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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비 진보는 틀렸다. 재화는 효용대 가격을, 부동산은 시세차익을 본다

2026-10-28 07:39 | 입력 : 강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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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공급을 이제야 늘리겠다는 정부의 발표를 보면 기가 찰 수밖에 없다.

부동산 가격이 오르고 있다는 신호가 나타날 때마다 공급을 서둘러야 한다는 것은 경제학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도 알 수 있는 상식에 가깝다. 그런데 정권 초기에 적극적인 공급 대책을 마련하기보다는 시간이 지나 가격이 상당히 움직인 뒤에야 공급을 확대하겠다고 한다면, 시장에서는 자연스럽게 묻게 된다.

“그동안 무엇을 했단 말인가?”

부동산 정책에서 공급은 오늘 결정한다고 내일 시장에 나타나는 상품이 아니다. 택지를 마련하고, 인허가를 하고, 사업을 추진하고, 착공하고, 완공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따라서 정부가 지금 공급을 발표한다고 해서 당장의 가격 불안을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더 생각해야 한다.

부동산을 일반적인 소비재와 똑같이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일반 재화는 소비를 위해 산다

경제학 교과서에서는 소비자가 재화를 구매하는 이유를 효용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예를 들어 빵을 하나 먹으면 만족을 얻는다. 그런데 두 개, 세 개를 계속 먹으면 추가로 얻는 만족은 점점 줄어들 수 있다. 이것이 한계효용 체감의 논리다.

소비자는 자신의 소득을 여러 상품에 배분하면서 각 상품에서 얻는 추가적인 만족, 즉 한계효용과 가격을 비교한다.

쉽게 말하면,

“이 돈을 내고 이것을 사면 내가 얻는 만족이 얼마나 되는가?”

가 소비 결정의 중요한 기준이 된다.

옷, 음식, 가전제품, 여행 같은 일반적인 소비재에서는 이런 설명이 상당히 유용하다.

하지만 부동산에 이 논리를 그대로 적용하면 중요한 것을 놓치게 된다.

부동산에는 소비의 효용뿐 아니라 자산가치 상승에 대한 기대가 강하게 개입하기 때문이다.

집을 사는 이유가 모두 ‘사는 만족’ 때문인가

아파트 한 채를 생각해 보자.

어떤 사람이 10억 원짜리 아파트를 사면서 그 집에서 얻을 주거 만족만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 이 지역 집값이 오를까?”

“교통망이 좋아질까?”

“학군이 좋아질까?”

“주변에 재건축이나 개발이 이루어질까?”

“5년 뒤에 얼마에 팔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함께 한다.

심지어 실제 거주 목적의 주택 구매에서도 가격 상승 기대는 중요한 의사결정 요소가 된다.

결국 부동산 시장에서는 현재의 효용보다 미래의 수익에 대한 기대가 구매 의사결정을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이것이 일반 소비재 시장과 부동산 시장의 중요한 차이다.

그래서 부동산에는 ‘수익’이라는 잣대가 필요하다

여기에서 기존의 경제학적 설명을 한 단계 확장해 볼 필요가 있다.

일반 소비재에서는 여러 재화 사이에서 소비자가 얻는 한계효용을 비교한다.

하지만 투자재인 부동산에서는 투자자가 얻을 것으로 기대하는 한계수익을 비교한다.

이를 칼럼에서는 **‘수익 균등의 법칙’**이라고 부를 수 있다.

소비자가 여러 소비재에 돈을 배분할 때 각 소비에서 얻는 한계효용을 비교한다면,

부동산 투자자는 여러 자산에 자금을 배분하면서 각 자산에서 기대되는 추가적인 수익을 비교한다.

즉,

소비시장에서는 ‘효용의 균형’이 중요하고,
자산시장에서는 ‘수익의 균형’이 중요하다.

물론 이것을 기존 경제학의 공식 법칙을 대체하는 엄밀한 새로운 법칙이라고 주장하는 것과, 부동산 시장을 설명하기 위한 새로운 분석 관점으로 제시하는 것은 구별해야 한다.

그러나 부동산 가격 형성을 설명하는 관점으로서는 상당히 유용하다.

돈은 수익이 높은 곳으로 이동한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10억 원의 자금을 가지고 있다고 하자.

A 지역 아파트는 앞으로 가격이 크게 오를 것으로 예상되고, B 지역 아파트는 가격 상승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생각해 보자.

두 아파트의 현재 주거 효용이 비슷하다면 투자자는 어느 쪽을 선택하겠는가?

당연히 A 지역에 관심을 갖게 된다.

그 결과 A 지역에 자금이 몰리고 가격이 올라간다.

그러면 기대수익률은 점차 낮아진다.

반대로 관심을 받지 못했던 B 지역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기 때문에 기대수익률이 높아질 수 있다.

자금은 다시 B 지역으로 이동하려는 힘을 갖는다.

이런 과정에서 부동산 시장의 자금은 단순히 **“어디가 살기 좋은가”**만을 따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어디에서 더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가”**를 따라 이동한다.

이것이 바로 부동산을 이해할 때 필요한 ‘수익 균등’이라는 관점이다.

그런데 정부가 공급을 늦추면 무슨 일이 생기는가

여기에서 정부의 공급정책 문제가 등장한다.

주택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특정 지역의 가격 상승 기대가 커지면 사람들은 단순히 주거 공간을 사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가격 상승 가능성까지 함께 구매하려고 한다.

