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 등에 관한 규정 일부개정규칙(안)’(보건복지부 공고 제2026-251호)을 행정예고하였다. 이번 개정안은 실질적으로는 리베이트 등 중대한 위법행위를 저지른 기업에 대해서도 인증 문턱을 낮추는 방향으로 설계되어 있어 제도의 공공성과 신뢰성을 훼손한다. 이에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이하 건약)는 본 개정안에 대해 다음과 같은 의견서를 제출하였다.
첫째, 인증 심사 시 불법 리베이트 여부를 ‘행정처분 시점’에서 ‘위반행위 종료 시점’으로 변경한 것은 뇌물살포 제약기업을 봐주기 위한 꼼수다. 현행 규정은 인증 심사 시 행정처분 적용 여부를 ‘행정처분 시점’을 기준으로 판단하여, 해당 시점으로부터 5년이 경과한 경우 해당 처분을 심사에서 제외하도록 하고 있다. 반면, 개정안은 이를 ‘위반행위 종료 시점’ 기준으로 변경하였는데, 이는 제재의 실효성을 무력화하는 조치다. 리베이트 사건은 위반행위와 행정처분 사이에 수년의 시차가 발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정안과 같이 ‘위반행위 종료 후 5년’ 기준을 적용할 경우, 실제로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기업이라 하더라도 행정처분이 지연되면 아무런 제재 없이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이는 비윤리적 행위를 저지른 기업에 국가가 인증과 각종 지원을 부여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제도의 근본 취지를 훼손하는 명백한 후퇴다.
둘째, 행정소송 제기 시 인증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 조항으로 제약기업은 처분을 받더라도 행정소송을 통해 처분에 불복하는 것이 이익이라고 판단할 것이다. 이미 제약기업은 약가인하나 급여축소 등의 정당한 행정처분이더라도 소송을 제기하여 집행을 지연시키는 전략을 빈번하게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소송 진행 중에도 인증을 유지하도록 허용하는 것은 사실상 ‘시간 끌기용 소송’을 제도적으로 용인하는 것과 다름없다. 그러므로, 행정소송의 기간 및 인증취소일까지 제약기업이 받은 이익 전부와 그 이자까지 환급한다는 조건이 필수적이다.
셋째, 일정 수준 이하의 리베이트를 허용하는 현행 구조는 기업 윤리 평가의 본질을 훼손한다. 개정안은 여전히 과거 3년간 1회의 행정처분을 허용하고, 경제적 이익 500만원 미만의 리베이트를 사실상 용인하는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위법행위에 대한 억지력을 약화시키고, 결과적으로 ‘일정 수준의 위반은 허용된다’는 잘못된 신호를 시장에 전달한다. 불법 리베이트는 의약품 선택을 왜곡하고 건강보험 재정에 부담을 초래하는 중대한 문제인 만큼, 단 한 번의 위반도 용인하지 않는 ‘원스트라이크 아웃’ 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
넷째,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은 기술 중심 평가를 넘어 공공성과 사회적 책임을 포함하는 방향으로 재설계되어야 한다. 현재 국제사회는 제약기업에 대해 의약품 접근성, 가격의 윤리성, 환경 영향 관리 등 ESG 기반 책임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정안의 ‘사회적 기여 책임’ 및 ESG 평가 항목은 배점과 기준 모두에서 형식적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실질적인 평가 기능을 수행하기에는 부족하다.
건약은 이에 따라 △의약품 공급망 안정성, 필수의약품 생산, 공공보건 기여 등을 반영한 구체적 평가항목 도입 △환경(E)·사회(S)·지배구조(G) 각 영역에 대한 실질적 평가 기준 마련 △ESG 배점 확대 및 세부 지표 명확화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특히 사회적 기여 책임은 선택적 요소가 아니라 필수 요건으로 설정되어야 하며, 일정 점수(예: 15점 이상)를 충족하지 못할 경우 인증을 부여하지 않는 기준이 도입되어야 한다.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은 국가가 각종 지원과 혜택을 부여하는 제도다. 따라서, 윤리성과 공공성을 갖춘 기업만이 인증을 받을 수 있도록 기준을 강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보건복지부는 리베이트 등 비윤리적 행위를 용인하는 인증 기준 완화 시도를 즉각 중단하고, 공공성과 윤리성을 기반으로 한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 제도로의 근본적 개선에 나서야 한다.
2026년 4월 20일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