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독재 운동 시절에는 자유와 민주주의가 하나의 이상이었다. 그런데 어떤 이는 자유의 선봉장이 되고, 다른 이는 계속해서 민주주의를 외치고 있다. 어느덧, 종교가 그랬듯이 과거의 운동권은 여야로 갈리며 압박 받는 민중의 저항운동의 선봉장에서 자체가 기득권이 되어, 새로운 지배층이 되는 듯하다. 중요한 것은 자유와 민주주의는 반대의 개념이 아니라는 것에 있다. 지금 여당이나 야당이나, 자유와 민주주의를 반대되는 개념같이 선동하고 있지만, 그것은 자기들의 자리 다툼이고 기득권 싸움이지 이념의 원초적인 갈등이 아니라는 것에 유의해야 하는 것이다.
학창시절에 학생들은 말하기를 민주주의 반대가 무엇이냐며 되묻고 그건 독재라고 했다. 그런데 자유의 반대도 독재이다. 실제 당시 필자의 주변에 많았던, 집회와 시위 참여 학생들은 크게 분류하면, 자유가 박탈된 억압 정치에 분개한 이들과, 국민이 주인이 되는 민주주의를 갈망하는 세력으로 분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지금 우리는 과거 운동권들의 말바꾸기에 진절머리가 나고 있다. 그리고 지금도 그렇게 말바꾸기를 능란하게 할 인재들은 계속해서 만들어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필자의 생각으로는 지금 여당은 민주주의보다도 개인의 자유를 추진할 세력으로, 야당은 아직까지 명확한 정체성을 보이진 않지만, 자유보다도 국민의 주인이 되는 민주주의를 추진할 세력으로 나아가고 있는 듯하다.
정치적으로 야당을 지지하는 필자의 한 지인은 민주주의란 것이 개인의 자유를 통제할 수밖에 없는 점이 있다는 말을 하곤 한다. 그러나 과거 일부 운동권 학생들이 심정적으로 지지했던 민주집중제는 권력을 집중하는 시스템이다. 그런 속에서는 자유에 대한 통제는 강하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권력의 분산이 더 민주주의에 가까운 것인지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써온 글은 매우 추상적이다. 그래서 헬스앤마켓의 실제적 경험을 바탕으로 설명해본다.
요즘은 많이 바뀌었지만, 다국적사와 국내사의 광고 수주는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다국적사는 실무자라고 할 수 있는 이들에게 광고 집행의 권한이 어느 정도 이양되어 있다.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담당자를 컨택해서 광고수주까지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일부 국내사는 광고를 받으려면 지위가 높은 사람, 될 수있으면 높으면 높을수록 광고 수주 가능성이 높아진다. 담당 실무자에게는 액수가 작은 광고 집행 권한도 거의 없다시피한 것이다.
다국적사들은 권력 분산이 이뤄진 시스템이라면, 국내사는 권력이 집중된 시스템이다. 물론 어느게 좋다고 딱잘라 말할 수는 없다. 특히 정치 권력에 있어서는 민주 집중제가 나은지, 권력 분산이 나은지 참으로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한편 진보 세력의 상당수는 권력 집중을 민주주의 실현 방도라는 근대적 시각으로 공부를 했던 사람이 많다는 것을 생각하면 지금이라도 마음을 비우고 권력분산형의 민주주의 체제를 연구해야 한다. 그리고 실제 진보층은 권력분산형의 지방자치제에 앞서가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 않는가?
또 같은 운동권 세력이었던 사람들이 보수로 입장을 바꾼 사람도 그랬을 것으로 미루어 짐작하지만, 일부 운동권 세력은 반 북한, 반 사회주의 경향에 매우 강했던 이들은 내 생각에는 권력 집중 시스템에 대한 반감 때문이었지 않을까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분명한 건, 자유와 민주주의가 동시에 강화되어야 하는 것이란 점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과거 운동권 세력들은 원래부터 하나 였다. 아니 민중이 원래부터 하나였다. 그런 이들이 편 싸움에 빠진 것은 그들도 사람이라는 데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들을 따랐던 필자나 국민들은 기가 찰 뿐이다.
이 글이 이해가 어려운 사람은 운동권 가요의 가사를 잘 생각해보라. 민주주의를 외쳤던 가사도 있지만, 그에 못지 않게 자유를 외쳤던 가사도 많았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