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2월 29일 대한의료법학회 학술지 「의료법학」(제26권 제3호)에는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박성민 교수(변호사, 법학박사)의 ‘의사 형사기소 건수를 둘러싼 가짜뉴스의 형성과 해결, 그리고 그 시사점’이라는 제목의 논문(이하, 해당 논문)이 게재되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이하, 환자단체연합회)는 해당 논문을 통해 그동안 의료계와 일부 언론 기사를 통해 반복적으로 인용되어 온 “우리나라에서는 의사가 연평균 754.8명, 매일 약 3명씩 의료사고로 형사 기소된다.”는 주장이 허위라는 사실이 학술적으로도 확인되었다는 점을 언론 기자와 의료계·정부·국회 관계자, 그리고 국민에게 알리고자 한다.
❒ 해당 논문에 따르면,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2022년 11월 9일 발표한 ‘의료행위의 형벌화 현황과 시사점’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이하, 의료정책연구소 2022년 보고서)에서 제시한 ‘연평균 754.8건 기소’, ‘매일 3명 기소’라는 수치는 ‘기소된 피고인 수’가 아니라 ‘수사가 진행된 피의자 수’를 잘못 해석한 것으로서, 검사에 의해 형사 기소되어 법원에서 형사재판을 받은 통계가 아니라는 사실을 여러 근거로 설명하고 있다.
❒ 해당 논문에 따르면, 이러한 의료정책연구소 2022년 보고서의 잘못된 내용은 이후 의학신문·의사신문·의협신문 등 국내 다수 보건의료 관련 언론뿐 아니라 타임지·LaingBuisson·Channel News Asia 등 해외 언론에서도 인용해 보도했다. 우리나라에서 의료법을 다루는 학술저널 중 대표적인 대한의료법학회 학술지인 「의료법학」에 실린 법조인의 논문(2023)과 대한병원협회 법제위원장의 논문(2023), 대한의사협회 공식 학술지인 「Journal of the Korean Medical Association」에 실린 의대 교수의 논문(2023년), 대한내과학회의 공식 학술지인 「The Korean Journal of Medicine」에 실린 의대 교수의 논문(2023년) 등 총 4편의 학술 논문에도 인용되었다. 다수의 국회 토론회와 보건복지부 회의자료에서도 광범위하게 인용되며 사실처럼 유통되었고, 그 결과 의료사고 형사처벌을 면제해야 한다는 주장의 핵심 근거로 활용되었다.
❒ 특히 의료계는 이러한 허위 정보를 근거로 “과도한 사법 리스크 때문에 의사와 전공의가 필수의료를 기피한다.”며 의료사고 형사처벌 면제 또는 특례법 제정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그러나 해당 논문이 밝히듯이, ‘연평균 754.8건 기소, 매일 3명 기소’라는 전제가 무너진 이상, 그 위에 쌓아 올린 형사처벌 면제 또는 특례법 제정 주장 역시 근거를 상실했다.
❒ 해당 논문에 따르면, 문제의 심각성은 이러한 허위 정보가 단순한 오류에 그치지 않고, 의사 전문가단체인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에 의해 생산되어 언론과 학계, 재판, 입법 논의 과정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환자단체나 시민사회에서 충분한 반박 자료를 제시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해관계 당사자인 의사 전문가단체의 연구 결과가 사실 검증 없이 반복 인용되면서 의료사고 관련 공론의 장을 왜곡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의사가 연평균 754.8명, 매일 약 3명씩 의료사고로 형사 기소된다.”는 의료정책연구소의 2022년 보고서 내용이 가짜뉴스라는 주장은 2024년 6월 12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의료소비자연대, 한국환자단체연합회가 공동 주최한 「정부의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 관련 시민사회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참여했던 박호균 변호사를 통해 처음으로 제기되었다. 박호균 변호사는 이후에도 2024년 8월 19일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가 개최한 「의료분쟁조정을 주제로 연 토론회」와 2025년 3월 5일 한국환자단체연합회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공동 주최한 「의료사고 안전망 강화를 위한 시민사회 입장 발표 기자 간담회」에서도 동일한 문제를 강도 높게 제기했다.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산하 「의료사고 안전망 전문위원회」에 전문가 위원으로 참여한 박호균 변호사와 수요자 위원으로 참여한 환자단체·시민단체 추천 위원들이 정부에 지속적으로 의료정책연구소의 2022년 보고서 내용의 사실 여부를 검증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차원에서 보건복지부에 공식적인 검증을 요구했고,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관련 연구용역이 위탁되었다. 2024년 12월부터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을 통해 「의료사고 사법리스크 현황 분석 및 함의」 제목의 연구가 진행되었고, 최종 결과가 2025년 8월 14일 공개되었다. 정부 연구용역 결과에 따르면 1심 형사재판을 받은 기소 건수는 연평균 34.4건에 불과했고, 실형에 해당하는 금고형과 징역형을 선고받은 의사는 연평균 3.2명에 불과했다.
