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발표한 ‘의료사고 사법리스크 현황 분석 및 함의’ 연구용역 결과에 대한 환자단체연합회 입장 새창으로 읽기
    • [성명] 의료계가 주장해 온 ‘과도한 사법 리스크’의 근거가 된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의 연구보고서 내용이 잘못되었음이 지난 8월 14일 발표된 정부 연구용역 결과를 통해 밝혀졌다. 이제 정부와 국회는 의료사고 피해자와 가족·유족의 울분을 해소하고, 신속하고 공정한 손해배상을 통해 의료사고 형사고소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제도적·입법적 개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의료계는 전공의와 의사가 응급, 중증외상, 분만, 중증소아와 같은 고위험 필수의료를 기피하는 이유로 검찰의 높은 기소율과 법원의 중형 선고를 들며, 이른바 ‘과도한 사법 리스크’를 주장해 왔다. 이에 따라 의료사고로 인한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의사가 형사고소를 당하지 않거나 형사처벌을 면제받도록 해달라는 요구를 정부와 국회에 지속적으로 해왔다.


      이에 2024년 4월 19일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가 출범하면서, 산하에 「의료사고 안전망 전문위원회」를 설치하고, 의료사고 관련된 “불충분한 소통·조정, 공적 배상체계 부재, 수사 전문성 부재, 과도한 사법리스크” 문제에 대해 사실 확인과 토론,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총 17차례 공식 회의를 진행했다. 그 결과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은 국회의 입법사항을 제외한 제도 개선 방안을 2014년 8월 30일과 2015년 3월 19일 두 차례에 걸쳐 「의료개혁 실행방안」으로 발표했으며, 환자대변인제 등은 현재 추진 중이다.


      특히 정부가 발표한 「의료개혁 실행방안」에는 환자단체·소비자단체·시민단체가 반대했던 내용인, 의료사고로 환자가 사망한 경우 유족 전원의 동의가 있을 때 형사처벌을 하지 않는 반의사불벌죄 특례와, 유족 전원의 동의 여부와 상관없이 고위험 필수의료 분야의 의료사고에 대해 형을 임의적으로 감면하는 특례 도입에 대해 국회에서 검토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는 의료계가 주장하는 ‘과도한 사법리스크’가 존재한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따라서 ‘과도한 사법리스크’가 실제로 존재하는지에 대한 사실 확인이 반드시 필요했다.


      보건복지부는 이를 위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관련 연구용역을 위탁했고, 2024년 12월부터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을 통해 「의료사고 사법리스크 현황 분석 및 함의」 제목의 연구가 진행되었으며, 최종 결과가 지난 8월 14일 공개되었다. 그런데 연구 결과는 의료계의 주장과 크게 달랐다.


      의료계의 ‘과도한 사법 리스크’ 주장은 2022년 11월 9일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발표한 「의료행위 형벌화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비롯되었다. 이 보고서에는 “우리나라의 경우 2013년부터 2018년까지 연평균 754.8건의 의사 기소가 있고, 2018년 연평균 근로일수를 기준으로 매일 약 3명의 의사가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기소되고 있으며, 이는 연평균 활동 의사 수 대비 0.5%에 해당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정부 연구용역 결과에 따르면 1심 형사재판을 받은 기소 건수는 연평균 34.4건에 불과해, 의료정책연구소가 발표한 수치는 약 22배 과장된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간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가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기소되어 1심 형사벙원의 판결을 받은 사건은 총 172건(피고인 192명)이며, 연평균 기소 건수는 34.4건으로 나왔다. 형사재판에서 공판절차 없이 벌금 등 재산형을 선고받고 종결되는 약식명령 사건이 연평균 10건 미만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기소 건수는 연평균 45건 내외로 추정된다. 이 역시 의료정책연구소가 발표한 754.8건과 비교하면 약 17배 부풀려진 수치다. 연구 결과를 종합하면, 의료정책연구소가 연평균 기소 건수라고 발표한 754.8건은 의료사고 피해자와 가족·유족이 의료사고 관련해 연평균 고소 또는 고발했던 건수를 합산한 수치로 보인다.


