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승봉교수, 한국의 심각한 뇌전증 과소치료 살릴 수 있는 환자들이 죽고 있다
    • 61세 하지불안증후군 여자 환자가 어제 방문했다. 몇 주 전에 절친 뇌전증 환자가 자기 집의 소파에 누운 상태로 사망하여서 지금도 놀란 가슴을 누를 수가 없다고 한다. 뇌전증 친구는 20년전에 서울대병원에서 뇌전증 수술을 받았지만 그 후에도 뇌전증 발작은 계속 발생하였다고 한다. 최근에도 한 달에 2-3회 발작(의식을 잃고 쓰러진 후 한참 후에 깨어남)이 발생하였지만 병원에 가면 의사는 몇 마디 통상적인 질문(발작이 있었나요? 약을 잘 먹었나요?) 후 같은 약만 처방했다고 한다. 명백한 과소치료이다. 과소치료는 적정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치료로서 질병의 치료에 필요한 충분한 약물 투여, 수술, 혹은 검사가 제때 이루어지지 않아 병을 키우거나 치료 효과가 떨어지는 경우를 뜻합니다. 항경련제 용량만 증량했어도 생명을 구할 수 있었고, 그래도 안 되면 SK 신약 세노바메이트를 투여할 수도 있었는데 그냥 방치했다.

      환자들은 국내 최고 병원이라고 찾아갔지만 정작 치료는 수준 이하였다. 뇌전증 환자가 1만명에 달하는 빅4 병원은 이미 정상적인 진료가 불가능하다. 1-2분 엉터리 진료로 어떻게 중증 난치성 뇌전증 환자의 생명을 지킬 수 있나. 환자들은 큰 병원이라고 무조건 믿으면 안 된다. 발작이 없는 무증상 환자는 1-2분만 진료해도 되지만 발작이 재발하는 중증 뇌전증 환자는 최소한 5분 - 10분 이상 진료를 해야 한다. 무증상 환자와 중증 난치성 환자를 모두 1-2분만 진료한다면 중증 환자는 곧 죽게 된다. 의사가 환자의 말을 잘 들어 주는지 발작이 재발할 때에는 약물 조절 (증량 또는 다른 약 추가)이나 수술, 신경자극술 등 다양한 치료 방법을 소개하는지를 보라. 이런 신속한 조치가 없고 소통이 어렵거나 같은 약만 처방한다면 빨리 주치의를 바꾸어라. 그렇지 않으면 중증 뇌전증 환자는 다치고 생명을 잃게 된다. 뇌전증도움전화(1670-1142)을 통하여 의료 상담을 받은 후 상담결과를 주치의에게 제시하고 더 좋은 치료를 요구하라. 이를 치료에 참고하지 않거나 화를 낸다면 바로 주치의를 바꿔라. 어떤 의사를 찾아가야할지 모를 때에는 뇌전증도움전화 (1670-1142)에 문의하면 된다.

      원주에 사는 18세 지적장애가 심한 남학생의 어머니가 뇌전증도움전화를 찾았다. 세브란스병원 소아신경과에 다니고 있지만 매일 발작으로 쓰러지고 다치는데 같은 약만 처방하고 있다고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문의했다. 지적장애가 심하여 뇌파검사도 제대로 하기 어려운 상태이고 난치성 뇌전증인 레녹스-가스토 증후군을 앓고 있다고 한다. 자세한 진료기록지를 보지는 못했지만 역시 과소치료를 받고 있는 것이 명백했다. 뇌전증도움전화 전문교수 상담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 환자가 현재 복용하고 있는 항경련제: 토파맥스, 데파코트, 빔스크, 센틸

      - 환자의 발작이 자주 발생하므로 더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함. 케프라, 이노베론, 에피디올렉스, 엑세그란, SK 신약 세노바메이트 등 추가로 사용할 수 있는 항경련제들이 많이 있음.

      - 협조가 안 되어서 뇌파검사가 힘들면, 미주신경자극기, 뇌심부자극기 등을 고려할 수 있고, 넘어지는 발작(무긴장 발작 등)이 빈번하면 뇌량절제술(callosotomy)를 고려할 수 있음.

      - 약물 치료만 받을 생각이라면 멀리 있는 세브란스병원에 가지 마시고 원주기독병원 소아신경과 C교수님에게 치료 받을 것을 추천함. 의사에게 뇌전증도움전화 상담 결과를 꼭 제시할 것.

      미국 의사들의 45%만이 발작의 완전 조절을 뇌전증 치료의 목표로 생각하고 있어서 미국 뇌전증 환자들의 51%가 과소치료를 받고 있다. 한국은 빅4 병원의 대부분 뇌전증 전문 교수들은 발작의 완전 조절을 치료목표로 생각하지 않으며, 항경련제만 처방하고 있다. 모두 과소치료에 해당한다. 그러는 사이에 환자는 쓰러지고 다치고 죽어간다. 한국의 뇌전증 과소치료는 최악의 상황에 처해 있다. 보건복지부는 이런 사실을 정확하게 모른다. 그냥 뇌전증지원예산 몇 푼 준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냉철하게 문제를 파악하고 원인을 찾아서 해결하려는 피나는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 눈과 귀를 닫고 있다.


      더 놀랄 일은 우크라니아, 이란, 베트남, 인도네시아, 태국 등 전 세계 40개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난치성 뇌전증의 치료율이 70-90%에 달하는 고주파열응고 치료(뇌 전극을 머리 속에 삽입하고, 이 전극에 고주파 전류를 보내서 뇌전증병소를 제거하는 치료)를 한국만 하지 못한다. 이유는 식약처가 고주파열응고 치료를 할 수 있는 뇌 전극의 허가를 1년 이상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는 전쟁 중인 2025년에도 이 뇌 전극을 도입했다. 위 나라들의 1인당 국민소득은 2,000-5,000불이다. 반면 한국은 1인당 국민소득이 37,000불인데 가장 효과적인 난치성 뇌전증 치료인 고주파열응고 치료를 못하고 있다. 이게 말이 되나.

      1년전부터 필자가 언론에 반복해서 호소하였지만 소용이 없다. 식약처는 눈과 귀를 닫고 난치성 뇌전증의 과소치료를 부채질하고 있다. 젊은 난치성 뇌전증 환자들이 식약처의 늦장으로 죽어가고 있는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회의원들은 왜 아무도 나서지 않나. 하루에 1-2명이 죽고, 수백명이 발작으로 다치고, 화상, 골절을 당하고 있다. 이 보다 더 시급한 일이 어디에 있나. 뇌전증 환자들과 부모들은 정부와 국회의 무관심과 구태의연에 치를 떨고 있다. 한국은 언제 사람이 살 수 있는 나라가 될지 모르겠다. 한국은 지금 중증 난치성 뇌전증 환자들이 살 수 없는 나라임이 분명하다.

      홍승봉 교수
      성대의대 명예교수
      뇌전증지원센터장 (국제뇌전증협회 공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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