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승봉 교수, 한국 뇌전증 과소치료 매우 심각 부상, 화상, 사망까지 이어져
    • 뇌전증은 뇌경색, 뇌종양. 뇌염 등 여러 가지 원인으로 뇌신경 일부가 손상되고, 이로 인하여 뇌신경에 과도한 전류가 발생하는 뇌질환이다. 뇌전증의 증상은 매우 다양해서 의식만 몇 초 없어지거나 한쪽 손만 잠시 떠는 가벼운 증상부터 20-30초 동안 의식이 없고 판단이나 반응하지 못하는 발작도 있고, 가장 심한 전신강직간대발작(대발작)까지 여러 가지 형태로 발생한다. 뇌전증 증상은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예측할 수가 없기 때문에 계단이나 높은 곳에서 발생할 경우 큰 부상이나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타박상, 화상. 골절 등은 수시로 당하고 있다.


      약물 난치성 뇌전증 환자들이 가장 위험


      국내 뇌전증 환자는 약 36만명이 있고, 이 중 약 30%(12만명)는 여러 가지 항경련제를 투여하여도 발작이 완전히 조절되지 않는 약물 난치성 뇌전증이다. 30세 여자 뇌전증 환자가 임신 3개월 중에 집에서 돌연사했다. 1년에 대발작이 1-2회 발생하였었다. 마지막 외래 진료 시 임신을 했다고 해서 지난 6개월 동안 발작의 재발은 없었지만 임신으로 인한 체중과 대사율 증가를 예상하여서 먹고 있던 항경련제를 증량했다. 그런데도 남편이 직장에 나가고 집에 혼자 있을 때 대발작이 발생하여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항경련제를 더 세게 투여했을 걸 하는 큰 아쉬움과 후회가 남아있고 생각을 할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1년에 대발작이 1회 발생하면 돌연사 위험이 5배 증가하고, 3회 발생하면 15배 증가한다. 그런데 한 달에 대발작이 1회 이상 발생하는데도 2-3개월 후에 오라는 대학병원 뇌전증 전문 교수들이 많다. 한 달에 1회 이상 대발작을 하면 돌연사 위험이 50-100배로 치솟는다. 이런 환자들이 전국에 방치되고 있다. 이런 환자들에게는 항경련제 용량을 높이고 더 강력한 약을 추가로 투여해야 한다. 발작이 완전히 조절되거나 환자가 부작용을 느낄 때까지 약을 증량하는 것이 뇌전증 치료의 원칙이지만 이를 지키는 의사는 매우 적다. 뇌전증의 과소치료(under-treatment)를 개선하면 수많은 뇌전증 환자들을 부상과 돌연사에서 구할 수 있다.


      만연하는 뇌전증 과소치료(under-treatment)의 원인은 무엇인가?


      미국 의사들 중 45%만 뇌전증 치료의 목표를 발작의 완전 조절로 생각하고 있는 반면 환자들의 61%와 보호자의 66%는 발작의 완전 조절을 원한다. 뇌전증 수술센터가 51개 주(state)에 여러 개씩 있는 미국 성인 뇌전증 환자들의 50.8%(150만명)는 불충분한 과소치료를 받고 있어서 발작이 재발하고 있다 (2024년 미국질병관리센터). 서울, 부산 외 광역시에 수술센터가 한 개도 없고, 뇌전증 수술 가이드라인도 없는 한국의 뇌전증 과소치료율은 이 보다 훨씬 더 높은 70% 이상(약 15-20만명)으로 추정된다. 매우 심각한 공공의료의 문제이다. 뇌전증의 70%는 약으로 조절된다고 강의나 인터뷰는 쉽게 하지만 현실은 전혀 다르다. 대부분의 뇌전증 진료 의사들은 항경련제를 소극적으로 투여하고 있고 매우 짧은 진찰시간으로 “가성 약물 난치성 뇌전증” 환자들을 양산하고 있다. 유발 요인 피하기, 약물 순응도 향상, 충분한 수면, 금주 등 생활교육과 더불어서 항경련제를 증량하거나 다른 항경련제를 복합 투여하면 발작이 완전히 조절될 수 있는 경우를 뜻한다. 필자에게 오는 뇌전증 환자들의 약 50%는 기존에 먹던 항경련제의 증량으로 발작이 조절되었다. 즉, 가성 약물 난치성 뇌전증이다. 보건복지부는 뇌전증 진료 의사들이 과소치료(under-treatment or suboptimal treatment)를 하지 않도록 지도-교육해야 한다. 학회가 하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하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대학병원의 A 교수는 발작이 한 달에 1회 이상 발생하면 환자의 부상, 화상, 돌연사 위험이 크므로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반면 B 교수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3달 후에 오세요”하고 끝낸다. 심지어 9달 후에 오라고 하는 정신 나간 의사도 빅4 병원에 있다. 환자와 가족의 애끊는 호소는 듣지 않는다. 형식적인 학회의 뇌전증 치료 교육은 아무 소용이 없고, 구체적인 뇌전증 치료 가이드라인이 없다. 한국은 의사의 언행(강의와 실제 진료)이 일치하는 않는 뇌전증 후진국이다. 원인은 수술센터 부족, 진찰료 및 뇌전증수술 저수가, 뇌전증 수술 의사 부족, 정부-학회의 지도관리 부재, 환자/대국민 교육 부족 등 다양하다.