❒ 전문가인 박호균 변호사와 환자단체·시민단체 요구가 없었다면, 의사들뿐 아니라 의대생들과 전공의들도 “우리나라에서는 의사가 연평균 754.8명, 매일 약 3명씩 의료사고로 형사 기소된다.”는 허위 내용을 인용한 언론기사들이나 학술 논문들을 보며 지금까지도 의료정책연구소 2022년 보고서 내용이 진실이라고 인식했을 것이다. 이는 필수의료를 전공하면 매일 3명씩 기소되어 피고인이 되는 형사처벌 위험을 부담하게 된다고 잘못된 인식을 의대생들이나 전공의들에게 심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환자단체연합회는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
❒ 해당 논문에서 박성민 교수는 네 가지 시사점을 도출했다. 첫째, 의사가 매일 2, 3명씩 기소된다는 가짜뉴스가 허위임을 의대생·전공의 등 국민에게 널리 알릴 필요가 있다. 둘째, 법무부나 대법원에서 의사의 형사 기소나 유죄 판결에 관한 정확한 통계를 발표할 필요가 있다. 셋째, 특정 이해관계인 집단의 단일 연구 결과가 공론장을 지배하지 않도록, 정부·학계·언론·시민사회 차원의 팩트 체크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넷째, 비교적 중립적인 연구기관이나 환자를 위해 활동하는 단체가 사상의 자유 시장에서 일익을 담당하는 역할을 더 잘 할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 이에 환자단체연합회는 정부와 국회에 촉구한다. 허위로 드러난 의사 형사기소 관련 정보를 기초로 의료사고 형사처벌을 면제하는 정책과 입법을 추진해서는 안 된다. 의료사고 문제의 본질은 형사처벌의 유무가 아니라, 의료과오의 진실을 규명하고 피해 환자와 유가족이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을 듣고 신속하고 공정한 피해 구제를 받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데 있다. 잘못된 통계와 공포를 조장하는 가짜뉴스가 아니라, 정확한 사실과 균형 잡힌 논의를 바탕으로 의료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
따라서 정부와 국회는 의료사고 형사처벌 면제 특례 관련 제도와 입법이 아닌 의료사고 피해자·유족이 울분을 해소할 수 있도록 의료사고 설명의무, 의료사고 관련 유감 표시 증거능력 배제, 의료사고 피해자 트라우마센터 설치, 입증책임 부담 완화를 위한 입법부터 해야 한다. 전문적이고, 공정하고, 신속한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의료분쟁 감정제도를 개혁해야 한다. 이를 통해 의료사고 피해자·유족이 형사고소를 하지 않고도 울분을 해소하며 신속한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는 환경부터 조성해야 한다.
2026년 1월 26일
한국환자단체연합회
(한국백혈병환우회, 한국GIST환우회, 한국신장암환우회, 암시민연대,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 한국건선협회,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한국신경내분비종양환우회, 한국PROS환자단체, 한국파킨슨희망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