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료인력 추계 논의는 지금, 방향부터 다시 점검해야 합니다.'
    • 의사수급추계위원회가 11차례의 심의를 거쳐 2035년에는 3142~4262명, 2040년에는 9251~1만98명의 의사가 부족할 것으로 예상한다는 결론을 내놓았습니다. 보건복지부는 이를 바탕으로 1월 중에 2027학년도 이후의 의대 입학정원을 결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미래의 의사 수요를 합리적으로 추계하는 일은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지난한 일입니다. 의료 기관의 현황, 장래 인구의 변화, 의사 인력의 공급량을 고려해야 하고, 국가의료정책의 향방 및 인공지능(AI) 기술 등에 의한 의사의 생산성 변화도 고려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계위원회의 논의가 현재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의료 문제의 원인을 정확히 진단하지 못했고, 정부가 미리 정해놓은 의대 증원을 정당화하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에 동의할 수밖에 없습니다.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의사 수의 합리적인 추계에는 다음 사항이 더욱 적극적으로 반영되어야 합니다.


      첫째, 의료 서비스의 과도한 소비를 부추기는 제도와 구조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특히, 낮은 본인 부담, 무차별적인 실손보험, 검사와 치료에 대한 과도한 사회적 관용에 의한 소비자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합니다. 이러한 구조를 바로 잡지 못하면 의대 증원이 의료 접근성 개선이 아니라 불필요한 진료‧의료비 폭증으로 이어지게 될 것입니다.


      둘째, 이미 심각하게 왜곡된 의대 교육과 전공의 수련의 현실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현재 2024학번과 2025학번 학생들이 동시에 예과 1학년을 수학하고 있으며, 대부분 의과대학에서는 의정 사태 이전 정원의 두 세배 또는 4배에 달하는 학생이 한 학년에 몰려 있습니다. 6년 후에 벌어질 전공의 수련 과정 대란도 걱정해야 합니다. 2개 학년이 동시에 교육을 받는 상황이 종료되기 전에는 의대 입학정원의 추가 증원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셋째, 이번에 발표된 의사 수급 추계는 의료정책적인 판단을 위한 수치라기 보다는 의대 입학정원의 증원을 정당화하기 위한 시도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의료 소비 구조의 문제, 기술 발전, 의료 전달체계 개편 가능성, 전공의 수련 과정 정상화 가능성은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고, 과거의 의료 이용 증가를 그대로 미래로 연장하는 방식을 적용하였기에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는 합리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의대 증원 및 감원 계획을 기대합니다. 의과대학 및 수련병원에서 학생과 전공의가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즉, 상식적으로 교육할 수 있는 범위에서의 점진적 증원 또는 감원이 바람직합니다. 불합리한 추계와 잘못된 문제 인식에서 부실하게 추진하는 증원은 국민의 건강과 의료 시스템의 지속 가능성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요인이 되기 때문입니다.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단순한 입학정원 확대가 아니라, 1) 의료 소비 구조의 개혁 2) 필수의료에 대한 합리적 보상 3) 의료 전달체계의 정상화 4) 현실적으로 교육 가능한 범위에서의 인력 정책 5) 의료 관련 민형사 소송을 남발하는 사회문화를 개혁하는 것입니다.


      국민의 건강과 미래 의료를 위해, 지금의 방향을 다시 점검할 것을 정중히 요청드립니다.


      2025년 12월 31일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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