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명]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임상근거 없는 애엽추출물의 구원투수가 되지 말아야
    • 지난 4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이하 급평위)는 올해 약제 급여적정성 재평가에 대한 이의신청을 심의했다. 지난 8월 급평위는 애엽추출물에 대해 “임상적 유용성 근거가 없다”며 급여적정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제약사의 이의 신청을 받아들여, 심평원은 이번에 “비용효과성이 충족되면 급여적정성이 있다”는 새로운 결론을 내렸다. 심평원 관계자는 제약사가 추가 자료를 제출해 임상적 유용성 평가가 ‘없음’에서 ‘불분명’으로 변경되었다고 설명했다.


      애엽추출물은 2002년 허가되어 23년간 사용된 약이다. 지난해 처방액만 약 1,300억 원, 처방량은 약 8억 정에 이른다. 국민 1인당 1년에 15정을 먹은 셈이다. 이처럼 광범위하게 사용된 약인데도 제약회사들은 별다른 효과를 입증할 근거를 생산하지 않았다. 우리는 수십년 동안 별다른 임상적 근거도 없는 약을 수십년간 사용했다.


      이유는 이 약이 정부의 산업특혜 정책의 일환으로 탄생했기 때문이다. 애엽추출물의 오리지널 제품인 스티렌은 국내 ‘천연물 신약’의 상징이었다. 2000년 정부는 ‘천연물신약연구개발촉진법’을 제정하며 막대한 정부 예산과 건강보험 재정을 제약산업 육성에 투입했다. 그러나 2014~2015년 감사원과 국회가 무리한 보험급여 적용과 허가 절차 완화 등 각종 특혜 의혹을 지적했으며, 이후 천연물 신약에 대한 별도 허가 요건과 심사 기준, 약가 우대 정책은 폐기되었다.


      이번 이의 신청 과정에서 제약사가 주장한 내용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급평위는 애엽추출물이 국내 천연물 신약의 상징적 존재라는 점, 제약·바이오 산업 육성 기조에 부합한다는 점 등이 크게 고려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효과없고 불필요한 약을 건강보험재정으로 구매하냐 마냐의 일이다. 핵심 기준은 어디까지나 ‘임상적 유용성’이어야 한다.


      건약은 수년간 콜린알포세레이트를 비롯한 효과 없는 약의 퇴출을 요구해왔다. 급여적정성 재평가 제도가 마련되었음에도 제대로 집행되지 못한 이유는 복지부의 제약사 ‘봐주기’ 가 반복되었기 때문이다. SCI급 임상 연구 한 건 없는 약이 교과서 한 줄 인용됐다는 이유만으로, 또는 약값이 저렴하다는 이유만으로 제약사의 이익에 부응해왔다. 이번 심평원의 결정은 복지부 보고와 건정심 의결만 남겨놓고 있다. 이미 제약사는 심평원과 미리 합의한 대로 약가 인하 신청까지 제출한 상태다.


      재평가 후 이어질 소송 부담, 오랫동안 사용된 약에 대한 의사·환자 여론, 천연물 신약의 상징성, 더 비싼 대체약으로의 처방 이동 가능성 등 여러 변명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의약품 사용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단 하나다. “약이 효과가 있어야 한다는 것.” 효과 없는 약은 재정을 낭비할 뿐 아니라, 정당한 치료를 원하는 환자들을 기만하고 건강을 위협한다. 효과가 불분명한 약의 사용을 제한하는 것은 정부가 반드시 수행해야 할 역할이다.


      보건복지부는 애엽추출물에 대한 이번 약평위 결정을 즉시 재검토하고 바로잡아야 한다. 심평원과 복지부는 제약사 봐주기를 중단하라. 효과가 의심되는 약에 대한 전면 재검토와 퇴출을 강력히 요구한다.
    Copyrights ⓒ 헬스앤마켓리포터스 & www.h-money.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확대 l 축소 l 기사목록 l 프린트 l 스크랩하기
최신기사

상호 : health&market reporters l 연락처 : 010-7979-2413 l e-메일 : djkangdj@hanmail.net
발행인: 강동진 l 등록번호: 서울, 다10470 l 등록 일자: 7월 13일
Copyrightⓒ 2012 Health & Market All re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