      뇌전증 과소치료(suboptimal treatment)를 개선할 방법은 없는가?


      뇌전증도움전화(1670-1142)가 받는 의료 상담의 약 50%는 과소치료 문제이다. 뇌전증 과소치료는 부상, 화상, 돌연사의 위험을 크게 높이고, 환자를 실직, 무직, 우울, 불안, 자살생각, 편견과 차별에 시달리게 한다. 뇌전증 진료 의사들은 단순이 발작만 치료하지 말고 각 환자의 정신사회적인 문제까지 돌보는 “포괄적 뇌전증 관리 (comprehensive epilepsy care)”를 해야 한다. 의사가 발작으로 초래되는 정신사회적인 문제를 인지해야 발작을 적극적으로 치료하게 된다. 인천, 부산, 광주, 대전, 제주도 등 전국 곳곳에서 환자들이 필자를 찾아온다. 왜 그럴까. 필자는 발작의 완전 조절을 치료 목표로 하고 여러 가지 약을 충분한 용량으로 투여해도 조절이 안 될 때에는 뇌전증 수술, 신경자극술, 신약 등 모든 노력을 다하기 때문이다. 지역 의사들은 왜 안 될까. 여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지역 의사들은 칼(약)만 가지고 전투에 나가지만 필자는 칼(약), 소총(정밀검사), 기관단총(뇌전증 수술), 대포(수술로봇, 신경자극술, 신약)까지 가지고 환자를 적극적으로 치료한다. 뇌전증 수술을 하지 못하는 전국 광역시 대학병원 의사들은 환자들이 서울로 빠져나가서 심각한 무력감과 절망감에 빠져있다. 적극적인 치료를 기대하기 어렵다. 부산대병원 L 교수는 서울집중으로 뇌전증 지방의료가 무너지고 있다고 한탄한다. 한국 광역시의 뇌전증 치료는 아프리카 후진국과 다름이 없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이 광역 거점 뇌전증지원병원 제도이다.


      뇌전증 지원 예산의 지방 분산과 광역 거점 뇌전증지원병원 빨리 시작해야


      일본은 2015년에 거점 뇌전증지원병원을 지정하기 시작하여 현재 전국에 31개를 지정하여 운영하고 있다. 각 지역 뇌전증 거점 병원은 그 지역에서 뇌전증을 진료하는 병의원의 정보를 보유하고, 거점 병원과 지역 병의원 사이에 교육, 상담, 자문, 환자 의뢰-되의뢰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약물치료부터 수술까지 가능하다. 이를 관리하는 사람이 “뇌전증지원 코디네이터”이다. 뇌전증지원센터(1670-1142, 홍승봉 센터장)는 작년부터 뇌전증지원 코디네이터를 육성하는 교육과정을 3개월마다 열고 있다. 오사카대학병원(거점 뇌전증지원병원)이 관리하는 지역의 뇌전증 진료 병의원 수는 무료 158개이다. 보건복지부는 삼성서울병원에 몰아주고 있는 뇌전증 예산을 2026년에는 반드시 지방으로 재분배해야 한다. 서울 집중에서 벗어나 부산, 광주, 대구, 대전에 1개씩 거점 뇌전증지원병원을 지정하고, 1년에 1억원(뇌전증지원 코디테이터 1명 및 뇌파기사 1명 인건비)씩을 지원해야 한다. 그 후에 지자체와 협력하여 지원을 확대해 나가면 된다. 일본은 후생노동성과 지자체가 거점 뇌전증지원병원을 반반(각각 년 약 1,000만원씩) 지원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올해 서울 도곡동에 4차 뇌전증센터를 신설하고 뇌전증 수술을 가장 많이(12월에 6건 수술) 하고 있는 강남베드로병원도 지원하라. 앞으로 거점 대학병원이 하지 않겠다면 뜻과 의지가 있는 지방 중소종합병원을 거점 뇌전증지원병원으로 육성할 수 있다.


      홍승봉 교수
      뇌전증지원센터장 (국제뇌전증협회 공인)
      성대의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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