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살은 예방할 수 있다! 자살예방전화 ‘109’ 개선 필요
    • 자살예방전화 109로 통합했지만, 현장에선 잘 모른다


      보건복지부는 2024년 1월 1일부터 분산된 자살예방 상담전화를 하나의 기억하기 쉬운 번호 109로 통합 운영한다고 발표했다. 정책적으로는 ‘119처럼 자살이 구조가 필요한 긴급 상황’이라는 인식을 확산시키려는 목적이었다.1)

      하지만 자살예방 전화번호가 109로 통합된 것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진료 현장(간호사, 뇌파기사, 이비인후과 의사, 치과의사 등 의료진 10명 대상 질문)에서는 109를 모르고 있었다. 인지도가 낮으면 위기 순간에 번호로 바로 연결되는 ‘첫 방어선’이 약해진다. 정부는 KBS, MBC, SBS 등 공영방송을 통하여 자살예방전화 109를 널리 알려야 한다. 사실 109는 자살고위험군 주변 사람들이 더 많이 이용해야 한다. 가족, 동료, 친구가 자살위험 경고를 보일 때에 109에 전화하여 상의하자.


      병원·센터 연계의 편차 — ‘연결’의 성패가 생명을 좌우한다


      임상에서 관찰되는 중요한 사실은 ‘연계의 질’이다. 필자는 우울 및 자살 위험 스크리닝(예: PHQ-9, Mini-Plus 자살경향성 척도)을 통해 중등도 이상 우울증 또는 유의한 자살경향성이 확인되면 즉시 뇌전증도움전화(우울-자살예방 상담사)로 연결한다. 이 전화를 통한 1차 전화 상담과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 연계 성공률은 약 88%에 달하였다. 반면, 정부가 시행한 자살고위험군의 일부 지역 연계 사업의 정신과 연계율은 약 10%로 매우 낮았다는 보고가 있어서 그 이유를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 지역 센터 담당자에 따라 대응 태도와 실행력이 크게 차이가 난다. 환자가 상담을 거부하면 바로 중단하는 곳도 있고, 집을 찾아가 설득해 연계에 성공시키는 곳도 있다. 이 격차가 곧 자살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필자는 진료 시 우울증과 자살생각을 진료 전에 PHQ-9 척도를 통하여 스크리닝한다. PHQ-9 척도에서 자살생각이 발견되면 이어서 Mini-Plus 자살경향성 척도를 시행한다. 유의한 자살경향성을 보이면 (Mini-Plus 자살경향성 척도 6점 이상) 바로 뇌전증도움전화(우울-자살예방 상담사)에 이메일을 보낸다. 그럼 담당 의료사회복지사가 당일에 그 환자에게 전화를 하여서 30분 - 1시간 동안 자세한 우울 및 자살 상담을 진행하고 필요시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로 연계한다. 연계가 안 된 경우에는 뇌전증도움전화가 다시 전화를 하여 심리적 지지상담을 진행하면서 환자를 감시하다가 더 위험해지면 다시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에 연계한다. 자살예방을 성공하기 위하여는 주치의, 1차 상담자 및 2차 정신건강복지센터 상담자 3자의 마음과 자세가 중요하다. 이 중 한 명이라도 노력과 적극성이 부족하면 실패한다.


      의료진의 역할 확대 필요성 — 비정신과 의사들의 참여가 관건


      자살 고위험군은 정신건강 관련 기관을 스스로 찾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신체 질환의 주치의(두통·불면·소화불량·암 등 비정신과 및 치과)는 꾸준히 방문한다. 따라서 1차 진료 현장에서의 지속적 우울/자살생각 스크리닝(PHQ-9 척도+ Mini-Plus 자살경향성 척도)과 적극적 연계 노력은 자살 예방에서 결정적 역할을 한다. 비정신과 의사·치과의사·간호사·간호조무사·사회복지사들도 자살위험 경고 신호와 연계 절차를 숙지하여 자살예방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

