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측만증과 관절 변형 , 만성통증을 동반하는 저신장 희귀질환자가 단순히 신장 기준을 넘었다는 이유로 장애 등록이 취소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신장만으로 장애를 판정하는 현행 기준이 실제 기능 제약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 , 인정 기준 전반을 개편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현행 「 장애정도판정기준 」 ( 보건복지부고시 제 2025-228 호 ) 은 성장이 멈춘 만 18 세 이상 남성은 신장 145 ㎝ 이하 , 만 16 세 이상 여성은 140 ㎝ 이하일 때 왜소증 장애로 인정한다 . 2000 년 고시 제정 때 만들어진 이 기준은 26 년째 그대로다 . 심한 저신장을 동반하는 희귀질환 대부분은 척추측만증이나 관절 변형 , 만성통증을 수반하지만 , 왜소증 판정에는 이런 요소가 반영되지 않는다 .
어릴 때 왜소증 장애로 등록된 뒤 통증과 합병증을 줄이려 여러 차례 교정수술을 받은 청년이 , 휘어진 다리가 일부 펴져 키가 148 ㎝ 가 되자 성인 재판정에서 ‘ 장애 미해당 ’ 판정을 받은 사례도 있다 . 질환은 그대로이고 추가로 관절 수술이 필요한 상태였지만 , 기준보다 3 ㎝ 크다는 이유로 장애 등록이 취소됐다 .
더불어민주당 서미화 의원 ( 보건복지위원회 ) 이 보건복지부 , 국민건강보험공단 , 질병관리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 2026 년 6 월 말 기준 왜소증 등록장애인은 1,294 명이다 . 2021 년부터 2026 년 6 월까지 재판정에서 ‘ 장애 미해당 ’ 판정을 받은 사람은 5 명이다 . 2022 년 이후 미해당 3 명 가운데 2 명은 다른 등록 장애가 없어 장애인 등록 자체가 취소됐다 .
그러나 복지부는 장애 등록 과정에서 ‘ 장애 원인 ’ 을 관리하지 않아 , 어떤 질환을 가진 사람이 등록되고 탈락했는지 확인할 수 없다고 답했다 . 교정수술로 키가 커져 미해당 판정을 받은 사례도 별도로 관리하지 않는다 . 이 때문에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상 심한 저신장을 수반하는 골연골형성이상 (Q77 계열 ) 산정특례 등록자 674 명 가운데 몇 명이 장애인으로 등록돼 있는지 , 재판정에서 몇 명이 탈락했는지도 알 수 없다 .
기준의 근거를 묻는 질의에 복지부는 “ 연골무형성증 환자의 신장 범위를 반영한 것으로 추정 ” 된다고 답했다 . 근거로 든 1978 년 미국 논문 (Horton 등 ) 등은 연골무형성증 성인의 키를 남성 118~145 ㎝ , 여성 112~136 ㎝ 로 제시하지만 , 이는 질환 자들의 전반적인 키 분포이지 , 이보다 크면 장애가 아니라는 의학적 기준이 아니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 복지부는 2009 년 연구용역에서 종전 기준을 유지했다고 밝혔지만 , 이후 재검토 이력은 제시하지 않았다 .
복지부가 “ 현행 기준과 일치하는 국제 기준 ” 으로 든 것은 2006 년 국제패럴림픽위원회 (IPC) 육상 분류 규정이다 . 이 규정은 저신장 선수의 신장 제한을 남성 145 ㎝ · 여성 140 ㎝ 로 두어 국내 기준과 같았지만 , 다리연장술이나 키를 늘리기 위한 호르몬 치료를 받은 선수도 출전 자격이 유지된다고 명시했다 . 교정수술로 신장 기준을 넘으면 장애 등록이 취소되는 국내 기준과는 판단을 달리한 것이다 .
복지부는 장애 판정이 치료 · 수술 · 교정을 충분히 한 뒤 ‘ 고착된 장애 상태 ’ 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 그러나 교정수술로 키가 조금 커져도 척추 변형과 관절 손상 , 통증은 그대로 남는다 . 기능제한을 비롯한 신체적 특성과 사회적 장벽은 그대로인데 치료를 받았다는 이유로 장애 등록이 취소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이에 신장 단일 기준에 관절 기능 · 척추 변형 · 통증 등 실제 기능 요소를 함께 반영하도록 판정 방식을 바꾸고 , 재판정 탈락 실태를 파악할 수 있도록 원인질환별 통계를 관리해야 한다는 요구가 제기된다 .
서미화 의원은 “26 년 전 추정에 기댄 신장 기준을 비롯해 , 실제 기능 제약과 사회적 장벽을 반영하지 못하는 현행 장애인정기준은 개선되어야 한다 ” 고 지적했다 .
이어 “ 더 근본적인 문제는 의학적 판정만으로 장애 여부를 결정하고 , 그 판정을 받아야만 장애인복지 제도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한 장애인등록제도에 있다 ” 며 “UN 장애인권리협약 , 그리고 국내 장애인권리보장법이 장애를 손상과 사회적 장벽의 상호작용으로 보고 있는 만큼 , 의료적 기준 중심의 장애인등록제도를 필요와 권리에 기반한 체계로 전면 개편해야 한다 ” 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