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백혈병환우회(공동대표: 안기종·이은영)는 지난 5월 7일부터 13일까지 영국 리즈대학교(University of Leeds)가 주관한 한국과 영국 백혈병·혈액암 환자단체 국제협력과 수혈 경험이 있는 백혈병·혈액암 환자들이 직접 제작한 혈액백을 새커레이 의학박물관(Thackray Museum of Medicine)에 전시하고 워크숍을 개최하는 국제 공동 프로젝트에 공식 초청되어 참가했다. 또한, 암 환자와 가족의 정서적 지지를 지원하는 공간인 영국 메기즈센터(Maggie’s Centre)를 탐방하며 의미 있는 교류의 시간을 가졌다.
백혈병환우회, 리즈대학교 주관 국제 공동 프로젝트 참여
한국백혈병환우회는 리즈대학교의 연구기금으로 진행되는 ‘환자 권익 증진과 보건의료 소통 강화를 위한 국제 공동 프로젝트’(International collaboration for enhancing patient advocacy and healthcare communication)에 참여하고 있다. 리즈대학교가 주관하고, 새커레이 의학박물관, 영국 혈액암 환자단체 ‘Blood Cancer UK’, 그리고 한국백혈병환우회(KLPO)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이번 프로젝트는 워크숍 개최, 혈액백 특별전시, 기관·단체 탐방 등의 다양한 활동으로 구성되었다.
이번 프로젝트는 수혈 경험을 예술로 표현한 공동 특별전시와 워크숍을 통해 헌혈의 필요성과 수혈의 중요성을 국제사회에 알리고, 백혈병 및 혈액암 환자의 투병환경 개선, 헌혈자 예우, 헌혈문화 증진을 위한 다양한 사례를 직접 발표하고 공유하기 위해 추진되었다. 향후 백혈병 및 혈액암 환자의 수혈과 완치의 사례를 헌혈증진 운동으로 연결하는 중장기적 목표 아래, 국제 공동 프로젝트 확대의 기틀을 마련하는 의미 있는 교류의 시간이 되었다.
‘Blood Cancer UK’와 한국백혈병환우회의 국제협력과 워크숍 개최
영국 탐방의 첫 일정으로, 5월 8일 공동 주최 단체인 ‘Blood Cancer UK’ 사무실을 방문해 워크숍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한국백혈병환우회와 ‘Blood Cancer UK’는 각각 단체의 주요활동을 소개하고, 한국과 영국에서의 백혈병·혈액암 관련 주요 관심사에 대해 질의응답을 진행했다. 또한, 환자 투병 지원과 환자 정책 공유 및 국제협력 확대에 관한 논의도 이루어졌다.
‘Blood Cancer UK’는 65년 역사를 지닌 영국의 대표적인 혈액암 환자단체로, 연구기금 조성, 건강정보 제공, 심리적·실용적 지원, 정책 개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혈액암 환자의 투병을 지원하는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혈액암 행동 계획’(Blood Cancer Action Plan)을 마련하여 최소 진료기준 수립, 의약품 접근성 향상 및 건강 형평성 확대 등의 정책을 추진하며 실질적 변화를 이끌고 있다.
워크숍에서는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의 운영 구조와 ‘Blood Cancer UK’의 대응 방식과 환자참여 현황, 항암제기금(CDF: Cancer Drugs Fund)의 역할과 한계에 대한 토론도 진행했다, 또한, 영국의 급성림프구성백혈병 및 만성림프구성백혈병 환자들의 생생한 투병 경험을 듣고 함께 응원하는 시간도 가졌다. 이와 함께 매년 9월에 진행되는 ‘혈액암 인식 개선 캠페인’(Blood Cancer Awareness Month)에 한국백혈병환우회의 참여를 제안했고, 향후 국제협력를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한국 환자들이 수혈의 의미 담아 제작한 혈액백, 영국에서 특별전시
이번 국제 공동 프로젝트의 핵심 프로그램은 작년 2024년 7월 20일 한국의 서울 인사라운지에서 개최한 ‘혈액백 만들기 워크숍’이었다. 이 워크숍에는 수혈 경험이 있는 백혈병 및 혈액암 환자들이 참여하여 수혈에 관한 각자의 기억과 감정을 담은 혈액백을 직접 제작했다. 제작된 혈액백 작품들은 영국으로 보내져 올해 2025년 2월 29일부터 6월 29일까지 영국 리즈에 위치한 새커레이 의학박물관에서 ‘Blood: Ties and Tensions’이라는 주제로 특별 전시되고 있다. 이번 전시는 헌혈과 수혈의 역사와 문화를 조명하며, 19세기 수혈 기구, 헌혈 홍보 포스터 등 의학박물관 소장품은 물론, 한국에서 제작된 혈액백과 리즈 지역 주민들의 작품이 함께 전시되고 있다.