이때 공급이 즉각적으로 늘어나지 않으면 기존 주택의 희소성이 커진다.

희소성이 커지면 가격 상승 기대가 커지고, 가격 상승 기대가 커지면 투자수요가 다시 들어온다.

그러면 가격 상승이 또 다른 가격 상승 기대를 만들어내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여기에서 정책의 타이밍이 중요하다.

부동산 공급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가격이 이미 상당히 오른 뒤에 공급대책을 발표하는 것과, 정권 초기에 충분한 공급 신호를 주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시장에서는 단순히 현재 공급량만 보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공급이 얼마나 될 것인지에 대한 기대도 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가 정권 초기에 해야 할 일은 가격이 폭등한 뒤 공급대책을 내놓는 것이 아니라, 시장이 공급 부족을 예상하기 전에 충분한 공급계획과 실행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공급은 물량만의 문제가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공급정책이 투자자의 기대에도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정부가 앞으로 특정 지역에 대규모 주택을 지속적으로 공급하겠다고 신뢰성 있게 발표하고 실제 사업까지 진행한다면 투자자는 생각을 바꿀 수 있다.

“앞으로 물량이 많이 나오겠구나.”

그러면 희소성에 대한 기대가 약해질 수 있다.

반대로 공급정책이 계속 늦어지고 계획이 번복되면 시장은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

“결국 공급이 부족한 것 아닌가?”

그러면 투자수요가 다시 움직일 수 있다.

결국 부동산 정책은 단순히 벽돌과 콘크리트를 얼마나 공급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시장에 어떤 가격 기대를 만들어내느냐의 문제이기도 하다.

부동산 정책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뒤늦은 대응이다

그래서 부동산 정책은 일반 소비재 정책과 달라야 한다.

일반 상품은 가격이 오르면 기업이 생산을 늘리고, 생산이 늘면 가격이 안정되는 과정이 비교적 빠르게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주택은 생산기간이 길다.

게다가 토지라는 희소한 생산요소가 필요하다.

따라서 공급 부족이 예상되는 순간부터 공급계획을 세워야 한다.

가격이 이미 크게 상승한 다음에야 “이제 공급을 늘리겠다”고 말한다면 시장은 그 말을 곧바로 현재의 공급 증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오히려 시장은 이렇게 질문한다.

“그래서 실제 입주는 언제 가능한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하면 공급 발표만으로는 투자자의 기대를 꺾기 어렵다.

한계효용균등에서 ‘수익 균등’으로

부동산 시장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은 거창할 필요가 없다.

교과서에서 배우는 소비자의 선택 논리는 대체로 효용을 중심으로 한다.

하지만 부동산과 같은 자산시장에서는 여기에 수익이라는 변수를 추가해야 한다.

일반 소비자는

가격 대비 만족이 높은 상품

을 찾는다.

부동산 투자자는

가격 대비 미래 수익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산

을 찾는다.

따라서 일반 소비시장에서는 한계효용을 기준으로 자원배분을 설명한다면, 부동산 투자시장에서는 자금이 기대수익이 높은 곳으로 이동하고, 수익 차이가 줄어드는 방향으로 자금이 재배분되는 과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를 나는 부동산 시장의 **‘수익 균등의 법칙’**이라는 관점에서 설명해 볼 수 있다고 본다.

물론 실제 시장에서는 위험, 세금, 금리, 거래비용, 임대수익, 정책, 대출규제 등 여러 변수가 함께 작용한다.

따라서 모든 부동산의 수익률이 문자 그대로 같아진다는 의미는 아니다.

핵심은 이것이다.

자금은 효용만을 따라 움직이지 않는다. 자산시장에서는 기대수익을 따라 움직인다.

그리고 이 차이를 놓치면 부동산 가격의 움직임도, 정부의 공급정책이 왜 중요한지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다.

정부가 알아야 할 것은 ‘집의 수’만이 아니다

결국 부동산 정책에서 중요한 것은 집을 몇 채 공급하느냐만이 아니다.

사람들이 앞으로 집값이 어떻게 움직일 것이라고 생각하느냐가 중요하다.

공급을 늦추면 희소성이 커지고, 희소성이 커지면 가격 상승 기대가 생기며, 가격 상승 기대가 생기면 투자자금이 몰릴 수 있다.

그런 상황에서 정부가 뒤늦게 공급 확대를 발표하면 시장은 이미 움직인 뒤일 수 있다.

그래서 묻지 않을 수 없다.

정권 초기에 무엇을 했단 말인가.

부동산은 오늘 계획해서 내일 공급할 수 있는 상품이 아니다.

더구나 부동산은 단순한 소비재가 아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공간인 동시에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는 자산이며, 미래의 가격을 기대하고 매매하는 투자상품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정부가 부동산을 바라보는 경제학적 시각도 조금 달라져야 한다.

일반 재화에는 한계효용의 논리가 작동하지만, 부동산 자산시장에서는 기대수익의 논리를 함께 봐야 한다.

어쩌면 부동산 정책에서 지금 필요한 것은 단순한 ‘공급 확대’라는 구호가 아니라,

“효용을 기준으로 소비하는 시장과 수익을 기대하며 투자하는 시장은 다르게 움직인다”

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차이를 인정할 때 비로소 우리는 부동산 가격과 공급정책을 조금 더 정확하게 바라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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