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10월 1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해소를 위한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통과됐다. 중증응급환자의 이송병원이 신속하게 정해지지 않을 경우 중앙응급의료상황실과 119구급상황관리센터가 수용병원을 지정하고, 응급의료기관의 수용 거부·기피가 가능한 정당한 사유를 구체화한 것은 그동안 환자와 가족들이 요구해 온 응급환자 이송·수용체계 개선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도 지난 2026년 8월 19일 국회 토론회에서 ‘응급실 뺑뺑이’는 환자가 자신의 상태에 맞는 진료와 최종치료가 가능한 의료기관을 제때 찾지 못해 구급차 안에서 생사의 갈림길을 떠도는 문제라고 지적하며, 중앙응급의료상황실의 이송병원 지정·조정 기능 강화와 응급환자 수용체계 개편을 제안했다.
특히 응급환자 수용을 거부하거나 기피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는 추상적인 인력·병상 부족이 아니라 수용 요청 당시 해당 환자의 상태와 실제 의료기관의 진료역량을 기준으로 판단하고, 사후 검증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번 개정에는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문제가 남았다. 국회는 한국환자단체연합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인 응급의료행위로 환자가 사망하거나 상해를 입은 경우 적용되는 업무상과실치사상죄의 형사책임 감면을 기존의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다’는 임의적 감면에서 ‘감경하거나 면제한다’는 필요적 감면으로 개정했다.
‘응급실 뺑뺑이’ 상황에서 아무도 수용하지 않아 구급차 안에서 사망하거나 질환이 악화될 상태의 중증응급환자를 국가의 요청에 따라 적극적으로 수용한 응급의료기관과 응급의료종사자를 특별히 보호하는 것과, 모든 일반적인 응급의료행위에까지 일률적으로 형사책임 특례를 확대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더 심각한 것은 의료진에 대한 특별한 형사책임 보호는 강화하면서, 그 의료행위로 사망하거나 중대한 피해를 입은 환자와 유족에 대해서는 국가 차원의 공적 보상체계를 함께 마련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국회 토론회에서 의료진의 형사책임을 면제한다면 피해를 개인에게만 맡겨서는 제도의 형평성과 사회적 수용성을 확보하기 어렵고, 응급의료기금을 활용한 공적 보상체계가 반드시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의료진 보호에는 법률로 적극 반영하면서 피해 환자 보호에는 공백을 남기는 입법은 균형 잡힌 응급의료 개혁이라고 할 수 없다.
특히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의정갈등과 장기간의 의료공백을 겪은 이후 국회와 정부가 의료계의 우려와 요구에는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정작 그 보건의료체계 공백을 피해를 입고 있는 환자와 가족의 목소리는 입법 과정에서 충분히 반영하지 않는 모습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을 매우 심각하게 바라본다.
응급실을 전전하다 골든타임을 놓친 환자와 아이와 가족을 잃은 가족들도 응급의료 정책의 가장 중요한 당사자다. 환자를 보건의료 주체로 규정한 환자기본법이 제정된 상황에서 의료진의 어려움은 해결하면서 환자의 피해와 권리는 나중으로 미루는 방식의 입법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이번 법 개정의 출발 방향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응급실 뺑뺑이’ 해소의 최종 목적은 의료진의 형사책임을 줄이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단 한 명의 응급환자라도 치료받을 병원을 찾지 못해 길 위에서 죽거나 중대한 장애를 입지 않도록 하는 데 있다.
국회와 정부의 후속 논의에서는 일반 응급의료행위에 대한 과도한 형사특례 문제, 피해 환자·유족의 공적 보상, 정당한 사유 없는 수용 거부·기피에 대한 실효적인 검증체계가 환자의 생명과 안전이라는 동일한 기준에서 함께 다뤄져야 한다.
2026년 10월 2일
한국환자단체연합회
(한국백혈병혈액암환우회, 한국GIST환우회, 한국신장암환우회, 암시민연대,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 한국건선협회,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한국신경내분비종양환우회, 한국PROS환자단체, 한국파킨슨희망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