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보건복지부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개최하고 '약가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하였다. 환자의 치료접근성과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내놓았지만, 실제 내용은 빈수레나 다름없다. 오랜 기간 약가제도 개선을 위해 각계각층의 논의와 제안들이 있었음에도 그 수준에 한참 못 미치기 때문이다. 게다가 제도 곳곳에 다국적제약사와 대형 제약사들의 민원을 수용하는 모습은 보건복지부가 확실히 '보건산업진흥부'가 되었구나 하는 한탄만 늘어놓게 한다.
매년 늘어나는 약품비 문제는 실로 심각하다. 2024년 급여의약품 청구현황 자료에 따르면 급여의약품 약품비는 26.8조원에 이른다. 매년 5~12%씩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큰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있다. 가파르게 약품비가 증가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인구고령화에 따른 이유다. 고령인구가 증가하면, 약품비 증가는 필연적이다. 2024년 65세 이상 노인들이 사용한 약품비는 12.6조원이며, 매년 7~12% 증가하고 있다. 특히 많은 약품비가 발생한 효능군은 2.8조원의 동맥경화용제(고지혈증치료제)이며, 그 외에 고혈압, 당뇨병제, 소화성궤양용제도 각각 2조, 1.4조, 1.4조 원에 달한다. 각 효능군으로 지출되는 금액도 매년 3~10%씩 증가하는 추세다. 관련 약제는 대부분 특허가 만료되었으며, 제네릭의약품을 주로 사용한다.
두 번째 이유는 신약 지출의 증가다. 매년 최고가를 경신하는 신약들이 출시되고 있다. 과거보다 수배 이상 비싼 신약들이 등장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제약기업의 독점적 지위 강화다. 2024년 신약에 지출된 비용은 5.5조원으로, 2년 전보다 30%가 증가했다. 급속도로 비싸지는 신약 가격은 세계보건기구, 유엔 등이 대응하는 국제적 문제이며, 미국과 유럽에서도 골머리를 썩히는 상황이다. 단순히 환자 접근성이라는 이유로 각종 규제를 완화하는 정책은 나중에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신약 지출 비용을 감당해야 할 수도 있다.
우리가 환자접근성과 건강보험 지속가능성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하려면, 증가하는 약제비를 어떻게 해소할지에 대한 대답을 먼저 내놓아야 함에도, 이번 약가제도 개선방안은 엉뚱한 곳에 화력을 집중하는 모양새다.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건약)는 보건복지부가 내놓은 '약가제도 개선방안'을 철회할 것을 요구하며, 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이 숨겨놓은 거짓말을 하나씩 짚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