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가 또다시 대규모 집단행동을 발표했다. 지난 6일,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이하, 서울대병원 비대위)는 교수 투표를 거쳐 17일부터 전체 휴진에 돌입하겠다고 발표했으며, 9일에는 대한의사협회가 회원 투표를 거쳐 18일부터 집단 휴진하겠다고 결의했다. 서울대병원 비대위는 전체 휴진 철회 조건으로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 완전 취소”와 “이번 의료 사태 정상화를 위한 합리적 조치 시행”을, 대한의사협회는 “의대 정원 증원 철회”를 내걸었다.
지난달 16일 서울고법의 2025학년도 의대 정원 2,000명 증원·배분 결정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 항고심 각하·기각 판결 후, 대학별 신입생 수시모집 요강이 발표되면서 의대정원은 확정되었다. 그리고 정부는 이번달 4일, 전공의 집단행동으로 100일 넘게 이어진 의료현장의 부담과 환자 피해를 고려해 ‘면죄부를 준다’는 비난을 받으면서도 전공의 사직을 허용하고, 전공의에게 부과된 진료유지명령과 업무개시명령을 철회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내년도 의대정원 1,509명 증원이 확정되고, 전공의에 대한 행정명령도 철회되어 이제 사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일 것으로 기대했던 환자와 환자가족에게 이번 휴진 결의 발표는 참담함을 느끼게 한다.
전공의 집단행동으로 시작된 넉달간의 의료공백 기간 동안 불안과 피해를 겪으면서도 어떻게든 버티며 적응해왔던 환자들에게 집단 휴진‧무기한 휴진 결의는 절망적인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서울대병원은 ‘환자중심 병원’이라는 설립 취지를 갖고 있는 우리나라 대표 공공병원이다. 어떻게 국립대병원이 무기한 휴진을 선포하고, 그로 인해 일어날 피해를 중증‧희귀질환자들이 고스란히 짊어지게 할 수 있는가? 서울대병원 비대위는 대국민 입장문에서 “정부의 무도한 처사가 취소될 때까지 진료를 미루어주기를 부탁한다”고 썼다. 그러나 무도한 건 정부만이 아니다. 의사들 역시 무도한 처사를 자행하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환자에게 불안과 피해를 주면서 정부를 압박하는 의료계의 행보는 이제 그만해야 한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서울대병원 비대위와 대한의사협회가 전면 휴진‧무기한 휴진 결정을 지금 당장 철회할 것을 요구한다.
2024년 6월 10일
한국환자단체연합회
(한국백혈병환우회, 한국GIST환우회, 한국신장암환우회, 암시민연대,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 한국건선협회,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한국신경내분비종양환우회, 한국PROS환자단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