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CR-ABL1 유전자가 ‘0%’, ‘0.01% 미만’ 또는 ‘미검출’이라는 이유만으로 ‘잔존질환 확인 불가’로 판정하는 것은 만성골수성백혈병 치료 현실과 검사 특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부당한 행정 판단이다.
▸생명유지를 위해 TKI 표적항암제를 계속 복용 중인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는 암 지속 상태로 인정해 산정특례 재등록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보건복지부는 대한혈액학회 등 전문학회와 검토해 지사마다 다르게 적용되지 않도록 재등록 기준이나 지침을 신속히 개선해야 한다.
▶생명줄과 같은 산정특례제도, 표적항암제 도입으로 변화된 치료 환경
정부는 고액의 의료비로 인한 가계 파탄을 막기 위해 중증질환 산정특례제도를 운영 중이고, 현재 암 환자의 본인부담률을 5%이다. 과거 만성골수성백혈병은 조혈모세포이식을 받지 못하면 수년 내 사망하는 치명적인 질환이었다. 그러나 글리벡, 스프라이셀, 타시그나, 슈펙트, 보술리프, 아이클루시그, 셈블릭스 등 TKI(Tyrosine Kinase Inhibitor, 티로신 키나아제 억제제) 표적항암제가 도입되면서 장기간 생존이 가능한 질환으로 바뀌었다. 2001년 약 500명에 불과했던 국내 생존 환자 수가 2024년 12월 31일 기준 15,251명으로 급증한 것은 표적항암제의 지속적인 복용이 환자의 생존을 획기적으로 연장했음을 증명한다.
▶정량 PCR 검사 수치상 ‘미검출’이 완치를 의미하지 않는다
만성골수성백혈병은 처음 진단할 때 골수검사 등을 통해 확진한다. 이후 치료 반응과 질병 상태는 주로 혈액을 이용한 BCR-ABL1 유전자 정량 PCR 검사, 즉 분자유전학 검사를 통해 확인한다. 담당 의사는 환자의 BCR-ABL1 유전자 수치가 일정 수준 미만으로 낮아지면 반복적인 골수검사를 시행하기보다 3개월마다 정량 PCR 검사를 하며 치료 경과를 추적한다.
따라서 산정특례 기간 5년이 경과한 시점에 재등록 여부를 판단할 때도, 환자가 TKI 표적항암제를 계속 복용하고 있고 BCR-ABL1 정량 PCR 검사로 치료 경과를 추적하고 있다면, 추가 골수검사나 복부 CT검사 없이도 재등록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실제로 2025년 9월부터는 만성골수성백혈병 등 혈액암 산정특례 재등록 시 불필요한 골수검사나 복부 CT 검사를 요구하지 않고, BCR-ABL1 정량 PCR 검사 결과 등을 통해 재등록이 가능하도록 기준이 개선되었다.
문제는 최근 일부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들이 산정특례 재등록을 위해 제출한 정량 PCR 검사 결과가 ‘0%’, ‘0.01% 미만’ 또는 ‘미검출’로 나온 경우, 국민건강보험공단 일부 지사에서 이를 ‘잔존질환 확인 불가’로 판단해 재등록을 거부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BCR-ABL1 수치가 0%로 나오거나 0.01% 미만 또는 미검출로 확인되었다고 해서 암세포가 완전히 사라졌다는 뜻은 아니다. 이는 현재 검사 장비와 검사 민감도 범위 안에서 BCR-ABL1이 검출되지 않거나 매우 낮은 수준으로 확인되었다는 의미이며, 검사상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질병이 완전히 없어졌다고 단정할 수 없다. BCR-ABL1이 미검출 상태가 되더라도 치료를 중단하면 상당수 환자에게서 다시 BCR-ABL1 수치가 상승하거나 재발할 수 있다. 따라서 지속적인 TKI 치료 여부와 담당 의사의 치료 필요성 판단은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의 질병 지속 상태를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근거가 되어야 한다.
▶약값 본인부담금 6배 증가, 치료 지속을 위협받는 환자들
산정특례 재등록이 거부되면 환자의 약값 본인부담률이 5%에서 30%로 높아진다. 이는 단순한 행정적 불편이 아니다. 환자 입장에서는 약값 부담이 6배로 늘어나는 문제다. 고가의 표적항암제를 장기간 복용해야 하는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에게는 치료 지속 여부를 흔들 수 있는 심각한 경제적 부담이다. 실제로 일부 환자들은 약값 부담 때문에 약의 용량을 줄이거나 격일로 복용하는 등의 위험한 선택을 고민하고 있다. 이는 환자의 생명과 직결될 수 있는 문제다.
▶대한혈액학회 등 전문가 그룹의 일치된 소견
대한혈액학회는 한국백혈병혈액암환우회의 질의에 대해 2025년 6월 12일 회신하면서,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는 TKI 치료를 지속해야 하며, BCR-ABL1이 검출되지 않더라도 실제로 암세포가 완전히 제거된 것으로 볼 수 없다. TKI 치료를 중단할 경우 상당수 환자에서 재발이 발생하므로, 지속적인 항암치료 자체가 암 지속 상태의 중요한 근거가 된다. 또한, 대한혈액학회는 지속적인 항암제 투여 또는 치료 계획이 있는 경우 재등록이 가능해야 하며, 의사의 소견과 치료 기록이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