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암요법연구회(회장 안진석)는 최근 미국 시카고에서 개최된 미국임상종양학회(이하 ASCO)에서 국내 연구자들의 구연 및 포스터 등 총 225건의 발표가 진행됐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대한항암요법연구회 회원이 제1저자 또는 발표자로 참여한 연구는 60건에 달해 국내 암 임상연구의 위상을 재확인시켰다.
안진석 회장은 “대한항암요법연구회 회원들이 참여한 다양한 암 연구가 세계적 학술 무대에서 발표되며, 한국의 임상연구 역량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며 “대한항암요법연구회는 앞으로도 환자들이 가장 효과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연구 기반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ASCO에서 발표된 KCSG 주도 임상은 총 4건으로, 연세암병원 손주혁 교수와 고대안암병원 박경화 교수는 구연 발표, 국립암센터 차용준 교수와 서울대병원 김범석·김미소 교수는 각각 포스터 발표를 통해 공개됐다.
손주혁 교수, 삼중 양성 유방암환자에서 리보시클립·트라스투주맙·호르몬치료 병용요법 효과 발표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손주혁 교수는 대한항암요법연구회에서 2018년부터 진행된 MINI 임상시험을 통해 유방암 환자(HER2 양성과 호르몬 수용체 양성)를 대상으로 한 1차 치료법을 평가 발표했다. 기존 표준치료인 세포독성항암제·트라스트주맙·퍼투주맙의 병용 요법 대신 리보시클립·트라스트주맙 ·레트로졸을 병용 투여한 결과, 평균 무진행생존기간은 30.4개월로 매우 우수했으며, 전체 환자의 약 61%가 부분 관해 이상의 효과를 보였다. 손주혁 교수는 “이번 연구는 HER2 양성 유방암에서 호르몬 수용체가 양성인 경우 세포독성항암제를 이용한 표준치료의 무진행생존기간이 18개월이었던 것을 감안할 때, 비록 제2상 연구이지만 세포독성항암제 없이 리보시클립·트라스트주맙·레트로졸만 사용해도 좋은 효과를 보이는 새로운 치료 옵션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강조했다.
박경화 교수, HER2 양성 유방암 환자에서 트라스투주맙 바이오시밀러·게다톨리십 병용요법 결과 발표
고대안암병원 종양내과 박경화 교수는 대한항암요법연구회 유방암 분과에서 다기관, 연구자 주도로 진행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는 PI3K 신호전달체계와 HER2를 동시에 차단해 암세포 성장 억제를 유도하는 전략이 환자에서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실험실 연구를 바탕으로 기획됐다. 연구팀은 2가지 이상의 HER2 표적 항암제 치료에 실패한 환자에서 트라스투주맙 바이오시밀러와 게다톨리십 병용 요법을 통해 반응률 43.5%, 중앙 무진행생존기간 5.8개월, 중앙 전체생존기간 18.4개월로 고무적인 효과를 입증했다. 박경화 교수는 “이미 두 가지 이상의 HER2 표적 치료를 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했음에도 우수한 반응을 보인 점에 의미가 있다”며, “HER2양성 전이성 유방암 환자의 예후를 개선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 전략을 제시한 의미 있는 연구”라고 강조했다.
포스터 발표 통해 정밀의료 및 희귀암 치료 새로운 가능성 제시
국립암센터 차용준 교수팀은 KCSG 대장암분과 주도로 진행된 CLAUDIA Colon Cancer 연구를 통해, 수술 후 미세잔존암(MRD : Minimal Residual Disease) 상태에 따라 보조항암치료 강도를 조절하는 전략을 제안했다. 미세잔존암 양성 환자에게는 강화요법을, 음성 환자에게는 저강도 치료 경과 관찰을 진행하며 정밀의료 가능성을 확인하는 의미 있는 임상으로 주목받았다. 또한, 서울대병원 김범석·김미소 교수는 KCSG LU-19-24 2상 임상을 통해 희귀 폐육종양암(PSC : Peomorphic Sarcomatoid Carcinoma) 환자 대상 면역항암제 더발루맙과 항암화학요법제 독소루비신 및 이포스파미드의 병용 요법을 평가했다. 연구 결과, 객관적 반응률 35%, 전체생존기간 9.4개월로, 국내 최초로 희귀 폐육종양암에 대한 면역항암제 기반 치료 가능성을 입증한 의미 있는 연구로 평가받았다.
김성배 교수, 유방암 환자에서 경구 파클리탁셀 항암 치료의 임상시험 결과 발표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김성배 교수는 유방암 환자에서 경구용 파클리탁셀 치료에 관한 다국가 OPTIMAL 3상 연구를 발표했다. 이 연구는 정맥주사 파클리탁셀의 한계점인 과민 반응 및 신경병증, 주 1회 주입을 위한 잦은 외래 방문 부담을 극복하기 위해 설계됐다. 연구 결과 경구용 파클리탁셀(DHP107)은 주 1회 정맥주사 파클리탁셀과 비교해 무진행생존기간(PFS)에서 비열등성(10.02개월 vs. 8.54개월), 객관적 반응률(ORR)이 더 높음(45.8% vs. 39.7%)을 입증했다. 이는 경구용 파클리탁셀이 병원 방문 횟수를 줄이고 삶의 질을 유지하며, HER2 음성 전이성 유방암 환자의 장기 치료의 순응도와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는 효과적이고 편리한 치료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라선영 교수, 위암 환자에서 펨브로리주맙·렌바티닙·기존 세포독성항암제 병용 요법 임상결과 발표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라선영 교수는 기존 세포독성항암제(FOLFOX 또는 CAPOX)에 펨브롤리주맙과 렌바티닙을 병용했을 때 효과를 비교한 3상 임상시험 LEAP-015 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는 면역항암제와 혈관생성억제제를 병용했을 때 항암효과의 시너지가 다양한 암종에서 보고된 것을 기반으로 이뤄졌다. 전 세계에서 880명이 등록된 이 연구는 1차 평가변수인 무진행생존율(PD-L1 CPS ≥1 기준, 7.3개월 vs 6.9개월)과 2차 평가변수인 객관적반응률(PD-L1 CPS ≥1 기준, 59.5% vs 45.4%, P<0.0001)은 대조군 대비 치료군의 향상을 보여줬으나, 또 하나의 1차 평가변수인 전체생존율은 유의미한 결과를 보여주지 못했다(12.6개월 vs 12.9개월, HR=0.84, 95% CI 0.71-1.00, P=0.0244). 라선영 교수는 "최종적으로 전체 생존기간의 효과를 입증하지는 못했으나, 무진행생존기간의 향상 등 일부 긍정적인 결과는 전이성 위암 치료의 발전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결과"라고 평가했다.
한편 대한항암요법연구회는 국내 대표적인 항암치료 임상연구자 그룹으로, 1998년에 혈액종양내과 전문의들이 주축이 되어 설립, 다국가·다기관 공동 임상연구를 통해 국내 현실에 맞춰 국민들에게 효과적인 암 치료 방법을 개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