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빚이 있는데" 죽음을 앞둔 외삼춘은 병문안을 간 필자에게 이 말을 남겼다. 필자는 그 빚이 마음의 빚을 말하는지, 경제적인 빚을 말하는지 더 묻지 않았다. 알몸으로 태어난 옷 한벌을 얻었다는 가사를 읊으며, 이 삶이 결코 적자가 아닌 삶이라고 되내어보지만, 현실은 참으로 그렇지 않다.
우린 태어자나자 마자 독립적으로 삶을 영위해갈 수 없다. 빚부터 지고 살아간다. 그러나 그런 빚을 말하는 게 아니라, 지금 우리는 온전한 자기 집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빚을 지지 않을 수 없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그 수많은 아파트가 실제 소유는 은행 등이라고 말하는 게 어색하지 않은 시대다.
채무자는 이렇게 수없이 많은데, 그런데 왜 채권자는 주변에서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가, 이상하지 않는가. 빚은 채무자와 채권자를 동시에 양산하는데, 왜 우리 주변에는 채무자들만 눈에 띄는지 통 모르겠다.
경제원론에선 저축의 주체가 가계가 되어, 저축된 돈으로 투자한 기업이 투자를 한뒤 생산해서 되갚으면 된다. 말대로라면, 기업이 늘어나고 투자가 늘수록 가계가 부가 증식되고, 사회 전체는 채권채무관계가 급속도로 커져 경제규모가 엄청 커지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은행을 포함한 기업이 독립투자보다는 유발투자시대로 들어섰다. 기업이 빚을 내지 않는 과소 투자시대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사이 자연인들은 생산활동 참여 부족으로 소득이 소비를 따라가지 못했다. 결국 빚을 지는 것이다. 다른 자연인을 비롯한 연기금, 법인 공유재산이 부와 재산을 증식하며 저축의 주체가 되어가고 있다고 보여진다.
그런데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가계부채의 대다수, 상당 부문이 주택에 있다는 것이다. 주택 구입 자금 부족으로 빚을 졌다는 것이다. 특히 그런 주택은 투기꾼들의 가장 적합한 노림수가 되었다. 주택은 우리가 살아갈 때 없어서는 안되는 필수재이기 때문이다.
전문적인 투기꾼이 아니더라도 조금 돈을 벌 욕심이 있는 사람들은 모두가 아파트를 사고 팔아 벌 생각을 하는 지경이다. 사실 투기란 말도 점잖은 표현이다. 약탈과 착취의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기성세대가 미래세대가 구입할 주택을 먼저 사서 값을 올려받는 관행이 줄곧 이어져왔다.
종부세 부담자의 많은 이가 연 소득 2000만원 이하자라는 보도는 그러나 종부세를 완화해주어야 할 것이 아니라, 주택 거품이 끼었다고 판단해, 주택값 폭락 아니면 소득이 대폭 올라가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언론은 찾아보기 힘들다. 왜 연소득 2,000만원도 안되면서 종부세를 내야할 아파트를 샀는지를 묻는 언론사 또한 없는 것이다.
정부에서는 부동산 규제를 완화해주는 이유가 부동산가격의 연착륙이라 말한다. 그러나 진정한 연착륙은 부동산외 다른 물품의 가격과 소득이 올라야 한다고 주장하는 언론사가 없다는 것이, 참으로 기묘하다.
부동산 가격의 대폭락을 경험하지 않으려면, 다른 물품의 가격과 소득이 올라가야 하는 것이 진정한 연착륙인데도 말이다. 정부의 연착륙안, 부동산 규제 완화안을 통해서 부동산 가격의 거품이 걷히지 않고지속된다면, 폭탄을 지금 터트리지 않고, 뒤로 미루는 것이라고 봐야 한다. 소득 대비 부동산 가격이 적정한게 연착륙이라고 생각한다면, 선동가들의 말에 모두 넘어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빚에 침수되지 않으려면, 소득이 급속히 올라가면 되는 것을 왜 모르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