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한간호협회 홈페이지에서 ‘공개 민원 게시판(구 사이버민원실)’이 사라졌습니다. 그 자리는 개별민원을 1:1로 접수하는 비공개 시스템으로 대체되었습니다. 이 변화는 단순한 게시판 운영 방식 조정이 아닙니다. 간호사들의 목소리를 차단하고, 집단적인 공론장을 해체하려는 것이라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이 공개 민원 게시판은 단지 회원들의 개인적인 불만을 토로하는 공간이 아니었습니다. 회원의 민원에 대해 협회에서 답변을 하고, 이를 서로 공감하고 공유할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서로 다른 현장의 경험과 제도의 문제를 함께 인식하며, 변화를 촉구하던 ‘소통의 장’이자 ‘연대의 창’이었습니다.
또한, 대한간호협회의 책임과 발전을 도모하는 자리였습니다. 민원이 축적되고 공개됨으로써 조직의 건강함을 측정할 수 있었을 뿐 아니라, 수많은 간호사들이 제기하던 문제들이 민의의 장으로 변함으로써 협회에서 제도 변화를 추진할 수 있는 힘이 되었던 곳입니다. 그러나, 대한간호협회는 지난 5월 15일 홈페이지 개편을 하며 공개 민원 게시판 ‘사이버민원실’을 없앴습니다.
바뀐 1:1 상담 게시판으로 어떤 것을 할 수 있습니까? 자신의 이야기를 해도, 누가 공감했는지 조차 확인할 수 없으며, 조직의 입장을 다른 회원들과 공감하며 나눌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조치는 소통에 대한 두려움, 비판에 대한 회피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구성원의 비판을 경청하고 개선의 기회로 삼는 것이 건강한 조직의 기본입니다.
대한간호협회에 되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누구를 위한 협회입니까? 소통 없이 간호사의 권익을 대변할 수 있습니까? 민주적이고 투명한 운영을 지향하는 협회라면, 공론의 장을 되살려야 합니다. 불편한 목소리도 귀 기울일 수 있어야 하고, 비판을 통해 스스로를 단련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진정한 대표기구로서의 기본 자격입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공개 민원 게시판’의 부활은 단순한 기능의 회복이 아니라, 협회의 존재 이유를 되돌아보는 출발점이 되어야 합니다.
2025년 8월 25일
건강권 실현을 위한 행동하는 간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