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명]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소위를 통과한 의료사고 형사특례 관련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에 대한 소비자단체·환자단체 공동입장
    • ❶ 정부와 국회의 사회적 논의 약속과 과정을 건너뛰고 형사특례 규정을 포함한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을 법안소위에서 통과시킨 행위는 절차적 정당성을 잃었다.

      ❷ 의료사고 형사처벌 관련 필수의료행위의 범위는 로 한정해 법률에 명시해야 한다.

      ❸ 위헌 소지가 큰 조항은 삭제되어야 한다.

      ❹ 국회와 정부는 공청회 또는 의료혁신위원회를 통한 공론화 과정 등을 통해 형사특례 도입으로 헌법상 기본권인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될 수 있는 의료사고 피해 환자와 유가족의 의견을 듣는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지난 1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제1법안심사소위원회(이하 법안소위)는 필수의료 기피 현상 해소와 의료사고 피해자의 신속한 구제를 위해 발의된 다수의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을 심의했다. 이 개정안에는 필수의료행위의 범위, 손해배상금 지급을 조건으로 검사의 공소제기를 금지한 의료사고 형사처벌 특례(이하, 공소제기 불가 형사특례) 등 중요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필수의료행위의 범위와 의료사고 관련 형사처벌 특례는 의료사고 피해 환자와 유가족의 재판받을 권리와 평등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다. 따라서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를 위해 보건복지부도 공청회 개최를 추진하며 시민단체·소비자단체·환자단체와 일정을 조율 중이었고, 이재명 정부의 ‘의료혁신위원회’에서도 공론화 과제로 삼아 사회적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11일 개최된 법안소위에서는 이러한 논의 약속과 절차를 모두 건너뛴 채, 관련 조항들을 그대로 통과시켰다. 이는 사회적 논의와 공론화 절차를 무시한 것으로, 입법 과정의 절차적 정당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다.



      이번 개정안에 필수의료행위의 범위, 의료사고심의위원회 설치·운영, 반의사불벌 형사특례, 형의 임의적 감면 형사특례, 공소제기 불가 형사특례 등을 넣은 이유는, 고위험·고난도 필수의료행위 과정에서 의료사고를 낸 의료인에게 수사·기소·재판 단계에서 형사상 혜택을 주어 필수의료 기피를 줄이겠다는 데 있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의료사고 피해 환자와 유가족의 헌법상 권리, 특히 재판받을 권리와 평등권이 침해되거나 사실상 박탈될 수 있다.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 제2조(정의)

      “필수의료행위”란 「필수의료 강화 지원 및 지역 간 의료격차 해소를 위한 특별법」 제2조의 필수의료 중 중증·소아·응급·분만·외상 등 국민의 생명과 신체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할 수 있는 의료행위 중 지체없이 의료적 개입이 필요하거나 난이도가 높은 의료행위로서 보건복지부 장관이 정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필수의료행위는 고위험·고난이도 의료행위로 의료사고 발생 위험이 커서 실제 의료인이 기피하는 로 한정해야 한다. 또한 필수의료행위의 범위를 하위법령에 위임해 확대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 범위는 반드시 법률에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 처음에는 적용범위를 최대한 좁게 설정하고, 이후 사회적 수용성과 논의를 바탕으로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을 통해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타당하다.



      특히 일반적으로 고위험·고난도 의료행위가 수반되지 않는 암, 희귀난치성질환, 심혈관질환, 뇌혈관질환 등까지 포함하는 의미의 또는 은 필수의료행위에 포함되어서는 안 된다. 이번 법안소위를 통과한 필수의료행위의 범위에는 뿐 아니라 까지 포함되어 있고, 이라는 표현으로 확대 여지까지 열어 두고 있다. 따라서 이 부분은 상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반드시 삭제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조항이다. 이 조항은 지난 정부에서도 위헌 소지가 크다는 이유로, 사회적 논의를 거쳐 더 이상 추진하지 않기로 한 바 있다. 그 이유는 분명하다.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 제59조(필수의료행위에 대한 특례)

      ① 필수의료행위 관련 의료사고로 인하여 「형법」 제268조의 업무상과실치사상죄를 범한 의료인에 대하여는 해당 의료인 또는 의료사고 당시 해당 의료인을 고용한 의료기관 개설자가 피해자에게 의료사고로 인한 손해배상금 전액(확정판결이나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집행권원상 금액을 말한다)을 지급하거나 해당 의료기관 개설자등이 가입한 의료사고 손해배상 보험계약의 보험자가 위 손해배상금 전액에 상당한 금액을 피해자에게 지급한 경우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다만, 다음 각 호의 경우에는 그러지 아니하다.

      1. 제2조의2에 따른 중대한 의료과실이 있는 의료행위로 인한 경우

      2. 제47조제1항에 따른 책임보험등에 가입하지 아니한 경우

      3. 제5조의3에 따라 환자 등에게 의료사고의 내용, 경위 등을 설명하지 아니한 경우



      첫째, 입법례가 부적절하고 위헌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이 조항이 벤치마킹한 법률은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이다. 그러나 교통사고 영역은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에 따라 이미 입증책임이 전환되어 있고, 사망과 중상해는 보호 대상에서도 제외되어 있다. 비교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 더구나 중상해 교통사고에 대한 공소제기 불가 특례는 2009년 헌법재판소에서 국가의 기본권 보호의무 위반, 피해자의 재판절차진술권과 평등권 침해를 이유로 위헌 결정을 받았다. 그렇다면 중상해보다 더 중한 결과인 사망 의료사고에 대해서도 위헌 판단이 내려질 가능성이 크다. 둘째, 사망사건에 대한 형사면책 규정은 우리 법체계에 유례가 없기 때문이다. 업무상 과실로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합의나 배상만으로 검사의 공소권 자체를 막는 제도는 우리 법체계에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법적 정의에도 어긋난다.



