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동맥고혈압(Pulmonary Arterial Hypertension, PAH)은 폐혈관의 구조적 변화로 인해 폐혈관저항이 증가하고 폐동맥압이 상승하면서 우심실에 부담이 커지고, 결국 우심실 부전과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치명적인 중증 희귀질환이다. 이 질환은 폐혈관에 이상이 생기면서 시작되어 폐 기능과 심장 기능이 계속 악화되며, 치료 시기와 치료 접근성이 환자의 예후를 좌우한다. 특히 호흡곤란과 운동 제한으로 일상생활 자체가 어려운 환자들에게 치료 지연은 곧 생존 가능성의 감소를 의미한다.
폐동맥고혈압 치료제 ‘윈레브에어’(성분명:‘소타터셉트’)는 폐혈관 재형성에 관여하는 액티빈 신호전달 경로를 표적하는 새로운 기전의 치료제로, 기존 치료로 충분히 조절되지 않는 환자들에게 중요한 치료 수단이다.
‘윈레브에어’는 미국식품의약국(FDA) 혁신치료제 지정과 유럽의약품청(EMA) PRIME 지정 이력이 있으며, 2024년 3월 FDA, 2024년 8월 EMA로부터 각각 허가를 받았다. 국내에서도 2024년 12월 허가–평가–협상 병행 2차 시범사업 대상 약제로 선정되고 식품의약품안전처 GIFT(글로벌 혁신제품 신속심사) 대상으로 지정되어 2025년 7월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았다. 일본, 캐나다, 독일, 스위스, 이탈리아 등을 포함한 13개국에서는 건강보험 적용이 되고 있다. 그러나 시범사업 대상 약제라는 취지는 현실에서 작동하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약제급여평가위원회 상정조차 이루어지지 않았고, 급여 절차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허가–평가–협상 병행 시범사업」은 허가 이전부터 평가와 협상을 함께 진행해 건강보험 등재 기간을 줄이겠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그러나 ‘윈레브에어’ 사례는 이 제도가 현실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시범사업 대상 약제조차 초기 단계에서 멈춰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지연은 단순한 행정 문제가 아니다. 환자의 치료 기회를 가로막는 문제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희귀질환 치료제는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이후 건강보험 적용까지 평균 2년 11개월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동안 환자들은 치료제를 알고도 사용하지 못하거나, 감당하기 어려운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특히 폐동맥고혈압 치료제 ‘윈레브에어’의 경우 환자 기준으로 월 약 1천만 원에서 1천3백만 원에 이르는 약제비가 발생하는 초고가 치료제로, 급여 적용이 지연될수록 환자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이 발생한다. 이로 인해 환자는 치료를 지속하기 어렵거나 치료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치료를 받기 어려운 문제를 환자 개인의 경제적 부담으로 떠넘겨서는 안 된다.
폐동맥고혈압 환자의 거칠어진 숨은 더 늦어지는 절차를 기다릴 수 없다. ‘윈레브에어’가 시범사업 대상 약제로 선정되어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은 이후 8개월 이상이 지났지만, 급여 절차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중증희귀질환 환자에게 이 지연은 치료 기회의 상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처럼 시범사업조차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는 2026년 1월 「희귀·중증난치질환 지원 강화방안」을 발표하며, 희귀질환 치료제의 급여 평가 및 협상 기간을 100일 이내로 단축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 시범사업조차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못하는 현실을 고려할 때, 이러한 정책은 환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로 이어지기 어렵고 선언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허가–평가–협상 병행 시범사업」의 취지에 맞게 ‘윈레브에어’의 건강보험 등재 절차를 지체 없이 진행해야 한다. 폐동맥고혈압 환자에게는 몇 걸음을 걷는 것조차 버거운 현실 속에서 치료 시기를 늦출 수 없다. 급여 지연의 원인을 명확히 공개하고, 멈춰 있는 절차를 바로잡아야 한다. 희귀질환 치료제의 신속한 접근을 보장하겠다는 정책은 더 이상 말에 그쳐서는 안 된다.
제약사 또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시범사업 대상 약제로 선정된 이후 자료 제출과 대응이 지연되어서는 안 되며, 이러한 지연은 결국 환자의 치료 기회를 늦추는 결과로 이어진다. 환자의 절박한 상황을 이윤 추구나 협상의 지렛대로 삼는 행태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 합리적인 재정분담 방안을 마련하고, 급여 평가에 필요한 자료를 지연 없이 제출해야 한다.
신약은 중증희귀질환 환자에게 생존과 직결된 치료 수단이다. 치료 접근 지연으로 인해 환자가 치료 기회를 상실하는 일이 더는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2026년 3월 25일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 • 한국환자단체연합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