한국백혈병환우회는 전시 기간인 2025년 5월 10일 의학박물관을 직접 방문하여, 한국에서 백혈병·혈액암 투병을 한 환자들의 수혈 경험이 특별전시관을 찾은 관람객들과 공유되는 의미있는 현장을 목격했다. 특히, 영국의 설치 예술가 ‘젬마 우즈’(Gemma Woods)의 작품 ‘베슬’(Vessel)은 전시 공간 중심에 배치되어 소리와 빛을 활용해 혈관을 타고 흐르는 혈액의 움직임을 형상화했으며, 한국에서 열린 ‘혈액백 만들기 워크숍’에 참석한 환자들이 남긴 음성과 메시지가 특별 전시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한국 환자들의 수혈 소감은 영문 번역과 함께 전시되어, 현지 영국 관람객들에게 깊은 감동을 전하고 있었다.
한국백혈병환우회는 이번 혈액백 작품의 국제 전시 참여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 백혈병·혈액암 환자들의 수혈 스토리를 다양한 방식으로 기록 및 전시하고, 의미 있는 혈액백 제작과 상징적 콘텐츠를 통해 헌혈의 필요성과 수혈의 중요성을 널리 알릴 계획이다. 또한, 2010년부터 진행해 온 수혈자인 백혈병·혈액암 환자들이 헌혈자들을 초대해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헌혈톡톡콘서트’를 지속적으로 개최하며 자발적 헌혈 참여 문화를 조성할 예정이다. 특히, 헌혈의 수혜자인 백혈병 및 혈액암 환자들이 자신의 수혈 경험과 완치 사례를 소재로 예비 헌혈자인 학생과 시민 대상으로 헌혈교육을 진행하는 ‘헌혈에듀케이션’도 추진할 계획이다.
영국 암 환자를 위한 정서적 지지 공간, “메기즈센터” 탐방
이번 영국 탐방 동안 한국백혈병환우회는 5월 9일 런던의 ‘채링 크로스 병원’ 내 센터, 5월 10일 리즈의 ‘세인트 제임스 대학병원’ 내 센터, 그리고 5월 12일 런던의 ‘세인트 바솔로뮤 병원’ 내 센터 세 곳의 메기즈센터를 방문했다.
메기즈센터는 조경건축가인 ‘매기 케스윅 젠크스’(Maggie Keswick Jencks)가 자신의 유방암 투병 경험을 바탕으로, 환자가 치료를 받는 공간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편안하게 머무를 수 있는 장소가 필요하다는 깨달음에서 출발해 1996년 영국에서 처음 설립되었다. 현재 영국 전역에 24곳, 해외에는 홍콩·스페인·노르웨이·일본 4곳이 운영 중으로, 총 28개 센터가 암 환자와 가족을 위한 정서적 지원을 하고 있다.
메기즈센터는 병원 인근에 별도의 공간을 마련하여 심리 상담, 그룹 모임, 예술 활동 등 정서적 지지를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병원 측이 메기즈센터의 건립을 위한 부지를 제공하고 운영에 협력할 만큼 그 필요성과 효과를 인정받고 있는 모델이다. 특히, 메기즈센터는 건축적·조경적 설계를 통해 환자의 심리적 안정을 돕는 것이 특징으로, 자연광, 색채, 정원 등 자연 요소를 적극 활용하여 병원과는 전혀 다른 따뜻하고 환영받는 분위기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백혈병환우회는 작년 2024년 일본에 위치한 센터를 탐방한 데 이어, 올해 2025년 영국에 위치한 세 곳의 메기즈센터를 방문하면서 한국형 메기즈센터 도입 가능성을 검토했다. 이를 통해 한국의 투병 환경과 문화에 적합한 새로운 형태의 암 환자를 위한 정서적 지지 센터 모델을 참고하고, 시사점을 살펴보는 의미 있는 시간을 가졌다.
2025년 5월 13일
한국백혈병환우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