      셋째, 직종 간 형평성과 특혜 논란이 크기 때문이다. 소방·경찰·군인처럼 고위험 공익 업무를 수행하는 직종에도 허용되지 않는 형사면책 특권을 의료인에게만 부여한다면, 이는 특정 직역에 대한 과도한 특혜이자 형평성 위반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넷째, 환자안전을 후퇴시키고 생명 경시 풍조를 키울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의료과실 인정이나 충분한 설명이나 사과·유감의 뜻도 밝히지 않고 “돈이나 보험으로 해결하면 된다”는 식의 형사면책은 의료인의 안전 확보 노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결국 환자의 생명을 가볍게 여기는 잘못된 사회적 풍조를 조장할 위험이 크다. 게다가 2025년부터는 필수의료행위 의료사고 손해배상금을 최대 15억 원까지 보장할 수 있는 보험료를 정부가 지원하고 있다.



      의료계가 주장해 온 이른바 ‘과도한 사법 리스크’도 다시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 주장은 2022년 11월 9일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발표한 「의료행위 형벌화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비롯되었다. 이 보고서는 2013년부터 2018년까지 의사 기소가 연평균 754.8건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후 보건복지부 연구용역 결과에 따르면, 1심 형사재판을 받은 의사 기소 건수는 연평균 34.4건에 불과했다. 의료계는 잘못된 수치를 근거로 “과도한 사법 리스크 때문에 의사와 전공의가 필수의료를 기피한다”고 주장해 왔지만, 그 전제가 무너진 이상 그 위에 세운 형사처벌 면제 특례 주장도 근거를 잃었다.



      그런데도 위헌 소지가 큰 조항이 이번 법안소위를 통과했다. 는 의료인이 자신의 의료과실을 인정하고, 피해자나 유족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사과나 유감의 뜻을 밝히고, 신속히 손해배상을 하는 경우에만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 그러나 의료인이 자신의 의료과실을 부인하면 당연히 조정도 거부할 가능성이 크고, 피해자나 유가족이 민사소송을 제기하면 그 재판에서도 과실이 없다고 주장할 것이다. 이 경우 검사는 보통 몇 년이 걸리는 민사판결이 끝날 때까지 기소를 유예할 가능성이 크고, 그 피해는 결국 환자와 유가족에게 돌아간다.



      결국, 이러한 조항은 필수의료행위 과정에서 단순 과실(중대한 과실 제외)로 환자에게 상해나 사망 의료사고를 낸 의료인이 최종적으로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기만 하면 형사처벌을 받지 않도록 하는 제도라고 이해된다. 이 경우 의료인이 자신의 과실을 인정하든·부인하든, 피해자나 유가족에게 사과하거나 유감을 표명하든·안 하든 관계없이 형사처벌을 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피해자와 유가족이 해당 의료인이 형사처벌을 받도록 하려면, 형사재판 3심이 끝날 때까지 수년 동안 손해배상을 받지 못한 채 기다려야 한다. 결국, 손해배상금을 받기 위해서는 형사처벌을 포기해야 하고, 형사처벌을 원하면 손해배상금을 미뤄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는 피해자와 유가족에게 지나치게 가혹한 선택을 강요하는 것이다. 결국, 조항은 의료사고 피해자나 유가족에게 ‘손해배상금이냐, 형사처벌이냐’라는 가혹한 선택을 강요할 수도 있다.



      또한, 의료사고심의위원회가 ‘단순 과실’이라고 판단하더라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끝까지 의료과실을 부인하는 의료인의 경우, 손해배상금 지급을 미루면서 형사재판에서 무죄를 다투는 사례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이번에 법안소위를 통과한 조항 내용대로 의료분쟁조정법이 최종 개정된다면, 자신의 의료과실을 인정하지 않고 이를 부인하는 설명을 하고 사과나 유감의 뜻도 밝히지 않는 의료인으로부터 의료사고를 당한 피해 환자와 유가족은 더욱 큰 고통과 울분을 겪게 될 것이다. 따라서 정부와 국회는 반드시 의료사고 피해 환자와 유가족의 의견을 듣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국회나 정부 차원의 공청회도 가능하고, 의료혁신위원회를 통한 공론화 과정도 가능하다.



      우리 소비자단체와 환자단체는 조만간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상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필수의료행위 범위를 로 한정해야 하고, 또는 그리고 적용 범위의 확대 여지를 둘 수 있는 이라는 표현은 삭제할 것을 촉구한다. 또한, 중대한 과실이 아닌 단순 과실로 발생한 필수의료행위 의료사고에 대해, 의료인이 의료분쟁 조정 또는 중재를 통해 손해배상금을 지급한 경우에는 반의사불벌 특례를 적용하고, 조정이 성립하지 않으면 판사가 형을 임의로 감면하는 특례를 두는 정도가 사회적으로 합의 가능한 형사특례 수준이라고 본다. 반면, 위헌적 요소를 안고 있는 조항은 상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반드시 삭제되어야 한다.



      2026년 3월 13일



      소비자시민모임·한국소비자연맹·한국환자단체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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