      따라서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에서 발표한 연평균 기소 건수가 754.8건이라는 주장은 명백히 잘못된 내용으로써, 해당 「의료행위 형벌화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를 폐기하거나 해당 부분을 모두 수정해 과도한 사법리스크 관련 불필요한 오해와 혼란이 더는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 동안 1심 형사재판을 받은 피고인 수는 192명이다. 192명 중에서 의사가 88.5%(170명), 치과의사가 6.2%(12명), 한의사가 5.3%(10명)였다. 이 중 유죄는 68.8%(132명), 무죄는 28.6%(55명), 공소기각은 0.5%(1명), 선고유예는 2.1%(4명)였다. 유죄를 받은 132명 중에서 벌금형은 34.9%(67명), 벌금형 집행유예는 0.5%(1명), 징역형 집행유예는 2.1%(4명), 금고형 집행유예는 22.9%(44명), 징역형은 4.2%(8명), 금고형은 4.2%(8명)였다. 실형에 해당하는 금고형과 징역형은 연평균 3.2명에 불과했다. 의료계에서 의료사고 발생 위험이 크다는 이유로 기피 진료과로 지목된 응급의학과,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흉부외과의 기소율은 각각 4.7%(9명), 3.6%(7명), 5.7%(11명), 1.0%(2명)로 낮았고, 오히려 인기 진료과인 정형외과와 성형외과의 기소율은 15.6%(30명), 15.1%(29명)로 크게 높았다.


      의료사고로 형사고소를 당해 1심 형사법원의 재판을 받는 사건이 약식명령 사건을 포함해도 연평균 45건 내외에 불과하다. 실형인 징역형과 금고형을 선고받는 경우도 연평균 3~4명으로 극소수이다. 또한 기피 진료과인 응급의학과,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흉부외과에 비해 인기 진료과인 정형외과와 성형외과의 기소율이 훨씬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필수의료 진료과 의사와 전공의들이 과도한 사법리스크 때문에 해당 분야를 기피한다는 주장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


      환자의 생명과 신체를 다루는 의사의 직업적 특성을 고려해 업무상과실치사상죄 관련해 현행법상 의사는 다른 직종 종사자에 비해 더 많은 형사적·행정적 특혜를 이미 받고 있다. 의사는 응급의료에 의한 의료사고 발생 시 중대한 과실이 없고 불가피한 사유가 있으며 긴급한 상황이라면 형을 임의적으로 감경 또는 면제받을 수 있는 응급의료법(제63조)상 특례가 적용된다. 의료분쟁 조정 또는 중재가 성립하면 경상해의 경우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의료분쟁조정법(제51조)상 반의사불벌죄 특례도 적용된다. 의사도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으면 면허가 취소되지만, 업무상과실치사상죄의 경우 몇 번을 반복해도 의사 면허가 취소되지 않는 의료법(제65조제1항제1호 단서)상 면허 특례가 적용된다. 의료계가 주장하는 과도한 사법리스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정부 연구용역을 통해 확인되었고, 다른 직종 종사자에 비해 3가지 형사적·행정적 특혜를 이미 받는 상황에서 의료계에서 업무상과실치사상죄 관련 추가적인 형사책임 특례를 요구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기피 진료과인 응급의학과,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흉부외과에 비해 의료사고 기소율이 훨씬 높은 인기 진료과인 정형외과와 성형외과 의사들이 의료사고 관련 형사처벌 특례를 적극적으로 요구하지 않는다. 결국 인기 진료과 의사들은 기피 진료과 의사들보다 수입이 많고, 당직 부담이 적고 근무 환경이 좋으니까, 의료사고 발생 위험이 훨씬 크지만, 선호하는 것이다. 따라서 고위험 필수의료에 종사하는 의사가 동네의원을 개원하지 않고 종합병원급 이상의 의료기관에서 소명감을 갖고 진료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재정 투입을 늘리고, 근무 여건을 개선하고, 의료사고 발생 시 법무 지원을 강화하고, 책임보험료나 손해배상금을 공적 차원에서 국가가 지원하는 방법으로 해결할 필요가 있다.


      정부와 국회는 이제부터라도 의료사고 형사처벌 특례 관련 제도나 입법이 아닌, 의료사고 피해자와 가족·유족이 울분을 해소할 수 있도록 의료사고 설명의무, 의료사고 관련 유감 표시 증거능력 배제, 의료사고 피해자 트라우마센터 설치, 입증책임 부담 완화를 위한 제도나 입법부터 해야 한다. 또한, 피해자가 전문적이고 공정하며 신속한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의료분쟁 감정제도를 개혁해야 한다. 이를 통해 의료사고 피해자와 가족·유족이 형사고소를 하지 않고도 울분을 해소하고, 신속한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2025년 8월 18일
      한국환자단체연합회
      (한국백혈병환우회, 한국GIST환우회, 한국신장암환우회, 암시민연대,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 한국건선협회,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한국신경내분비종양환우회, 한국PROS환자단체, 한국파킨슨희망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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