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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혈병 환우회의 환자안전사고 의무보고 대상으로 해야 성명 원문

[성명] 보건복지부장관과 국회는 사용기한이 경과한 의약품 투여로 인한 환자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주의경보를 발령하고, 환자안전법을 개정해 의무보고 대상으로 해야 한다.

 
급성골수성백혈병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를 받던 21살 청년이 사용기한이 77일 지난 포도당 수액을 투여받은 환자안전사고가 발생했다. 이후 환자는 다제내성균의 일종인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에 감염되어 고열과 패혈증 증세를 보인 후 일주일 만에 사망했다. 유족은 고강도 항암치료를 받아 면역력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사용기한이 2달 이상 지난 포도당 수액을 맞아 사망한 것이 아닌지 강한 의문을 갖고 있다.

 
환자는 포도당 수액(제품명: 이노엔5%포도당나트륨칼륨주3, 500ml)을 2022년 11월 27일 새벽 4시경부터 투여받기 시작했다. 환자보호자는 같은 날 오전 9시경 포도당 수액의 사용기한이 2022년 9월 11로 이미 77일 지난 사실을 발견했다. 담당 간호사는 포도당 수액 투여를 곧바로 중단했지만 환자는 포도당 수액 500ml 중 이미 100ml가 투여된 상태였다. 담당 간호사와 교수는 사용기한이 경과한 포도당 수액을 투여한 의료과실에 대해 사과했고, 해당 병원도 사용기한이 경과한 포도당 수액을 투여한 환자안전사고라는 사실도 인정했다.

 
그러나 최근 YTN 보도에 따르면 해당 병원은 “포도당 수액을 만든 제약사에 확인한 결과 적합성을 통과했기 때문에 사용기한이 경과한 포도당 수액을 투여한 것이 환자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이 아닌 것으로 본다.”는 입장을 밝혔다. 해당 병원은 사용기한이 경과한 포도당 수액을 투여한 환자안전사고 발생에 대해서는 인정하지만 환자 사망과의 인과관계는 부정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유족은 사용기한이 경과한 포도당 수액 투여와 환자 사망과의 인과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조정신청을 했고 현재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한국백혈병환우회는 사용기한이 경과한 포도당 수액을 백혈병 환자에게 투여하는 환자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당 병원에서 사전에 마련해 놓은 이중삼중(二重三重)의 안전장치가 하나도 작동하지 않은 것에 주목한다. 해당 병원은 의료기관평가인증을 받았기 때문이다. 의약품을 보관하는 부서에서 사용기한이 경과한 포도당 수액을 반납하거나 폐기하지 않았고, 약사가 병원약국에서 병동으로 포도당 수액을 보낼 때 사용기한을 확인하지 않았고, 병동에서 간호사가 환자에게 투여할 때도 사용기한을 확인하지 않았다. 해당 병원은 어느 단계에서도 포도당 수액이 사용기한이 경과한 사실을 발견하지 못했다.

 
사용기한이 경과한 포도당 수액 투여와 환자 사망과의 인과관계는 의료감정의 영역으로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나 법원에서 판단할 문제다. 그러나 사용기한이 경과한 포도당 수액을 환자에게 투여한 의료인의 실수는 절대 발생하면 안 되는 대표적인 환자안전사고다. 따라서 해당 병원은 보건복지부장관에게 자율보고를 해서 주의경보가 발령되도록 해야 한다. 현재까지 발령된 40개의 주의경보 중에는 사용기한이 경과한 의약품 투여로 인한 환자안전사고 예방 대책은 충분히 포함되어 있지 않다. 만일 해당 병원에서 자율보고를 하지 않았다만 유족이 자율보고를 해서라도 보건복지부장관의 주의경보가 발령되어 동일 또는 유사한 환자안전사고가 더는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환자안전법 제14조 제2항 제2호에는 투약오류의 유형으로 “진료기록과 다른 의약품 투여”와 “용량 또는 경로가 진료기록과 다르게 투여” 2가지만 규정되어 있고 “사용기한이 경과한 의약품 투여”는 규정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사용기한이 경과한 의약품이 투여되어 환자가 사망하거나 심각한 신체적ㆍ정신적 손상을 입은 환자안전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의료기관에서 보건복지부장관에게 보고하지 않아도 된다. 사용기한이 경과한 포도당 수액 투여와 환자 사망과의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해당 병원은 의무보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 이는 입법상 의무보고 대상인 투약오류 유형의 하나로 포함되었어야 할 “사용기한이 경과한 의약품 투여” 유형이 빠진 입법적 흠결로서 신속한 환자안전법 개정을 통한 보완이 필요하다.

 
이에 한국백혈병환우회는 사용기한이 경과한 의약품 투여로 인한 환자안전사고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 보건복지부장관과 국회에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첫째, 보건복지부장관은 <사용기한이 경과한 의약품 투여로 인한 환자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대책을 담은 주의경보>를 마련해 신속히 발령해야 한다.

 
둘째, 국회는 <사용기한이 경과한 의약품이 투여되어 환자가 사망하거나 심각한 신체적ㆍ정신적 손상을 입은 환자안전사고가 발생한 경우>를 의무보고 대상에 포함되도록 환자안전법 제14조 제2항 제2호를 개정해야 한다.

 
2023년 1월 10일
한국백혈병환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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