의로 고위험 환자를 수용한 의료진에게 합리적인 법적 보호를 제공하는 것에 환자단체연합회도 동의한다. 그러나 응급의료기관과 의료진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피해 환자의 권리와 안전을 후퇴시켜서는 안 된다.



국가가 의료진에게 인력 지원, 재정 지원을 넘어 형사책임에 대한 특별한 보호까지 제공한다면, 그 의료행위로 사망하거나 중대한 피해를 입은 환자와 유족에게도 국가가 책임지는 공적 보상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또한 이러한 특례가 정당한 사유 없는 환자 수용 거부와 기피를 사실상 용인하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도록 철저한 사후 검증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응급실 뺑뺑이 해소의 목표는 의료진의 형사책임을 줄이는 것 그 자체가 아니다. 단 한 명의 응급환자라도 치료받을 병원을 찾지 못해 길 위에서 생명을 잃지 않도록 하는 것이 이번 응급의료법 개정의 최종 목적이어야 한다. 법제사법위원회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2026년 9월 29일



한국환자단체연합회

(한국백혈병혈액암환우회, 한국GIST환우회, 한국신장암환우회, 암시민연대,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 한국건선협회,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한국신경내분비종양환우회, 한국PROS환자단체, 한국파킨슨희망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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