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23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에서는 2025년 급여 적정성 재평가 대상이 된 ‘애엽추출물’ 성분을 포함해, 총 8개 성분 309개(202개 제약사) 약제에 대해 심의할 예정이다. 이 가운데 52개 제약사가 74개 품목을 출시하고 있는 ‘애엽추출물’ 성분 약제를 둘러싼 사회적 논란이 커지고 있다. 지난 8월 7일 약제급여평가위원회(이하, 약평위)에서 “임상적 유용성 근거가 없다.”고 결정했음에도, 불과 4개월 만에 제약사의 이의신청과 ‘약가 자진 인하’ 방식을 통해 급여를 유지할 기회를 얻었기 때문이다.
‘애엽추출물’ 성분의 약제는 2005년 건강보험에 등재된 이후 20년 동안 임상적 효과의 근거 부족 논란이 계속되어 왔으며,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에서만 유일하게 건강보험에 등재되어 있다. 해당 약제는 요양급여 비용 청구액 기준으로 연간 약 1,215억원이 투입되는 이른바 ‘블록버스터’ 약제이기도 하다.
지난 8월 7일 열린 약평위 1차 심의는 ‘임상적 유용성 근거 없음’으로 판단해 급여 적정성이 없다고 결정했다. 이에 해당 제약사는 이의신청을 제기했고, 지난 12월 4일 개최된 약평위 2차 심의에서는 근거 수준이 높은 교과서나 임상진료지침 근거는 없고, 임상연구문헌 1편만 존재한다는 이유로, 불과 4개월 만에 평가를 ‘임상적 유용성 불분명’으로 변경했다. 그리고 제약사가 약가를 자진 인하해 비용효과성 요건을 충족하면 급여 적정성을 인정할 수 있다는 취지로 결정했다. 만약 오늘 열릴 건정심에서 ‘사회적 요구도가 높음’으로 평가될 경우, 해당 약제는 현재와 같이 급여를 유지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이의신청 과정에서 제약사가 어떤 임상적 유용성 근거 자료를 제시했는지, 그 근거 자료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아직 공개되지 않지 않았다. 사회적 요구도가 높고 낮음을 판단한 근거 역시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20년 이상 임상적 효과 관련 근거 자료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논란이 이어져 온 약제를 ‘사회적 요구도가 높다’고 판단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되기 어렵다.
정부가 생명과 직결된 신약을 신속하게 사용하도록 제도를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이유로 일부 시민단체와 학자들이 반대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 ‘애엽추출물’ 성분 약제가 임상적 근거가 없거나 불분명함에도 연간 약 1,215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건강보험 재정을 투입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이에 우리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오늘 개최되는 건정심에서 ‘애엽추출물’ 성분 약제의 이의신청 과정에서 임상적 유용성 근거가 ‘없다’에서 ‘불분명’으로 변경된 이유와, 관련 근거 자료의 내용과 수준을 철저히 검증할 것을 촉구한다. 아울러 해당 제약사가 약가를 자진 인하하더라도, 사회적 요구도가 높아야 급여 유지가 가능한 만큼 이러한 사회적 요구도 역시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평가해야 한다.
2025년 12월 23일
한국환자단체연합회
(한국백혈병혈액암환우회, 한국GIST환우회, 한국신장암환우회, 암시민연대,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 한국건선협회,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한국신경내분비종양환우회, 한국PROS환자단체, 한국파킨슨희망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