      자살예방 진료지침은 가이드라인으로서 중요하지만, 실제 위기 대응은 ‘사람과 시스템’의 협업으로 실현된다. 별도의 우울-자살 상담료를 받지 못하는 비정신과 의사와 치과의사들은 수가가 있는 PHQ-9 척도, 불안증이 동반되면 병원불안우울척도, 불면증이 동반되면 PSQI(피츠버그 수면의 질 척도)를 시행하여 수가를 받을 수 있다. 비정신과 의사들과 치과의사들이 조금만 노력하면 자살예방에 엉청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중등도 이상의 우울증과 자살생각(자주 생각나지만 시도, 준비, 현재 의향은 없음)이 있는 환자는 전문정신건강기관에 의뢰도 하지만 우선 항우울제(성인은 SSRI 항우울제 [렉사프로 등] 하루 1회 5 -> 10 -> 15 -> 20mg 식으로 증량, 소아청소년은 fluoxetine만 하루 10mg -> 20mg 식으로 처방)를 투여하면서 2주 간격으로 우울증의 개선과 자살 위험도를 평가한다. 물론 양극성 장애 [bipolar disease; 기분이 너무 고양(조증/경조증)되거나 심하게 가라앉는 것(우울증)이 반복됨]가 아닌 것을 확인해야 한다 (양극성 장애 치료약: 항우울제를 투여하지 말고 valproate, lamictal, 리튬 등을 투여함). 우울증 환자가 감정 조절이 어렵고, 자살생각이 자주 난다고 하면 리튬과 항우울제를 병용 투여 한다 (리튬 150mg -> 300mg 하루 3회 식으로 조절). 진료 시 자살예방 표준 지침은 다음과 같다. KQ1은 1) 성인 주요우울장애에 SSRI 항우울제를 사용할 수 있다. 2) 청소년 주요우울장애에 Fluoxetine 항우울제와 인지행동치료의 병합요법을 시행할 수 있다. 3) 성인 양극성 장애에는 항우울제 치료를 권장하지 않는다. KQ2는 4) 성인 양극성장애에서 Lithium (리튬)을 사용할 수 있다. 5) 성인 주요우울장애에서 Lithium과 항우울제 병합치료를 시행할 수 있다. KQ3은 6) 성인 양극성 장애에서 항경련제를 투약할 때. Valproate, Carbamazepine 또는 Lamotrigine 을 사용할 수 있다.


      국민이 알아야 할 ‘자살위험 경고’


      다음과 같은 말·감정·행동을 보이면 즉시 주의를 기울이고 109로 연락하거나 주변 전문가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자살이 임박하다고 판단될 때에는 119로 연락하자.




      1. 이런 말을 자주 한다.

      - 죽고 싶다, 죄책감, 수치감이 너무 크다, 다른 사람에게 너무 큰 짐이 된다.

      2. 이런 느낌이 든다.

      - 공허하거나, 절망적이거나, 갇혀 있거나, 살 이유가 없는 느낌

      - 극도로 슬프거나, 더 불안하거나, 동요하거나, 분노로 가득 찬

      - 참을 수 없는 감정적 또는 신체적 고통

      3. 이런 행동을 보인다.

      - 계획을 세우거나 죽는 방법을 연구함


      - 친구들로부터 멀어지기, 작별 인사하기, 중요한 물건 나눠주기, 유언하기

      - 너무 빠른 운전과 같은 매우 위험한 행동을 함

      - 극심한 감정 변화를 보인다

      - 먹거나 자는 것이 너무 많아지거나 너무 적어짐

      - 수면제 등 약물 복용이나 음주를 더 자주 한다


      이런 사람이 있으면 피하지 말고 함께 있으면서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정말 힘들겠구나” 등으로 공감을 표한다. “왜 그런 생각을 하냐. 정신 차려라” 식으로 비판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 또한 죽고 싶은 생각이 있는지, 계획을 하고 있는지, 도구를 준비하였는지, 지금 자살할 의향이 있는지, 자살 충동이 심한지 등을 물어보라. 자살위험이 높다고 판단되면 절대로 혼자 있게 하면 안 된다. 같이 시간을 보내면서 109에 도움을 요청한다. 하지만 필자가 토요일 오전 10시에 109로 전화를 해보았다. 2분 25초 동안 기다리라고 하다가 상담원 연결이 안 되므로 지역 어디로 연결한다면서 갑자기 현재 지역 번호를 눌러달라고 하여서 인터넷으로 서초구 지역 번호를 찾고 있는데 ‘뚜뚜’하면서 전화가 종료되었다. 자살이 임박한 사람들이 사용하기 어렵다. 또한 자살고위험군 바로 앞에서 109 전화가 어려울 수도 있다. 따라서, 자살예방전화 109는 빨리 문자 서비스를 받는 방법을 개발해야 한다. 대국민 교육, 조기 발견과 빠른 대처가 자살을 예방한다.


      홍승봉 교수
      대한우울자살예방학회 회장
      뇌전증지원센터장
      성대의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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